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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전북 현대의 트레이드 마크는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전북 왕조를 완성한 최강희 감독이 2011년 미디어데이에서 “전북은 올해 닥치고 공격, '닥공'을 하겠다“고 언급한 이래, 전북의 동의어가 됐다. 한골을 넣으면 두골을 노리는게 전북의 색깔이었다. 닥공을 앞세운 전북은 전무후무한 5연패를 포함, '전북 왕조'를 구축했다. 최근 들어 저조한 경기력으로 '닥공' 이미지가 퇴색됐지만,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여전히 “닥치고 공격“이 울려퍼진다.

그런 의미에서 2일 펼쳐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멸망전'은 매우 낯설었다. 최하위를 맞아, 홈 '전주성'에서 '닥공'은 커녕, 공격 '의지'마저 보이지 않았다. 전북은 이날 6개의 슈팅, 단 1개의 유효슈팅만을 기록했다. 점유율은 43대57로 열세였다. 물론 지면 최하위로 떨어지는 벼랑 끝 승부였지만, 전북의 이날 경기는 소극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자기 진영에서 진을 친 채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안 먹기 위해 넣는 것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승부처도 있었지만, 김두현 감독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후반 안드리고, 전병관 이승우 티아고 등 리그 최고의 공격수들을 차례로 투입했다. 특히 후반 32분 이승우와 티아고를 동시에 넣으며 승부수를 띄우는 듯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역할은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이승우는 드리블 돌파는 고사하고, 단 한번의 패스 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티아고는 팬들의 한숨을 자아내는 드리블 미스를 보여줬다.

결과는 0대0. '닥공' 기조를 날려버린, 역대급 '졸전'이었다. 당연히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서포터스는 “김두현 나가!“를 외쳤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지면 안 되는 경기였고, 인천이 역습을 노리는 축구를 하기 때문에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거기 대응하다 보니 역습 나가는 타이밍이 있어도 살리지 못해 아쉽다“며 “공격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기회를 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선수 변화로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지 않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하더라도, 이날 김 감독의 대응은 아쉬웠다. 잔류 안정권인 9위를 노리는 대신 최하위만 피하겠다는 지극히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며, 최악의 경기를 자초했다.

전북은 최근 3경기 동안 득점이 없다. 인천전에 앞서 치른 대전(0대2), 제주전(0대1)에서도 골을 넣지 못했다. 대전, 제주전에서는 무려 29개의 슈팅을 때렸고, 기대득점값도 3골을 넘어갔으니, 김 감독 입장에서는 결정력 부재와 운을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전문 공격수를 모두 벤치에 앉혀두고, 미드필더들을 위로 올려 기동력에 초점을 둔 공격진을 운용한 선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목표대로 지지 않는다고 해도 전북의 순위는 11위다.

물론 강등의 위기에 빠진 현재, 과거 같은 '닥공'을 펼치기는 어렵지만, 전북 정도의 스쿼드라면 그것도 홈이라면 골을 넣기 위한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고, 잔류할 수 있다. 닥공의 모토는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평범한 스포츠 격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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