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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FC안양이 창단 11년 만에 승격의 꿈을 이뤄냈다.

안양은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자력 우승까지 승점 1점을 남겨둔 안양은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모두 채웠다. 승점 62점의 안양은 남은 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창단 11년 만에 처음으로 K리그2 챔피언에 오른 안양은 다음 시즌 K리그1에서 뛰게 된다.

2013년 창단돼 K리그2 무대에 입성한 안양은 2019시즌과 2021, 2022시즌 세 차례나 플레이오프(PO) 무대에 올랐지만, 단 한차례도 승격하지 못했다. 특히 2022시즌에는 승격의 마지막 관문인 승강 PO까지 진출했지만, 당시 K리그1에 있던 수원 삼성과의 2차전 연장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아쉽게 패한 바 있다. 안양은 이번 승격으로 FC서울과의 '연고이전 라이벌전'도 완성했다. FC안양은 LG치타스가 안양을 떠나 서울로 연고지를 옮겨 FC서울로 거듭나면서 탄생됐다. 안양 팬들이 그토록 원한 서울과의 더비가 성사되며, 기쁨은 두배가 됐다. 안양 팬들은 승격 후 홍염을 피우며, 축하파티를 벌였다.

사실 올 시즌 안양의 승격을 전망한 이는 많지 않았다. 개막 전 승격 예상구도에서도 다크호스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안양은 시즌 내내 놀라운 질주를 이어가며 아무도 예상 못한 승격 드라마를 완성했다. 안양의 기적같은 승격을 만든 세 남자가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과 이우형 테크니컬 디렉터, 그리고 유병훈 감독이다.

구단주인 최 시장은 안양의 산파 역할을 했다. 안양을 창단한 것은 최 시장의 작품이다. 그냥 낳은 것만이 아니다. 안양이 지금까지 잘 자랄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8년 7월 다시 안양시장 자리에 오른 최 시장은 그저그런 행보를 보이던 안양을 바꿨다. 적극적인 투자로 강호 반열에 올렸다. 안양이 최근 PO 무대에 오른 것도 그가 재부임한 이후다.

최 시장은 축구에, 그리고 FC안양에 진심이다. '구단주를 하기 위해 시장이 됐다', '최 시장을 만나려면 안양종합운동장에 가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최 시장보다 더 많이 경기장을 찾는 지자체장은 없다. 그는 VIP석이 아닌 서포터스석에서 경기를 보며 팬들과 호흡한다. 웬만한 서포터스 뺨치는 열정을 자랑한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글을 SNS에 올리는가 하면, 지난 수원과의 승강 PO 패배 후에는 펑펑 울기도 했다. 그는 승격 후 SNS를 통해 '이 자랑스러운 순간은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팬 여러분의 변함없는 응원이 함께 이룬 결과'라며 '안양시도 구단과 함께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FC안양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우형 디렉터는 안양의 뿌리다. 그는 안양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고양국민은행부터 팀을 이끌었다. 2013년 안양의 초대 사령탑을 맡았던 이 감독은 2015년 6월 그만뒀다가 2019년 전력강화부장으로 복귀했고, 2020년 12월 다시 감독직에 올랐다. 2021시즌과 2022시즌 아쉽게 승격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이 디렉터는 오랜기간 안양의 초석을 다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결단을 내렸다. 후배인 유병훈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고 2선으로 후퇴했다. 자신을 오랜기간 보좌한 유 감독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축구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 디렉터는 유 감독의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필요하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필요한 부분을 얻기 위해서는 대신 싸워주기도 했다. 유 감독은 승격 후 은사에 감사의 말을 가장 먼저 전했다.

안양의 꽃을 피운 것은 유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꽃망울이 모아졌다 펴지 듯 경기 상황에서 자유자재로 또 남보다 빠르게 모아졌다 펴졌다 하며 상대를 혼돈에 빠뜨리는 색깔“이라는 '꽃봉오리 축구'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현란한 말의 향연 대신 실력으로 보여줬다. 유 감독은 그간 코치로 쌓은 내공을 모두 폭발시켰다. 탁월한 선수단 관리, 견고한 전술, 기민한 교체술 등 모든 면에서 인상적인 지도력을 과시했다.

안양은 초반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4월, 1위로 올라선 안양은 6월 2일부터는 다섯달 동안 줄곧 1위를 지켰다. 중상위권의 대혼돈 속에서도 안양은 흔들림이 없었다. 물론 핵심 공격수 단레이의 부상 이탈, 시즌 막바지 3연패 등 위기도 있었다. 유 감독은 오랜기간 함께한 베테랑과 힘을 합쳐 고비를 넘었다. 초보 답지 않은 유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꽃봉오리는 만개했다. 유 감독은 팬들, 그리고 가족에 승격의 공을 돌렸다. 그는 “안양 창단에 청춘을 바친 팬들 덕에 안양이 있다. 그분들께 청춘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릴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암 투병 중인 부인에게 기쁨을 돌려주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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