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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일단 5이닝은 반드시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 5-0 리드. 애런 윌커슨(35·롯데 자이언츠)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윌커슨은 지난달 29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에서 10승 도전에 도전했다. 직전 등판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7이닝 3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원망스럽게 하늘을 바라보던 중. 결국 비가 잦아들었고, 정비 끝에 경기가 시작됐다. 1시간 넘게 중단이 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 실점이 나왔지만, 타선이 다시 한 번 도와줬고, 11-3 리드에서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마운드 상태가 좋지 않고, 비도 중간에 많이 내려 불펜진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롯데는 무박2일 경기 끝에 14대11로 승리했다. 윌커슨은 시즌 10승 째를 챙겼다.

7월부터 윌커슨에게는 좀처럼 승리가 닿지 않았다. 5경기에 등판해 2패만 떠안았다. 내용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퀄리티스타트가 두 차례 있었고, 6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킨 건 총 세 번이었다.

윌커슨은 “후반기에는 운이 안 따랐던 거 같다. 수비도 좋고 모든 장면이 좋았는데 운이 안 따라주니 성적으로 반영이 안 됐던 거 같다. 선수들이 지금 잘 치고 있고, 수비도 잘해주고 있다. 좋은 분위기가 온 만큼,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불운'의 끝을 경험할 뻔한 한화전. 윌커슨은 “라커룸에서 계속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머릿속으로 집중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앞선 만큼, 5이닝이라도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올라가서는 조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10승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 팀 타자들이 점수도 내주는 등 좋은 모습 보여줘서 승리한 거 같다“고 했다.

윌커슨이 10승에 열망을 보였던 이유는 지난 2017년 더블A에서 거둔 이후 7년 만이었기 때문. 윌커슨은 “10승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7년 만에 채우게 되다보니 많은 기대를 했다“라며 “7년 전에는 조금 어려서 몸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던 거 같다. 이제는 구단이 필요한 기대치에 맞추려고 한다“고 했다.

1차 목표 달성. 그러나 다음을 바라봤다. 그는 “나머지 경기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15승까지 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선수로 시즌 중반에 합류한 그는 올 시즌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켜가며 27경기 10승8패 평균자책점 3.95로 성공적인 1년으로 보내고 있다. 100% 만족은 없었다. 그는 “더 길게 던져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직 이닝을 길게 끌고 간 경기가 많이 없는데 비시즌 때 잘 준비하면서 루틴도 바꿔보려고 한다“라며 “남은 기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에도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윌커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중 하나는 롯데 팬의 열광적인 응원. 윌커슨은 “그동안 전혀 느껴본적 없는 경험이었다. 마운드에 내려올 때 수많은 관중들이 이름을 불러주는 풍경은 아직도 신선하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이라고 이야기했다.

롯데는 2일까지 56승3무62패로 5위 KT 위즈(62승2무63패)에 2.5경기 벌어진 7위다. 충분히 가을야구 진출이 가능한 위치다. 윌커슨은 “나머지 등판 모두 이겨서 15승을 채우고 싶다. 우리팀은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이면 또 가을야구도 가능하지 않을가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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