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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메이저리그 36승에 풀타임 선발 경력.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에릭 라우어지만, 한국 입성 후 보여주는 모습은 다소 아쉽기만 하다.

KIA 타이거즈가 야심차게 영입한 라우어는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탄탄하다. 2018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처음 빅리그에 데뷔했고, 그해 23경기를 빅리그 선발로 등판해 6승7패 평균자책점 4.34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30경기 중 29경기를 선발로 등판해 8승10패 평균자책점 4.45.

밀워키 브루어스로 팀을 옮긴 이후에는 2021~2022시즌 활약이 빼어났다. 2021시즌 24경기 중 20경기 선발 등판해 7승5패 평균자책점 3.19. 2022시즌에는 29경기 선발 등판으로 11승7패 평균자책점 3.69로 풀타임 선발 투수 맹활약을 펼쳤다. 보통 KBO리그에 오는 A급 이상 외국인 투수들도 빅리그에서는 풀타임 선발 경력을 지닌 선수가 매우 드물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특급 에이스' 에릭 페디가 계약 당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유가 바로 '현역 풀타임 선발 경력 빅리거 출신'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보통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발 요원이 빅리그에 콜업될 경우에도, 선발 기회를 잡기란 쉽지가 않다. 대부분은 마이너에서 선발, 빅리그에서는 불펜을 오가는 경우가 더 많다. 확실한 유망주가 아니면 대부분 비슷한 케이스의 선수들이 한국에 오게 된다. 빅리그에서 선발 기회를 얻고 있는데 굳이 해외 진출을 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빅리그 콜업 기회가 한번도 없었던 라우어지만, 지금까지의 커리어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KIA 영입 당시 주목 받았다. KIA도 윌 크로우의 부상 대체 선수로 알드레드를 영입했다가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자 다시 라우어를 선택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보여준 4경기에서의 모습은 아직 크게 인상적이지 않다. 11일 첫 등판에서 삼성을 상대로 3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때는 적응 기간이었다. 17일 LG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첫승을 거뒀지만, 당시에도 어렵게 5이닝을 겨우 챙기면서 타선의 득점 지원을 얻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등판한 2경기에서 각각 NC와 SSG를 상대해 5이닝 4실점, 5이닝 5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다. 2경기 연속 패전이다. 아직 표본이 많지는 않아도, 좌타자 상대 타율 1할9푼2리인반면 우타자를 상대로는 3할8푼에 달할 정도로 유독 오른손 타자에게 약한 좌완 투수라는 사실이 고민거리다.

아무리 좌타자들을 잘 잡는다고 해도, 우타자에게 거의 4할에 육박하는 피안타율이라면 상대의 노림수 라인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라우어가 이정도의 성적을 계속 기록한다면, KIA도 고민이 깊어진다. 현재 2위와 4.5경기 차인 KIA는 지금까지 정규 시즌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이다. 그런데, 정규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더라도 4승을 책임져줄 선발진에 대한 물음표가 크다.

불의의 턱 부상을 당해 수술 후 회복 중인 제임스 네일이 한국시리즈 전까지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데다, 부상 대체 선수로 영입한 스타우트는 포스트시즌 등판이 불가능하다. 황동하는 올해가 선발 풀타임 첫 시즌이다.결국 양현종과 라우어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큰데, 지금까지 라우어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로는 역부족이라는 계산이 설 수밖에 없다.

적응 문제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구위의 문제인지 남아있는 짧은 시간 동안 증명해야 하는 라우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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