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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좌절과 인내, 그리고 마침내 되찾은 영광'. FC안양의 K리그1 승격에는 '영웅 서사'의 모든 요소가 들어있었다.

지난 2013년에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FC 안양이 드디어 'K리그1 승격'의 꿈을 이뤘다. 창단 11년 만이다. 안양은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에서 0대0으로 비기며 '자력 우승'에 필요한 승점 1점을 채웠다. 이로써 안양은 한 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조기확정하며 K리그1 입성의 꿈을 달성했다.

이날 부천과 무승무로 경기가 끝나며 우승이 확정된 순간, 원정 응원을 온 안양 팬들은 가슴 깊은 곳에 담아뒀던 한을 기쁨의 환호성으로 뿜어냈다. 이어 홈구장인 안양종합운동장 주위에서도 기쁨의 축제가 펼쳐졌다. 안양 서포터즈들은 특유의 '홍염'을 꺼내 들었다. 원정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돌아온 선수단을 홍염으로 맞이했다. 함성과 붉은 연기 속에는 안양 축구팬들의 오랜 한이 서려 있었다.

안양은 과거 'K리그 명문'으로 불렸던 안양 LG 치타스의 홈이었다. LG가 1996년 정부 방침에 따라 서울에서 안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뒤 2003년까지 수많은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이 기간 K리그1 우승(2000년)과 FA컵 우승(1998년) 슈퍼컵 우승(2001년) 등 많은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안양 축구 팬들은 2003년에 갑작스럽게 축구팀을 잃어버렸다. LG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고 FC서울로 탈바꿈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식적으로는 '연고복귀'라고 하지만 안양 축구팬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응원 팀을 잃어버리게 된 사건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런 시련은 FC안양의 영웅서사를 탄생시키기 위한 서막이었다.

안양 시민과 축구팬들은 하루아침에 연고구단을 잃게 된 설움과 한을 담아 '시민구단'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10년이 걸렸다. 결국 2013년 시민구단 'FC안양'이 출범하게 됐다. 대기업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안양 시민의 손으로 만든 진정한 '안양의 팀'이었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금세 오지 않았다. 시민구단은 아무래도 재정상황이 모그룹의 지원을 받는 다른 프로구단에 비해 재정 상황 등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고난의 행군이 계속 이어졌다. 영광의 무대를 눈 앞에 두고 좌절하는 순간이 반복됐다. 2019년과 2021, 2022년에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계속 미끄러졌다.

하지만 FC안양 선수단과 안양 서포터즈는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섰다. 결국 창단 11년 만인 올해 K리그2 정상에 오르며 내년부터 K리그1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러한 FC안양의 지난 11년 역사는 '시련과 좌절, 인내와 고통'을 두루 경험한 끝에 마침내 힘을 되찾아 다시 영광의 자리로 돌아온 영웅서사 그 자체다. 안양 선수들과 안양 서포터즈 모두 '영웅'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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