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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IA 타이거즈의 오랜 숙제였던 주전 포수.

대다수가 올 시즌을 계기로 주전 경쟁이 끝났다고 봐왔다. 베테랑 김태군(34)과 1차 지명 유망주 틀을 깬 한준수(25)가 개막 시점부터 꾸준하게 자리를 주고 받으며 안방을 지키고 있다.

기록도 KIA 안방이 김태군-한준수 2강 체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3월 23일 개막부터 4일까지 KIA가 치른 128경기 중 김태군이 74회, 한준수가 각각 53회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썼다. KIA 포수 중 두 명 외에 마스크를 쓴 선수는 3일 광주 LG 트윈스전에 선발로 나선 한승택이 유일하다.

김태군과 한준수는 올 시즌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치렀다. 풍부한 경험과 리드 능력을 갖춘 김태군이 버틴 가운데, 타격 재능에 수비까지 성장한 한준수가 뒤를 받치면서 확고한 2인 포수 체제를 완성했다. 다른 KIA 포수들이 끼어들려 해도 틈이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

이런 가운데 KIA 이범호 감독은 한승택에게 주목하는 눈치다.

3일 LG전에서 이 감독은 한승택을 선발로 투입해 교체 없이 경기를 마무리 했다. 특히 팀이 6-4로 앞선 8회말 득점권 찬스 상황에서 앞선 3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난 한승택을 교체 없이 그대로 밀고 나아갔다. 한승택은 이 타석에서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지난달 17일 LG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4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엔 후반 교체투입됐다.

한승택은 김태군-한준수 이전에 KIA 주전 포수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포수. 2013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로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데뷔한 한승택은 그해 시즌을 마친 뒤 FA 이용규의 보상 선수로 지목돼 KIA로 이적했다.

KIA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던 한승택은 2017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양현종과 호흡을 맞춰 완봉승에 일조하며 주목 받았다. 2019시즌엔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05경기에 나섰고, 이후에도 김민식(현 SSG 랜더스)과 함께 주전 포수 경쟁을 펼쳤다. 양현종 등판 때에 맞춰 전담 포수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수비에 비해 아쉬운 타격 능력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김태군의 트레이드 영입, 한준수의 성장 속에 설 자리를 잃었다.

올 시즌 퓨처스(2군)리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한승택. 퓨처스리그 45경기 타율 2할4푼1리, 홈런 없이 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48로 크게 두드러지는 성적은 아니다.

이럼에도 이 감독이 굳이 김태군-한준수 대신 한승택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우는 이유는 뭘까.

이 감독은 한승택 기용 배경에 대해 “양현종과 붙여보고 싶었다. 한승택이 앉았을 때 양현종이 어떻게 던지고, 한승택이 어떻게 리드하는 지를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LG 타자들의 도루 시도가 많지 않았고, 공을 받는 모습을 보면 수비적으로는 좋은 능력치를 가진 포수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공격 때도 타점을 올렸으니 됐다. 좋게 봤다“고 밝혔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여전히 물음표가 많다. 한화전에선 후반 교체투입됐으나, 연장 10회초 1사 3루 유로결 삼진 과정에서 3루 송구 실책으로 실점 빌미를 제공하기도.

다만 이 감독은 여러 포석을 고민하는 눈치. 그는 “큰 경기를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우리 투수들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본 포수인 한승택을 후반부에 활용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1점을 주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잘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고 향후 밑그림을 살짝 공개했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넘어 V12를 목표로 두고 있는 KIA.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7년 전 V11에 일조했던 한승택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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