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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경기가 종료된 후 한국 선수들이 침묵한 반면, 이변을 연출한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환호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린 선수도 있었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FIBA 랭킹 13위)은 20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힘나시오 후안 데 라 바레라에서 열린 2026 FIBA(국제농구연맹) 여자농구 월드컵 사전자격예선 A조 베네수엘라(FIBA 랭킹 36위)와의 경기에서 78-84로 패했다.

박지현(19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강이슬(17점 3점슛 5개 4리바운드 3어시스트), 박지수(14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슛)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분전했으나 실책(15개)을 남발한 데다 리바운드 열세(37-40)까지 겹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한국은 2023 FIBA 아시아컵 5위에 그쳐 월드컵 사전자격예선으로 밀렸지만, 멕시코시티 지역 예선 1위 후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객관적 전력을 나타내는 수치라 할 수 있는 FIBA 랭킹이 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FIBA 역시 사전자격예선에 앞서 한국을 A조 최강으로 꼽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한국의 전력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한국은 1쿼터부터 손쉬운 골밑 찬스와 속공을 놓치는 등 경기를 불안하게 출발했다. 한국의 1쿼터 2점슛 성공률은 20%(2/10)에 불과했다. 3점슛(4/8)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15-8)를 점해 1쿼터를 23-21로 앞선 채 마쳤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한국은 이후 쿼터를 거듭할수록 3점슛 성공률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속공을 제어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한국은 속공 득점에서 2-12 열세를 보였고, 75-83으로 뒤진 경기 종료 39초 전에는 박지수마저 파울아웃됐다. 한국이 사실상 백기를 드는 순간이었다.

A조 최약체로 꼽혔던 베네수엘라에 패배, 한국에겐 먹구름이 드리웠다. 사전자격예선은 각 조 상위 2개국이 토너먼트에 진출, 4강과 결승을 거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 1위에게만 월드컵 최종예선 티켓이 주어진다. 한국으로선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긴다 해도 다득실 등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신세에 놓였다.

‘한국 농구 위기론’은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았지만, 여자농구는 ‘마지막 자존심’만큼은 지켜왔다. 1964년을 시작으로 2022년에 이르기까지 16회 연속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16회 연속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는 세계 최강 미국, 한국 단 2개국 뿐이다.

이제는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드라마틱한 반전을 쓸 수 있을까. 베네수엘라와의 경기 내용을 봤을 땐 만만치 않은 미션이다.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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