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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기분이 썩 좋진 않다.“

17일 잠실구장.

이날 만루 홈런을 친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의 표정은 덤덤했다. 30홈런-30도루 달성 뒤 “앞으로의 홈런은 보너스라 생각하겠다“던 그였지만,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기쁨보단 고민이 좀 더 묻어나는 표정.

김도영에게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타격 감이 아직 좋질 않다. 그러다 보니 기분이 좀 다운돼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기록을 보면 김도영의 처진 기분이 이해가 갈 만하다. 이날 LG전까지 김도영의 최근 10경기 타율은 2할5푼7리(35타수 9안타) 2홈런 7타점. 시즌 타율(3할4푼4리 151안타 31홈런 89타점)과는 1할 가까운 차이가 난다. 개막 첫 달을 제외하고 줄곧 3할 이상이었던 월간 타율 역시 8월 들어 2할7푼1리다.

김도영은 “공은 보이는 데 스트라이크-볼 구분이 안된다. (장염 후유증으로 부진했던) 5월과는 좀 다른 느낌“이라며 “내가 생각하는 공이 올 때 과감하게 배트가 나가면 인플레이 타구로 나가는데 지금은 땅볼이나 스윙이 되니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9호 홈런 이후 한동안 안 좋았을 때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지만, 생각을 줄이고 단순하게 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김도영이 '감'을 잡았다고 볼 만한 타구는 뭘까. 김도영은 “라이너성 타구가 많이 나와야 한다. 파울도 뒤로 가는 게 아니라 1루 쪽 관중석으로 가는 게 나올 때가 감이 좋았다“고 밝혔다.

나날이 발전함에도 갈증을 느끼는 천재. '캡틴' 나성범은 “(김)도영이에게 타격법을 물어보고 싶을 정도“라고 칭찬하기도.

이에 대해 김도영은 “아마 (나)성범 선배님은 물어보지 않으실 것이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나와 비슷한 느낌은 아닌 것 같다“고 씩 웃은 뒤 “지금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께 하면서 내가 이것저것 묻지만, 내게 먼저 물어보신 적은 없다. 아마 내게 묻지 않으셔도 다 알고 계실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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