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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블루테온이 무려 6세트짜리 연습경기를 치렀다.

일본 전지훈련을 소화 중인 대한항공이 27일 오사카 블루테온 체육관에서 블루테온과의 두 번째 연습경기를 가졌다. 26일에 치른 연습경기에 이어 연일 맞붙은 두 팀이었다. 다만 이번 연습경기는 독특한 방식으로 치러졌다. 일반적으로 연습경기는 25점제-4세트로 치러지지만, 이번 연습경기는 15점제-7세트로 계획됐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와 같은 방식을 선택한 이유로 “모든 선수들이 코트를 밟도록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실전과 유사한 방식인 25점제-4세트 제도로는 코트를 밟기 어려운 선수들에게도 실력을 증명할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 경기 전 틸리카이넨 감독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정지석은 리베로로 뛸 것”이라는 흥미로운 귀띔도 해줬다. 


블루테온의 로랑 틸리 감독이 틸리카이넨 감독의 제안에 응하면서, 색다른 스타일의 연습경기가 진행됐다. 다양한 방식의 선수 구성을 예고한 틸리카이넨 감독은 1세트부터 26일 경기와는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아레프 모라디(등록명 아레프)를 아포짓으로 기용하면서 쌍포를 구축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에는 곽승석이 들어갔다. 한선수와 요스바니는 백 파이프 호흡을 맞추는 등 바뀐 자리에서도 좋은 호흡을 맞췄다.

2세트에도 1세트와 같은 라인업이 유지된 가운데, 쌍포 조합을 기용할 때 생기는 불안 요소와 기대 요소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김규민이 전위에 서고 요스바니가 6번에 위치하는 로테이션에서의 짧은 볼에 대한 수비가 아직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 보인 건 불안한 부분이었지만, 요스바니-아레프가 나란히 붙어 상대 블로커를 흔드는 공격을 구사하는 장면은 긍정적인 쪽으로 인상적이었다.

3세트에는 세터가 한선수에서 유광우로 교체됐다. 유광우는 블루테온의 블로커들을 손쉽게 흔들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가하면 요스바니는 리시브를 한 뒤 빠르게 잘라 들어가는 공격을 가볍게 성공시키며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4세트에는 라인업 변동이 컸다. 김민재와 정한용이 선발로 나섰고, 리베로 자리에도 송민근이 먼저 나섰다. 정한용이 들어오면서 요스바니는 아포짓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이후 5세트에는 곽승석까지 빠지고 이준-정한용 아웃사이드 히터 조합이 꾸려졌고, 김형진과 김준호가 더블 스위치로 코트를 밟기도 했다.

6세트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예고했던 리베로 정지석이 코트에 등장했다. 리베로 유니폼이 없었던 정지석은 즉석에서 유니폼을 뒤집어 흰색으로 만드는 재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이수황‧김준호‧김형진‧진지위까지 선발 출전하며 가장 신선한 조합이 완성됐다. 김준호가 다이렉트 공격으로 이번 전지훈련에서의 첫 득점을 터뜨리자 모든 형들이 하나 돼 환호성을 보내는 장면에서는 흐뭇한 웃음이, 정지석이 리베로 동선에 익숙하지 않아 자잘한 실수를 저지를 때 선수들이 잔소리를 퍼붓는 장면에서는 유쾌한 웃음이 유발됐다.


이날 경기의 마지막 세트가 진행되나 싶던 찰나, 블루테온 선수들이 갑자기 코트 위에 도열했다. 심지어 아웃사이드 히터 나카모토 켄유는 장난스럽게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은 상태인 블루테온이 경기의 조기 종료를 희망한 것. 대한항공 선수들은 유쾌하게 이를 받아들였고, 이날의 연습경기는 6세트를 끝으로 종료됐다.

파격적이었던 두 번째 연습경기를 끝으로, 대한항공의 오사카 훈련 일정은 모두 종료됐다. 두 팀의 선수들은 코트 위에 모여 화기애애하게 단체사진을 촬영하며 일정 마무리를 기념했다. 이제 대한항공은 28일 신칸센을 통해 도쿄로 이동한다. 도쿄에서는 대한항공의 코치였던 캐스퍼 부오리넨 감독이 이끄는 도쿄 그레이트베어스와의 협업이 예정돼 있다.

사진_오사카/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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