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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10일(이하 한국시각) 대만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류중일호. 투-타 자원 컨디션 점검에 초점을 맞춘 이날, 막판에 시선을 한몸에 받은 선수는 박영현(KT 위즈)이었다.

류중일호는 이날 상대팀인 웨이취안 드래곤즈와 합의 하에 9회 점수차에 상관 없이 승부치기로 이닝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닝 선두 타자 앞 타순 타자 두 명이 1, 2루에 배치돼 무사에서 이닝을 시작하는 국제대회 룰을 그대로 가져왔다.

9회초 웨이취안 공격 때 대표팀은 박영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영현은 첫 타자의 보내기 번트 때 3루를 바라봤다. 하지만 3루수가 전진 수비하며 베이스를 비운 것을 확인하자 지체 없이 1루로 공을 뿌렸다. 타자는 아웃, 주자들은 진루하면서 1사 2, 3루가 됐다. 이 상황에서 박영현은 두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세 타자를 상대하는 데 뿌린 공은 총 11개. 보내기 번트 이후 상대한 두 타자에게 위협적인 장면은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결국 마무리 투수는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박영현의 투구에 엄지를 세웠다. 박영현에 앞서 마운드에 섰던 김택연(두산)은 “국제 대회 경험도 많고, 지금 구위도 가장 좋다“고 박영현의 투구에 찬사를 보냈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영현. 데뷔 첫 해부터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될성 부른 떡잎'으로 지목됐다. 투수 출신으로 10년 연속 10승을 거뒀고, 지도자 변신 뒤에도 '대투수' 양현종의 오늘을 있게 한 '투수 장인'에게 인정을 받은 것. 이 감독은 데뷔 첫 해부터 박영현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박영현은 2년차인 지난해 32홀드에 이어 올 시즌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하면서 KT의 수호신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

대표팀에서도 호투는 이어졌다.

첫 성인 대표팀 발탁이었던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특히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6회말 2사 2, 3루를 3구 삼진으로 막아낸 데 이어, 7회말 두 타자 연속 3구 삼진을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슈퍼라운드에선 일본전에 세이브를 챙겼고,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도 홀드를 챙기며 금빛 질주에 일조했다.

1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선 박영현. 국내에서 치러진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세이브를 챙긴 데 이어, 대만 현지 평가전에서도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돌부처' 오승환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대표팀은 새로운 수호신을 갈구해왔다. 프로 데뷔 3년차 박영현이 그 갈증을 씻어주고 있다. 이번 프리미어12는 '신 돌부처'의 탄생을 알리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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