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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불응한 게 아니라, 불응하도록 만들었다.“

안세영(22·삼성생명)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작심발언' 진상조사 요구에 불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안세영 측과 배드민턴계에서 쏟아진 반응이다. 그동안 어른(협회, 대표팀)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촉구한 안세영이 진상조사를 거부한 게 아니라 협회 독단적인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를 향해 또다른 비판의 '돌'을 던졌다는 것이다.

안세영의 이런 반응은 예견된 일이었다. 협회는 '안세영 작심발언' 사태에 대처한다는 이유로 조사위를 꾸리면서 독단 행정의 극치<스포츠조선 8월 16일 단독 보도>를 노출했다.협회 의사결정기구인 부회장단, 대의원, 이사회와 아무런 논의도 없이 밀실에서 조사위를 꾸린 데다, 조사위원 5명 중 내부인사 2명(인권위원장, 행정감사)을 '김택규 회장 라인' 인사로 끼워넣었다. 변호사 2명, 교수 1명으로 구성된 외부위원도 누구인지 1차 회의(16일)가 열릴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여기에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전무이사, 사무처장 등 협회 사무국의 핵심 간부들은 지난 15일 저녁 조사위 발족을 발표하기 전, 김 회장으로부터 조사위원 명단을 하달받고 나서야 조사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사후 이사회 보고에 해당하는 예외조항에도 적용될 수 없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밟으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런 문체부의 권고에도 김 회장은 조사위 활동을 강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세영은 협회 조사위의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 안세영의 아버지 안정현씨는 20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세영이가 협회 직원의 조사위 출석 요구 전화를 받았는데, 문체부가 인정하지 않은 조사위에서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감독 기관인 문체부의 인정도 받지 못하는 밀실 기구를 만들어 안세영이 불응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고는, 마치 안세영이 '작심발언' 화두만 던진 뒤 정작 진상조사에서는 발을 빼는 것처럼 비쳐질까 걱정된다는 반응이었다.

안씨는 또 “조사위의 일 추진 방식도 실망스럽다. 세영이가 일종의 피해 호소를 했으면 세영이를 먼저 만나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들어봐야 하는 게 순서아닌가. 단순 경찰 조사에서도 피해자를 먼저 조사하지 않느냐“면서 “세영이가 지금 협회와 싸우려는 게 아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주는 '어른'을 소망했던 것인데…, 협회의 이런 대응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밀실 조사위'에 대해 안세영의 불신이 확고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안세영과의 면담이 핵심 포인트“라고 했던 협회도 파행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안세영의 작심발언에 대해 '비판적 지지' 입장을 보였던 배드민턴계 인사들도 이번 '밀실 조사위'를 통해 극에 달한 협회의 독단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안세영의 비판 대상인 협회가 조사위를 꾸려서 '셀프 진상규명'을 하는 게 설득력이 떨어지는 데다, 조사 대상도 대표팀 감독-코치, 선수들로 한정돼 있고 협회 책임자는 빠져있는 상황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냐는 것이다. 또 협회가 밝힌 일정 대로 국제대회 출전 중인 선수단이 귀국한 뒤 조사를 하면 9월초를 넘겨야 하는데, 이쯤이면 문체부의 조사 결과가 나올 시기라 소용이 없다며 '조사위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협회 임원인 A씨는 “조사위원 5명 중에 경기인 출신이 아무도 없는 것도 문제다. 안세영이 대표팀 생활에서 여러 고충을 호소한 만큼, 선수 입장에서 안세영의 주장을 알아듣거나 선수단 내부 생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대화가 통할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사 B씨는 “협회가 외부인사 3명에 대해 '협회의 어떤 사업에도 참여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객관성을 강조하는데, 그렇게 떳떳하면 왜 회장 혼자서 조사위원을 선임하느냐“고 반문한 뒤 “이런 식으로 조사위가 강행되면 '그 나물에 그 밥'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심만 키울 뿐이다. 협회도 문체부의 권고를 묵살했는데, 안세영이 출석 의무가 없는 조사위를 거부한들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꼬집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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