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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한국의 '패럴림픽 원조 효자종목' 보치아가 2024년 파리패럴림픽에서 멀티 금메달 획득의 기대감을 높였다.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의 원대한 목표도 이루게 될 확률이 커졌다.

한국 보치아가 파리패럴림픽 개인전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멀티 금메달 획득을 기대케 했다.

남녀 개인전에서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 남자 BC3)과 정성준(46·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 남자 BC1), 정소영(36·충청남도장애인보치아연맹, 여자 BC2) 등 3명의 '정씨 트리오'가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최소 은메달 3개는 확보한 셈이다. 경우에 따라 '멀티금메달' 획득도 기대할 만 하다.

이들은 1일 오후(한국시각) 프랑스 수드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파리패럴림픽 보치아 남녀 개인전 준결승에서 모두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먼저 승전보를 울린 것은 정소영이었다. 여자 개인(BC2 등급)전 4강전에서 영국의 클레어 태거트를 상대로 마지막 4엔드에 결정적인 투구로 승점을 따낸 끝에 3대2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정소영은 예선(2경기)과 8강, 4강까지 3연승으로 무서운 질주했다. 2일 새벽 열리는 결승전 상대는 크리스티나 곤칼베스(포르투갈)다. 이날 정소영은 파란색 공을 잡아 1엔드부터 정확한 투구로 선취점을 냈다. 2엔드에서는 태거트가 빨간색 공을 표적구 곁에 붙이면서 2점을 가져갔다. 1-2로 역전당한 상황. 정소영은 “너무 떨리기도 하고 좋은 것 같다. 결승전에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위기는 3엔드였다. 반드시 동점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소영의 회심의 투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소영은 “상대 공을 빼내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정말 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기회에서 상대 공을 밀어내는데 성공한 정소영은 1점을 얻어 2-2로 균형을 맞췄다.

4엔드에 결판이 났다. 정소영의 콘트롤이 빛난 순간이었다. 태거트가 6번째 투구를 모두 마쳤다. 표적구에 더 가까이 있었다. 정소영에게는 2개의 공이 남은 상황. 약 2.5m 앞의 표적구를 향해 공을 던졌다. 정소영의 파란색 공은 태거트의 빨간색 공을 쳐내지 않고, '타고 넘어가' 표적구 옆에 붙었다. 정교한 힘 조절이 만든 묘기였다. 결국 이것으로 경기는 끝났다. 이미 득점 상황을 만든 정소영은 마지막 공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 정소영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 포효하며 기뻐했다.

2012 런던대회 때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정소영은 이후 긴 침체기를 겪었다. 2016 리우대회와 2020 도쿄대회에도 출전하긴 했지만, 메달은 하나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네 번째 패럴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낼 수 있게 됐다. 정소영은 “패럴림픽은 세계에서 전부 최고로 잘하는 선수들이 나오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소영의 승리 에너지가 이어진 것일까. 이어 열린 남자 개인전 4강에서 정성준과 정호원도 차례로 상대를 꺾고 결승에 오르며 기쁨의 포효성을 내질렀다.

정성준은 4강에서 영국의 데이비드 스미스를 상대로 기적같은 4대3 역전승을 만들었다.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뒤집은 터라 승리가 확정된 뒤에도 “와 나한테 이런 날이 다 오네“라며 감격해 했다. 어려운 경기였다. 1엔드에서 스미스가 무려 3점을 뽑아갔다. 1점차 승부가 많은 보치아에서 3점차는 상당히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정성준은 침착하게 한 점씩 따라붙었다. 2, 3엔드에서 1점씩 추가해 2-3을 만든 뒤 마지막 4엔드에 들어갔다. 이기려면 무조건 2점 이상이 필요했다. 여기서 정성준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 스미스가 2구째를 표적구에 붙이지 못하는 바람에 계속 투구를 해야 했다. 보치아는 표적구에 공을 더 가까이 붙이면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준다. 그러나 스미스는 여기서 공을 전부 써버렸다.

정성준에게는 무려 5개의 공이 남게 됐다.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신중하게 표적구 주변에 공을 던지며 멀티 포인트 획득을 노렸다. 결국 2점을 따내며 정성준의 역전승이 결정됐다. 정성준은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 문광호 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 감독이 내게 은인인데, 꼭 금메달을 감독님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성준은 2일 오후 6시40분에 홍콩의 존 룽과 겨룬다.

마지막으로 '세계최강' 정호원도 4강전을 승리로 마쳤다. 2008 베이징대회 페어(BC3)와 2016 리우대회 개인전(BC3), 2020 도쿄대회 페어(BC3) 등 3개의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낸 정호원은 폴란드의 다미안 이스크르츠키를 맞이해 6대1로 크게 이겼다. 1-0으로 앞선 2엔드에서 한꺼번에 4점을 획득하며 승기를 잡은 끝에 손쉽게 경기를 마쳤다. 정호원은 3일 새벽 호주의 다니엘 미첼과 금메달 매치를 벌인다.

한편, 여자 개인전(BC3)의 강선희는 준결승에서 홍콩의 케이호유엔에게 1대4로 져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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