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27 00:54:07]
필라델피아에서 새로운 빅3가 뭉쳤다. 빅3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데 필라델피아는 시대 역행을 외쳤다. 이들의 조합에 대한 걱정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관건은 여러 변수를 딛고 40년 넘은 우승 갈증을 풀 수 있을지다. 결국은 결과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대릴 모리의 수완
필라델피아는 올여름 FA 시장을 앞두고 대부분의 내부 선수들의 FA 자격을 얻었다. 조엘 엠비드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주요 선수들의 계약이 만료된 상황이었다.
덕분에 샐러리캡에는 8,000만 달러에 달하는 여유분이 생겼다. 하지만 그만큼 어떤 행보를 가져가느냐가 정말 중요했다.
1994년생인 엠비드는 다가오는 시즌이 벌써 30세 시즌이었다. 이번 FA 시장에서 제대로 된 전력보강을 하지 못하면 엠비드의 전성기를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우승을 원하는 필라델피아에게 절대 벌어져선 안 될 일이었다. 자칫하면 계약 기간이 3년(2+1) 남은 엠비드가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상황이 오는 시즌 혹은 그 다음 시즌에 벌어질 수도 있었다.
여러 대형 선수 영입설이 무성한 가운데 필라델피아가 폴 조지 영입에 성공했다. 4년 간 2억 1,158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제한적 FA였던 타이리스 맥시와는 5년 간 2억 385만 달러의 맥시멈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필라델피아는 '더 프로세스' 시도의 새로운 빅3를 구축했다. '엠맥폴' 트리오가 결성된 것이다.
대릴 모리 사장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빅3의 퍼포먼스만으로는 파이널 우승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수년 간 여러 팀들을 통해 이미 증명된 상황이었다. 롤 플레이어 보강도 함께 이뤄져야 했다.
내부 FA였던 켈리 우브레 주니어를 2년 1,630만 달러에 잡았고 마이애미의 3&D 포워드 케일럽 마틴을 4년 3,504만 달러에 붙잡았다. 안드레 드러먼드(2년 1,000만 달러) 영입으로 백업 빅맨진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로컬 베테랑 가드 카일 라우리(1년 330만 달러)와 슈팅력이 여전히 위협적인 에릭 고든(2년 677만 달러)도 계약했다.
윙 라인에서 에너자이저가 될 수 있는 케년 마틴 주니어(2년 1,600만 달러)와 계약하고 16순위 신인 자레드 맥케인(윙)과 41순위 신인 아뎀 보나(빅)까지 잡았다. 이로써 필라델피아는 2024-2025시즌 로스터 구성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숨 쉴틈 없이 계약을 해낸 여름이었다.
맥비드에 폴 조지까지
조엘 엠비드-타이리스 맥시로 이어지는 맥비드 콤비는 이미 그 위력이 검증된 조합이다.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는 시즌 첫 42경기에서 29승 13패를 기록했다. 조엘 엠비드가 장기 결장하지 않고 함께 하던 시기였다.
당시 필라델피아의 순위는 동부 3위. 2위 밀워키에 불과 반 게임, 1위 보스턴에 4경기 뒤져 있었다. 엠비드가 건강하게 계속 뛰었다면 아마 필라델피아는 동부 탑4의 위치를 유지하며 상위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엠비드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필라델피아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갔다. 9경기에서 1승 8패라는 끔찍한 부진을 보이는 등 쉴새 없이 연패를 했고 결국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통해 간신히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7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뉴욕과 혈투를 벌인 끝에 탈락했다.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지난 시즌 엠비드-맥시 콤비가 함께 코트를 밟은 총 958분 25초의 시간 동안 필라델피아는 +11의 온코트 공수효율 마진을 기록했다.
특히 둘이 함께 뛸 때 경기당 자유투 시도(+5.8개)와 성공 개수(+6.4개)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고, 야투율(+3.8%)과 어시스트(+2.4)도 눈에 띄게 늘었다.
엠비드와 맥시의 조합은 단순한 개인 공격의 조합이 아니다. 둘 모두 뛰어난 1대1 공격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2대2 파트너로서의 시너지도 훌륭하다. 엠비드가 맥시를 위해 볼 스크린을 세팅하는 기본적인 2대2는 물론 엠비드가 맥시를 위해 핸드오프 패스를 건네는 핸드오프 기반 2대2, 맥시가 엠비드에게 패스를 던지고 달려가서 핸드오프 2대2를 펼치는 스냅 액션, 여기서 파생되는 엠비드의 기습적인 드리블 돌파 등 다양한 파생 공격이 발생한다.
엠비드가 로우 템포에서 강력한 1대1 공격수이자 컨트롤 타워라면, 맥시는 오픈 코트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파괴하는 트랜지션 공격수다. 수비 성공 후 빠르게 반대 코트로 넘어가 아웃렛 패스를 1인 속공으로 마무리하거나, 볼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하프라인 근처에서 세팅된 드래그 스크린을 활용해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돌파하는 공격이 너무 위력적이다. 여기에 엠비드와 맥시 모두 외곽 슈팅까지 갖추고 있어 상대 입장에서는 막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
자, 여기에 폴 조지가 추가된다면 어떨까?
지난 시즌 폴 조지는 캐치앤슛 성공률이 45%에 달한 선수였다. 이 기록이 지난 시즌에 유난히 좋았던 '아웃라이어'였던 점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폴 조지는 좋은 슈팅력을 활용한 스팟업 공격도 매우 잘 펼치는 선수다. 온-볼 공격과 오프-볼 공격에 모두 능한 폴 조지의 강점은 맥시-엠비드라는 확실한 듀오가 이미 있는 필라델피아아에 크게 두 가지를 가져다준다.
첫째, 엠비드나 맥시가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토바이어스 해리스 같은 선수들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난 몇 년 간과 달리 필라델피아는 이제 믿고 맡길 수 있는 새로운 공격수가 생겼다. 야투 기복이 있긴 하나 '터지는 날' 만큼은 폴 조지는 리그 어떤 선수도 부럽지 않은 강력한 공격수다. 팀 전체 공격을 소위 '멱살 잡고' 끌고 갈 수 있는 선수다.
엠비드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매일 온 힘을 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폴 조지의 존재로 인해 이제는 엠비드는 물론 맥시까지 완급 조절을 해가며 정규시즌을 치를 수 있다. 이는 곧 매년 봄만 되면 골칫거리가 되었던 엠비드의 부상 이슈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둘째, 엠비드와 맥시가 공격의 선봉에 섰을 때도 문제없이 코트 위에서 공전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폴 조지의 뛰어난 슈팅력과 스팟업 공격 능력은 빅3의 공존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는 요소다. 오프-볼 무브를 활용한 움직임이 좋고 가만히 서서 캐치앤슛 기회를 노리거나 상대의 로테이션 수비를 돌파와 풀업 점퍼로 공략할 수 있는 폴 조지는 볼 터치가 필요한 엠비드-맥시 듀오에게 너무 잘 맞는 파트너다. 필라델피아의 신흥 빅3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문 빅3의 시대, 필라델피아의 시대 역행
2010년대 NBA는 그야말로 빅3의 시대였다. 보스턴 빅3를 시작으로 마이애미, 클리퍼스, 브루클린, 골든스테이트, 클리블랜드 등이 빅3로 우승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마이애미, 골든스테이트, 클리블랜드 같은 확실한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NBA에는 슈퍼스타 트리오를 구축해야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는 일종의 우승 공식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근래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골든스테이트 왕조를 마지막으로 빅3=우승후보라는 공식은 무너지고 있다. 2019년 토론토, 2020년 레이커스, 2021년 밀워키, 2023년 덴버는 모두 빅3의 팀이 아니었다. 이들도 3인방으로 부를 만한 조합은 있었으나 슈퍼스타 3인의 조합을 꾸리지는 않았다.
2020년 레이커스처럼 원투 펀치(르브론-AD) 조합을 중심으로 로스터를 구성하거나 토론토, 밀워키, 덴버처럼 슈퍼스타 1명에 올스타 레벨 선수 1-2명 정도를 조합하고 롤 플레이어들을 탄탄하게 로스터에 모으면서 전력을 극대화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2023년 여름 세컨드 에이프론 규정이 새 노사협약을 통해 발효되면서 슈퍼스타 3명을 동시에 보유하는 빅3로 로스터를 장기간 운영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적어도 당분간은 NBA에서 빅3를 구축해 장기간 우승에 도전하는 그림은 보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필라델피아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을 했다. MVP 레이스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온 조엘 엠비드와 폴 조지에 지난 시즌 MIP 수상자이자 올스타 가드 타이리스 맥시를 조합애 빅3를 결성했다.
필라델피아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케빈 듀란트, 데빈 부커, 브래들리 빌을 동시에 보유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은 지난 시즌 피닉스 같은 사례가 되는 일일 것이다. 엠비드의 매년 반복되는 부상 이슈를 고려할 때 필라델피아도 제 2의 피닉스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결국 관건은 이런 리스크를 딛고 베스트 시나리오를 써가는 일일 것이다.
탐 티보도 못지 않게 주전 혹사 논란이 있는 닉 널스 감독이 얼마나 슬기롭게 선수단을 운영하며 맞춤 전략과 자신이 원하는 농구를 잘 섞어쓰느냐가 중요하다. 때론 엠비드의 컨디션을 노골적으로 관리해야 할 상황이 있을 것이고, 때론 슈퍼스타의 개인 능력에 의존한 공격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신흥 빅3를 앞세워 필라델피아가 40년이 넘은 우승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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