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24 22:36:10]
삼성생명 가드 이주연은 코트 밖에선 밝고 쾌활한 성격이지만, 코트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악착같이 뛰면서 상대 공격을 괴롭게 만드는 선수다. 십자인대 부상이라는 큰 시련도 잘 이겨낸 이주연은 이번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팀원들과 함께 우승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주연을 <루키>가 만났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인성여고 출신의 가드 이주연은 2017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삼성생명에 지명됐다. 당시를 돌아봐달라고 하자 오고 싶었던 팀에 와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는 이주연. 2017-2018시즌에는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예도 안았다.
“정말 오고 싶었던 팀이었어요. 학창 시절 때부터 가고 싶었던 팀에 뽑히게 돼서 너무 영광이었죠. 그땐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삼성생명하면 분위기가 좋은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재활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삼성 하면 한국 최고의 기업이잖아요.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어린 선수들이 많이 가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요.“
“신인왕은 일단 저도 운이 좋게 받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선수 하면서 딱 한 번밖에 받을 수 없고 그 시기에 한 번 받을 수 있는 걸 제가 받게 되어서 기분은 좋아요.“
이주연이 프로에 와서 본격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2018-2019시즌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 시리즈였다. 리그 최고의 가드 박혜진을 상대로 철통 수비를 선보인 이주연은 팀의 업셋을 이끌며 임근배 감독의 깜짝 기용에 보답했다.
“준비는 계속하고 있었지만 워낙 팀에 잘하는 언니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감독님께서 불러주시면 안에 들어가서 최선을 다해 뛰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연차도 낮았고 제가 뭘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그냥 언니들 따라서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박)혜진 언니랑 매치업하면 어떻게든 최대한 득점을 주지 말자고 생각하고 막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후 이주연은 2020-2021시즌 팀의 정상 등극과 함께 처음으로 우승 반지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100% 만족할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부상 여파로 부진했던 시기였기 때문.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다음 시즌을 준비했고, 2021-2022시즌 평균 10.7점 4.8리바운드 3.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성적을 찍었다.
“우승했을 땐 그래도 첫 번째 우승인데 일단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있었죠. 부상으로 재활만 하다가 들어왔는데 일단 같이 뛰어서 우승을 했으면 더 뜻깊었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죠. 다음에는 내가 주축으로 뛰어서 우승해보자는 마음이 있습니다.“
“부상으로 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고 저도 그때 FA 나오기 전이라 어린 선수 축에 속했어요. 팀에서 계속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어린 선수들끼리 힘을 내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우승 시즌 끝나고부터 열심히 운동했죠.“
시련 속에 얻은 것
좋은 성적을 낸 이주연은 FA 시장에서 타 구단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큰 고민 없이 삼성생명과 5년 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곧바로 시련이 찾아왔다. 2022년 12월 27일 우리은행 전에서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긴 시간을 재활로 보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주연의 회복 속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빠른 편이었다. 타고난 신체를 보유하기도 했고, 선수 또한 트라우마 없이 재활에 매진한 덕분에 이주연은 건강하게 코트에 돌아올 수 있었다.
“FA 때요? 사무국장님이나 코치, 감독님께서 너무 신경을 잘 써주셨어요. 다른 팀에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원활하게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고민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5년 있었고 FA 때 5년 계약을 채웠어요. 이제 더 잘해서 오랜 시간을 같이하면 너무 영광이지 않을까 싶어요.“
“십자인대 딱 끊어졌을 때, 경기력이 계속 좋지 않다가 올라오려는 시점이었어요. 아, 큰일 났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수술하고 재활하면서 밖에서 배운 것도 많아요. 그래서 그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동생들이 들어오고 하면서 저도 언니고 하니까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운동할 때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많이 배웠어요. 운동할 때 너무 100%로 한다고 말려주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깨달았죠.“
“일단 제가 십자인대만 끊어진 덕분에 회복이 빨랐어요. 그리고 근력이 보통 선수보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하체 근력이 좋아서 회복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허벅지 근육은 타고난 게 있다고 느꼈어요. 다행히 트라우마도 딱히 없었어요. 안 아프니까 그냥 덤볐던 것 같아요.(웃음) 아팠으면 몸을 좀 사렸을 텐데 그냥 안 아프니까 생각하지 않고 뛰었죠.“
순조롭게 회복한 이주연은 지난해 11월 6일 열린 하나원큐와의 2023-2024시즌 개막전을 통해 복귀했다. 오랜 공백이 무색하게끔 첫 경기부터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고, 부상 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난 시즌 팀 앞선이 부상으로 애를 먹는 와중에도 26경기에 출전하며 건강하게 복귀를 알렸다.
“시즌 들어가기 전에는 수술 후 첫해니까 더 다치지 말자고 생각하고 뛰었어요. 근데 뛰다보니까 욕심이 생겨서 오버할 때가 있었죠.(웃음)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 건데 그런 건 아쉽지만 그래도 다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요.“
하상윤호의 삼성생명, 이주연이 바라보는 곳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삼성생명은 임근배 감독이 물러나고 하상윤 코치가 지휘봉을 잡는 변화를 맞이했다. 하상윤 감독은 감독을 맡은 뒤 인터뷰에서 다부진 수비를 바탕으로 팀컬러를 Bad Girls로 가져가겠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면서 이주연의 악착같은 면모와 수비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구단에 계속 계셨던 분이라 적응하기에는 훨씬 수월했어요. 수비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에요. 기본기도 굉장히 중요하게 보시고 기본기와 수비 위주로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슈팅 같은 부분에 있어서도 세밀하게 잡아주세요.“
“저도 감독님께서 원하는 배드걸스에는 아직 못 미치는 것 같아요.(웃음) 새로 온 (김)아름 언니까지 해서 저희가 나서서 더 싸워서 감독님의 기대치에 도달할 수 있게끔 해야죠.“
박지수와 박지현의 해외 진출과 FA 대이동으로 구단별 전력 변화가 컸던 비시즌. 새로운 시즌 WKBL은 춘추전국시대로 불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은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히고 있다. 좋은 평가에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전력에 대한 자신감도 크다.
“모든 팀 전력이 평준화가 됐다고 생각해요. 기회라는 마음도 들지만 주변에서 평가가 좋으니까 부담되는 부분도 조금은 있어요. 하지만 모든 팀이 그러겠지만 저희도 이번엔 진짜 정신을 바짝 차려서 우승을 바라보고 있고 꼭 이루겠다는 마음이 커요.“
“저희끼리 얘기할 때도 야, 우리가 우승 후보래라는 이야기도 하거든요.(웃음) 그렇지만 저희도 연습 많이 했고 어린 선수들도 많이 올라왔어요. 아프지만 않으면 정말 자신 있습니다.“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잖아요. 각자의 장점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감독님께서 강조하시는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더 많은 것 같아요. 기록을 보면 저희가 공격 지표가 그렇게 좋지 않았거든요. 확률을 높이면서 잘하는 걸 밀어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롤모델로 여자농구 레전드이자 삼성생명 코치인 이미선 코치를 꼽은 이주연. 수비에서만큼은 확실하게 본인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다가오는 시즌 목표는 슛 성공률을 높여서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발휘하는 것이다.
“제가 최근에 고등학교 때 기사를 봤는데 수비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인터뷰한 걸 딱 봤어요. 그걸 보면서 되게 뭉클하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저를 수비로 기억해주시는 만큼 은퇴할 때도 저 선수 수비 하나는 진짜 잘했다는 타이틀을 갖고 은퇴하고 싶어요. 물론 공격도 잘하면 너무 좋지만 일단 수비를 중점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이미선 코치님이 롤모델입니다. 가드시지만 포스트업도 잘하셨고 수비도 잘하시고 패스가 진짜 좋으시잖아요. 딱 여유도 있으시고 정말 신기하거든요. 힘들이지 않고 딱딱 하시는 게 보여서 진짜 코치님처럼 농구를 하고 싶어요.“
“일단 이번 시즌 팀적인 목표는 다들 당연히 우승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우승이 목표고 개인적으로는 슛 성공률을 높이는 게 목표에요. 3점슛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싶고 감독님과 점프슛 연습도 하고 있어요. 그걸 시즌 때 써먹을 수 있도록 더 연습할 겁니다.“
“지난 시즌에 팬분들 덕분에 정말 많은 힘을 얻었어요. 아쉽게 끝냈지만 이번 시즌에는 응원 열심히 해주시면 아쉽지 않은 시즌을 같이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이주연 프로필
포지션 : G
신장 : 171cm
생년월일 : 1998.5.29
출신학교 : 연학초-인성여중-인성여고
드래프트 : 2017 WKBL 신입선수 선발회 전체 2순위
사진 = 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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