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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에당 아자르의 2막은 '행복'이다.

아자르는 2023년 10월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는 개인 SNS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멈춰야 할 때다. 16년 동안 700경기 이상을 치렀다. 나는 프로 축구 선수로서의 경력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내 꿈을 이뤘고, 전 세계 많은 경기장에서 뛰며 즐겁게 플레이했다'고 했다. 이어 '내 경력 동안 훌륭한 감독, 코치, 팀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좋은 시간을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제가 뛰었던 릴, 첼시, 레알 마드리드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벨기에 대표팀에도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모든 곳에서 격려해 주신 팬 여러분께 큰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아자르는 한때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2007년 프랑스 리그1의 릴에서 데뷔한 아자르는 어린 나이에 빠르게 프랑스 무대를 지배했다. 2010~2011시즌과 2011~2012시즌까지 2년 연속 리그 MVP를 차지했다. 릴은 아자르의 활약에 힘입어 2010~2011시즌에 무려 56년 만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아자르를 향해 빅클럽의 구애가 쏟아졌다.

행선지는 첼시였다. 첼시는 2012년 3300만유로에 아자르 영입에 성공했다. 아자르는 단숨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왕으로 불렸다. 아자르는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리오넬 메시에 버금가는 엄청난 드리블을 구사했고, 전문 플레이메이커 못지 않은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과시하며 첼시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첫 시즌부터 모든 대회 62경기에 출전해 13골-13도움을 기록했다.

첼시에서 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 동안 아자르는 통산 352경기에서 110골-92도움을 기록했다. 2014~2015, 2016~2017시즌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또 2012~2013, 2018~2019시즌에는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개인 수상 역시 화려하다. 2014~2015시즌 EPL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다. EPL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8~2019시즌에는 도움왕을 차지했다. 그해 리그 32경기에 출전해 16골-15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을 펼쳤다. 슈퍼스타가 즐비했던 벨기에 황금세대 속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하며 조국을 2018년 러시아월드컵 4강으로 이끌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끝 아자르는 2022년 12월 SNS를 통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아자르는 벨기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126경기에 출전 33골-36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유벤투스로 떠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무려 9000만파운드에 아자르를 데려왔다. 호날두, 리오넬 메시에 버금가는 선수로 평가받았던 아자르인만큼, 당연한 선택이었다. 세계 최고만 택하는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 택할 선수는 오로지 아자르 뿐이었다. 벨기에 대표팀과 함께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3위, 첼시와 함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시기, 꿈이었던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 됐다. 악몽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할 정도로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입단 첫 해 같은 벨기에 출신 뫼니에에게 태클을 당해 수술대에 오른 아자르는 이후 전혀 첼시 시절의 아자르를 재현하지 못했다. 부상은 반복됐고, 자신감은 떨어졌다. 그럴수록 몸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자기관리도 최악이었다. 축구선수 답지 않은 뚱뚱한 몸상태가 이어지며 조롱거리가 됐다. 인스턴트를 좋아하는 좋지 못한 식습관 때문이었다. 그는 '뚱보', '버거킹'으로 불렸다. 당연히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지네딘 지단 감독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그를 외면했다. 스페인 언론의 비판은 갈수록 커졌다.

물론 트로피 수집은 화려했다. 아자르는 4시즌 간 유럽챔피언스리그, 클럽월드컵, 유러피언 슈퍼컵,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코파델레이, 슈퍼컵 등을 차례로 들어올렸다. 하지만 중심에 선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모두 다른 동료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와 펼치는 세계 최고의 라이벌전, 엘 클라시코 출전은 한번도 없었다. 아자르가 얼마나 레알 마드리드 중심에서 멀어져 있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중요한 순간마다 외면 당했다. 아자르는 결국 레알 마드리드에서 단 54경기만을 소화하며 쓸쓸이 물러났다.

세부 기록을 보면 그가 얼마나 부진했는지 알 수 있다. 통계 업체 스쿼카는 아자르가 프리메라리가에서 기록한 숫자를 공개했는데, 초라하기 그지 없다. 2525분을 출전해, 상대 박스 안에서 기록한 터치는 단 200번에 불과하다. 돌파 성공은 90번게 그쳤고, 기회 창출은 61회 뿐이었다. 4시즌간 날린 슈팅은 44번, 그 중 유효슈팅은 단 26회였다. 빅찬스 창출은 7번 뿐이었다. 4골-7도움, 이게 아자르의 스코어였다. 한 시즌 평균 1골, 도움 1.75개, 빅찬스 창출 1.75개, 슈팅 11회였다. 한 시즌 동안 이렇게 했다해도 최악의 시즌이라 했을텐데, 무려 4시즌간 만든 숫자다. 첼시 시절 화려했던 기록을 생각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은퇴 후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아자르, 그의 아버지인 티에리 아자르는 아들이 은퇴 후 다시 행복을 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RTL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다시 행복해졌다. 자선 경기들에 나서면서 축구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아자르는 최근 상암에서 열린 아이콘 매치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티에리는 “인생의 전후반을 보냈으니 이제 연장전을 즐길시간이다. 이제 그는 원한다면 담배도 필 수 있고, 햄버거도 먹을 수 있다“며 “아들에게 축구는 즐거움이었다. 말년에는 더이상 축구를 즐기지 못했다. 나도 언젠가부터 아들의 경기를 보러가지 못했다. 아들에게 '네가 즐겁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즐겁게 할 수 없다'고 조언했고, 아들은 레알 마드리드와의 계약이 1년 남았지만 은퇴를 선언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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