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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만 해도 언더사이즈 빅맨이었던 신승민이 데뷔 3년 차였던 지난 시즌 확 달라졌다. 포지션 전환에 공을 들인 그는 변화한 모습과 함께 가스공사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갈망하고 있는 신승민을 <루키>가 만났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좋은 기억으로 남은 대학 시절과 성장의 밑거름이 된 프로 데뷔전


휘문고를 졸업한 신승민은 대학 시절 이정현, 양준석, 유기상, 한승희 등과 함께 연세대 황금기 멤버였다. 영광의 대학 시절을 뒤로 하고 KBL 드래프트에 참가한 신승민은 전체 8순위 지명을 받아 가스공사의 창단 첫 신인이 됐다. 서울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대학 때는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농구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된 시기였어요. 대학 때 배운 걸 쓰니까 프로에 적응하는 데 그나마 도움이 많이 됐어요. 좋은 기억이 많아요.“


“사실 드래프트 순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프로에 입단하는 게 우선이었고 순번보다도 저를 뽑아준 가스공사에 감사한 마음만 있어요. 8순위로 이 팀에 온 덕분에 경기도 많이 뛰고 성장할 수 있어서 저한테는 다행이었습니다.“


“KBL 넘버원 가드라고 할 정도로 능력이 좋은 (이)정현이도 있고 하윤기, 신민석, 정호영처럼 제 앞에 순번 중에 잘하는 선수가 되게 많았어요. 그런 거 보고 사실 자극을 많이 받긴 했습니다. 당시 평가가 저보다는 좋았기 때문에 앞에 뽑혔다고 생각하고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열심히 노력했어요.“


“서울에만 있다가 대구에 처음 내려왔는데 지역에서 생활하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대구도 대도시고 크게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타지에 온 건 처음이었지만 어떤 면에선 서울보다도 살기 편한 동네에요. 지금은 눈 감고 가고 싶은데 갈 수 있을 정도로 대구랑 친해졌어요.“


보통의 신인이 그렇듯 신승민 또한 데뷔 초기에는 잘하고 싶은 의욕이 앞섰다. 2021년 10월 9일 현대모비스와의 경기를 통해 데뷔한 그는 첫 경기에서 6분 12초 만에 5반칙으로 물러났다.


부끄러운 마음에 데뷔전이 끝나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신승민. 다음 경기에서 10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말끔히 아픈 기억을 씻어냈다.


“데뷔전이요? 부끄럽지만 정말 의욕만 앞섰어요.(웃음) 경험과 노련미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느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데뷔전 치르고 부끄러워서 잠을 못 잤어요.“


“다음 경기에는 제가 가장 잘하는 거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먹고 들어갔어요. 의욕보다는 그래도 머리를 차갑게 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실행에 옮긴 계획


신승민은 대학 시절 힘을 바탕으로 팀의 인사이드를 지키는 빅맨으로 뛰었다. 하지만 외국 선수가 있는 프로 세계에서 195cm의 신장은 한계가 있었고, 지난 시즌 4번에서 3번으로 포지션 전환을 시도했다. 갑작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이미 마음에 품고 있었던 계획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시즌 53경기에 출전한 신승민은 평균 8.7점에 3.9리바운드 3점 성공률 36.5%를 기록하며 이전 시즌에 비해 기록적으로 확실한 발전을 이뤘다. 감을 잡은 6라운드에는 평균 13.1점 3점 성공률 44.1%의 성적을 냈다. 3&D의 시대에서 그는 리그에서 주목받는 3&D 자원 중 한 명이 됐다.


“대학 시절 은사인 은희석 감독님이 1학년 때부터 나중에 프로에 가도 앞선 수비까지는 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하셨고 그만큼 연습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3번으로 뛰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선수가 뭐가 부족한지 알아가는 전제 조건이 일단 경기에 많이 뛰는 것인데 강혁 감독님께서 작년 비시즌에 포지션 변경을 위해서 시간을 많이 할애해 주셨어요. 연습경기에서도 제가 3번으로 뛰면 서툴러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팀이랑 잘 맞지 않는 느낌임에도 기회를 많이 주셨죠.“


“절 3&D로 봐주신다면 포지션 변경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평가는 영광이죠. 그렇지만 전 욕심이 많은 선수예요. 개인 기록보다는 자신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다방면으로 더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지금의 3&D라는 평가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자신감을 확실히 얻은 계기는 지난 1월 25일 대구에서 열린 KCC와의 경기였다. 연장까지 가는 혈투에서 신승민은 팀에 승리를 가져오는 위닝 3점슛을 터트렸다. 지난 시즌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회자되는 경기다.


“지난 시즌 초반까지는 포지션에 완벽하게 적응이 안 됐고 농구를 거꾸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각이 많이 떨어져서 정체기가 왔는데 그래도 계속 경기를 돌려보면서 연구하고 타이밍을 생각하니까 시간을 거치면서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됐어요. 그게 적응에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제가 지난 시즌에 자신감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경기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전부터 흐름을 조금씩 읽어가고 있었는데 KCC전 위닝샷 후 자신감까지 더해지면서 더 확실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데뷔전 5반칙과는 다른 의미로 잠을 못 잤습니다.(웃음) 경기 끝나고도 되게 두근두근하고 에너지가 쉽게 빠지지 않았어요. 그 희열이 오래 유지되면서 제가 3번으로 적응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신승민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큰 신장에 2번 포지션까지 소화하는 SK 안영준이 롤모델로 더 다재다능한 선수가 되길 원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적인 성장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에요. 지금 3번으로 포지션 변경했다고 여기서 안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안)영준이 형은 그 높이와 스피드로 2번까지 보는 거면 정말 경쟁력이 크다고 생각해서 만약 저도 2번까지 내려가서 앞선 수비에 1대1 미드레인지 게임, 2대2까지 섞는다면 팀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제 값어치도 많이 올라간다고 봐요. 그래서 이번 비시즌 목표는 당장 제가 2대2를 막 하고 볼 핸들러를 하기보다는 2번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걸로 잡고 있어요.“








KOGAS의 미래


신승민의 성장과 함께 가스공사 또한 도약의 시즌을 보냈다. 아이제아 힉스의 부상 이탈 속에 1승 12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출발했지만, 분위기를 잘 수습하며 7위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각종 부상 악재에도 시즌 중반 이후에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떤 선수든 1승 12패하고 싶진 않을 겁니다. 저희 팀도 많이 침체가 됐었는데 돌아보면 그때 그런 경험을 한 게 후반기에 끈끈한 팀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좋은 건 아니지만 연패를 탔던 부분이 밑거름돼서 선수들이 똘똘 뭉치지 않았나 싶어요.“


“후반기는 응원 오시는 팬들의 규모나 열기도 전반기와 확실히 달랐던 것 같아요. 대구 팬분들은 정말 대가족 느낌이 많이 들어요. 가스공사만 봐주시고 원정을 가더라도 홈처럼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세요. 그래서 다들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스공사의 성적 반등을 이끈 강혁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정식 감독 계약까지 맺었다. 리그에서는 그의 리더십과 세심한 전술에 대해 호평이 많다. 가까이서 선수 입장으로 지켜본 강혁 감독은 어떤 스타일일까?


“감독님은 굉장히 세세하시고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세요. 선수 개개인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나 패턴의 작은 디테일까지도 놓치시지 않는 분입니다. 그리고 운동할 때도 디테일에 변화를 주시면서 선수들이 요청하는 부분까지 많이 수용해주시는 분이에요.“


“선수가 의견을 내면 감독님께서 수용하셔서 그 패턴을 다시 해보기도 하고 여러모로 소통을 많이 해주세요. 그래서 그렇게 만들어진 부분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나중엔 팀 경기력이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시즌을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여름. 신승민은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바로 국가대표팀 발탁.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국가대표팀이 최근 한일 평가전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면서 호평을 받았고, 또래 선수들의 활약이 신승민에게도 자극이 된 듯했다.


“많이 동기부여가 됐어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목표가 있다고 봐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제가 부족한 거죠. 하지만 다음에도 A매치가 있어요. 잘 갈고닦아서 그때는 당당하게 제 자리를 따내서 승선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습니다.“


돌아오는 시즌, 신승민과 가스공사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기존 멤버 구성에 정성우, 곽정훈, 김철욱 등이 가세하면서 로스터를 업그레이드했고, 지난 시즌을 같이 마무리했던 앤드류 니콜슨, 듀반 맥스웰과도 재계약을 맺었다. 2년 동안 오르지 못했던 플레이오프 진출도 꿈꾸고 있다.


“올해는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차 있는 상태입니다. 이번에는 플레이오프를 기대하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게 지난 시즌 후반기 분위기 좋을 때 멤버 그대로에 (정)성우 형이나 (곽)정훈이, (김)철욱이 형까지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뎁스가 더 두터워졌어요. 더 다듬기만 하면 충분히 재밌는 농구를 이번에는 시즌 초반부터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죠. 하지만 6강보다도 4강, 그 위까지 목표로 잡고 있고 크게 보면 4강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다재다능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외곽에서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여름에 장마 기간이기도 하고 굉장히 덥고 습한데 팬분들이 건강 챙기셨으면 좋겠고 선수단도 궂은 날씨에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있으니까 돌아오는 시즌에는 어느 때보다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구 팬분들은 항상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번 시즌에도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승민 프로필
포지션 : F
신장 : 195cm
생년월일 : 1998.3.25
출신학교 : 상명초-삼선중-휘문고-연세대
드래프트 : 2021년 1라운드 8순위


사진 = KBL, 대학농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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