[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하루에 2번이나 물폭탄이 터졌다. 이번엔 천둥번개까지 엄습한데다, 거듭된 폭우가 그라운드를 사정없이 헤집어놓았다. 연신 할퀴어진 그라운드는 냇가마냥 물줄기가 흘렀고, 더그아웃 앞에는 구멍 뚫린 것마냥 거대한 물웅덩이가 생겼다.

2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KIA 타이거즈전이 4회 경기 도중 쏟아진 폭우로 인해 노게임이 선언됐다. 43분의 기다림도 쏟아지는 비를 그치게 할순 없었다.

경기 전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오후 3시반을 넘어서면서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1차 폭우가 쏟아졌다.

KIA 구장관리팀이 빠르게 움직였다. 초대형 방수포를 꺼내 내야 전체를 다 덮었다. 시야 전체가 하얗게 덮이는 엄청난 빗줄기였다.

하지만 20분 가량 내리던 비가 잦아들고 이내 하늘이 맑아졌다. 부산하게 그라운드 정비가 이뤄졌고, 이내 경기가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롯데 김진욱과 KIA 황동하의 선발 맞대결. 선취점은 롯데가 냈다. 1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이 몸에맞는볼로 걸어나갔고, 윤동희의 안타가 이어졌다. 1사 1,3루에서 레이예스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냈다.

하지만 롯데는 거듭된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 2회 2사 후 손성빈이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득점과 연결되지 않았다. 3회에도 윤동희 안타, 나승엽 볼넷으로 2사1,2루 기회가 왔지만, 전준우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3회말 KIA의 반격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몸에맞는볼이 시작이었다. 1사후 김태군이 그 주인공이었다.

박찬호의 안타, 최원준의 뜬공으로 2사 1,2루. 여기서 '슈퍼스타'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도영은 좌익수 앞 적시타로 2루주자 김태군을 불러들였다. 레이예스의 홈송구가 빠지면서 박찬호와 김도영이 각각 2,3루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치며 3-1로 승부를 뒤집었다.

롯데도 4회초 반격의 물꼬를 텄다. 1사 후 노진혁이 좌중간 2루타를 치며 분위기를 달궜다. 하지만 이어진 2사 2루 황성빈의 타석에서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2차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잠시 경기가 진행되는듯 했지만, 이내 천둥번개까지 몰아치며 현장을 뒤흔들었다. 결국 7시46분 부로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가 중단된 뒤에도 어마어마한 폭우가 쏟아졌다. 천둥은 물론 연신 번개가 번쩍거려 관중들의 안전을 위협했고, 전광판에는 '낙뢰주의'가 표시됐다.

오후 8시15분쯤 간신히 빗줄기가 사그라들었지만, 그라운드는 아수라장이 된 후였다. 더그아웃 앞을 가로막는듯 큼지막한 물웅덩이가 생겨났고, 내야에도 방수포 위로도 현저히 드러나는 물웅덩이가 속출했다.

840만을 넘어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운 올해다. 시즌 후에는 프리미어12도 예정돼있어 KBO는 시즌 개막을 3월말로 당겼고, 이후에도 가급적이면 우천 취소 없이 경기를 속행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왔다.

결국 KBO는 오후 8시29분 최종 우천 취소를 결정했다. 모처럼 신바람을 냈던 KIA 홈팬들, 광주 원정에 나선 롯데 원정팬들로선 아쉬운 결과가 됐다. 이날 선발로 등판해 역투한 김진욱, 황동하에게도 속상한 결과다.

이날 취소된 경기는 예비일인 9월 12일로 미뤄진다. 문제는 다음날인 21일, 22일에도 비가 예고됐다는 것. 이날 이후 취소되는 경기는 일단 추후 편성될 예정이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