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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국대 미드필더 백승호(27·버밍엄시티)와 백승호 부모는 잉글랜드 여름 이적시장 마감일인 현지시각 8월30일 늦은 밤까지 전화기가 울리기를 기다렸다. 잉글랜드 2부 챔피언십에 속한 리즈 유나이티드와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버밍엄측에 백승호 영입 제안을 한 상태였다. 버밍엄 구단이 'OK' 사인을 내려주길 바랐다. 버밍엄측이 이미 판매 불가 방침을 정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적시장 문이 닫히기 전까지 끝내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다.

백승호가 안타깝게도 이번시즌을 잉글랜드 3부 리그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버밍엄은 지난 2023~2024시즌 챔피언십에서 두 차례에 걸친 '감독 리스크'를 이겨내지 못하고 24개팀 중 22위에 머무르며 결국 3부로 강등됐다. 시즌 초엔 수뇌부에서 갑작스럽게 감독을 교체했고, 지난 1월 백승호 영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토니 모브레이 전 감독이 단 8경기를 이끌고 치료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버밍엄은 임시 감독 체제에서 반등에 실패했다. 백승호는 자유계약으로 입단한 버밍엄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리그 18경기(1골)에 출전하며 고군분투했지만, 팀의 추락을 막을 순 없었다.

백승호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변화를 모색했다. 평소 꿈꾸던 유럽의 더 큰 무대, 꾸준한 국가대표팀 발탁, 두 가지 목표를 위해선 3부리그를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시즌 버밍엄에서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안정적인 볼 처리 능력을 선보인 백승호는 리즈, 셰필드를 비롯해 헐시티, 스토크시티 등 챔피언십 구단 사이에선 '인기남'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러브콜을 날린 팀도 등장했다. 희망이 부풀어올랐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재승격을 노리는 리즈는 200만파운드(약 35억원)라는 적지 않은 이적료를 책정했다. 백승호와 개인 조건까지 미리 맞추는 등 영입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리즈 감독은 노리치를 두 번이나 EPL로 승격시킨 다니엘 파르케였다. 올 시즌 챔피언십 4라운드째 무패를 질주 중인 리즈는 유력한 승격 후보. 리즈와 함께 EPL로 진출하는 그림이 이상적이었다. 버밍엄으로서도 '공짜'로 데려온 선수를 6개월 써먹고 '35억원'에 팔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버밍엄은 끝끝내 200만파운드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버밍엄은 지난해 7월 미국 자본(셸비 컴패니스 리미티드)에 인수됐다. 미국 슈퍼볼 스타 톰 브래디가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브래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진은 팀이 3부로 강등된 이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EPL 클럽 풀럼 소속 공격수 제이 스탠스필드 영입에 무려 1500만파운드(추정)를 쏟아부었다. 2019년 선덜랜드가 위건에서 뛰던 윌 그릭을 영입할 때 들인 400만파운드를 훌쩍 뛰어넘는 잉글랜드 3부리그 이적료 신기록이었다. 버밍엄은 스탠스필드, 센터백 크리스토프 클레러, 미드필더 윌룸 토르 윌룸슨, 윙어 에밀 한손, 공격수 린던 다이크스 등 영입에만 3000만파운드 이상을 쓰는 '3부팀답지' 않은 행보로 영국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뛰던 일본 미드필더 이와토 도모키도 품었다. 3부에서 EPL까지 '직진'한 입스위치 타운의 케이스대로 2년 뒤 EPL 승격을 목표로 잡은 버밍엄은 백승호에게 책정된 200만파운드는 사실상 없어도 되는 돈이었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백승호의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지난 6월 새롭게 선임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오른팔'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도 백승호를 핵심 미드필더로 간주해 개막 후 리그 4경기에 모두 선발투입했다. 감독의 총애를 받는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백승호 영입에 실패한 리즈는 일본 출신 다나카 아오를 영입했다.

백승호는 이 시련 또한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이던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3년간의 공식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2021년 전북 입단 과정에선 불필요한 합의서 논란에 휘말리는 등 산전수전을 겪었다. 중요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번번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커리어 반등을 이뤄내고 유럽 무대에도 재진출한 백승호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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