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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빅이벤트를 선사하는 바람에….“

'시크 스나이퍼' 다웠다. 김예지(임실군청)이 주종목 탈락에서 쿨하게 첫 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김예지는 2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사격 25m 권총 본선에서 완사와 급사 합계 575점을 기록했다. 김예지는 결선 티켓이 주어지는 상위 8명에 포함되지 못했다.

김예지는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바쿠월드컵 영상이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46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냉철한 여전사 같은 모습에, 코끼리 인형을 달고 다니는 반전 매력까지 뽐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까지 '사격 세계 챔피언이 액션 영화에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도 필요 없다'고 글을 올렸다. 미국 CNN과 올림픽 공식 계정도 김예지를 언급했다.

그런 김예지의 주종목인 25m 권총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김예지는 바쿠월드컵에서 이 종목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만큼 이번 대회 두번째 메달이 가까워 보였다. 김예지는 경기를 앞두고 '내게 이런 일이 생겨서 믿을 수 없고, 대단한 영광이다. 2일과 3일에 경기가 있으니 한 번 보러 오겠느냐'고 머스크에 답글을 남겼다.

본선 경기는 크게 완사 30발과 급사 30발로 나뉜다. 먼저 완사는 5분 내로 5발을 쏘는 게 한 시리즈이고, 총 6번의 시리즈를 치른다. 급사는 표적이 3초 동안만 나타났다가 사라진 뒤 7초가 지나면 다시 등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수들은 표적이 나타난 3초 이내에 사격을 마치고 7초 동안 대기하다가 다시 3초 동안 사격해야 한다. 본선의 완사와 급사 모두 30발씩 사격해 총 60발을 쏘고, 1발당 10점이라 만점은 600점이 된다. 본선 8명의 선수는 결선에 진출해 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김예지는 완사 합계 290점을 기록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장기인 급사에서 흐름을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41번째 사격에서 0점을 쏜 것이다. 30발의 급사 사격 가운데 28발은 10점, 1발은 9점으로 높은 점수를 유지했으나 딱 한 발이 0점이 나온 게 치명타가 됐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급사는 3초 이내에 사격해야 하는데, 김예지 선수가 타이밍을 놓쳐서 0점 처리됐다“고 밝혔다.

너무나도 아쉬운 한방이었지만, 김예지는 고개 숙이지 않았다. 김예지는 “많이 기대하고 응원해주셨을 텐데 '빅이벤트'(0점)를 선사하는 바람에 여러분의 실망이 커졌을 거라 생각한다“고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이제 LA 올림픽을 다시 준비할 생각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그때는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예지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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