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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규빈 기자] 필라델피아가 오랜 기다림 끝에 슈퍼스타 영입에 성공했다.

2010년대 초반, 필라델피아는 애매한 팀의 전형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애매한 팀이란,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할 수 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을 뜻한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때문에 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획득해, 좋은 신인을 지명할 기회가 없고, 그렇다고 우승을 노리기에는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애매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라델피아는 도박을 감행한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안드레 이궈달라를 트레이드하고, 당시 올스타 빅맨이었던 앤드류 바이넘을 영입한 것이다. 바이넘은 FA까지 1년 남은 상황이었다. 즉, 필라델피아는 2012-2013시즌을 위해 올인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넘이 부상으로 2012-2013시즌 단 1경기도 소화하지 못하며, 필라델피아의 도박은 대실패로 돌아갔다. 이 트레이드는 필라델피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필라델피아가 바이넘 트레이드에 실패하고, 일명 고의로 패배하는 일명 '탱킹'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는 남아있던 스타 즈루 할러데이까지 드래프트 지명권을 대가로 트레이드했고, 본격적인 탱킹의 길로 접어들었다.

탱킹의 길은 잔혹했다. 필라델피아는 2013-2014시즌 19승 63패, 2014-2015시즌 18승 64패, 2015-2016시즌 10승 72패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팀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 필라델피아의 관중석은 텅텅 비었고, NBA 관계자들은 모두 필라델피아의 행보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탱킹으로 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받아 초특급 유망주를 획득했다. 2016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벤 시몬스, 2014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조엘 엠비드, 2017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마켈 펄츠를 지명했다.

비록 펄츠는 실패로 끝났으나, 엠비드와 시몬스가 올스타로 성장하며, 확고한 원투펀치를 결성했고, 두 선수와 함께 JJ 레딕, 로버트 코빙턴 등 롤 플레이들이 가세하며 플레이오프 단골 손님이 됐다. 그 후 지미 버틀러와 제임스 하든도 필라델피아에 잠깐 몸을 담았으나, 필라델피아는 플레이오프 단골 손님에 그쳤다. 강팀이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오프시즌, 필라델피아가 드디어 우승 전력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FA로 폴 조지를 영입한 것이다. 이로써 필라델피아는 타이리스 맥시, 조지, 엠비드라는 빅3를 결성했다. 세 선수는 포지션도 다르고, 플레이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공존에 대한 염려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시즌은 그 어느 시즌보다 필라델피아 팬들의 기대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23-2024시즌 리뷰
성적: 47승 35패 동부 컨퍼런스 7위


필라델피아는 시즌 초반부터 잡음이 있었다. 바로 하든이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이다. 하든은 오프시즌 내내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필라델피아 수뇌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2023-2024시즌 정규 시즌을 5경기 소화한 시점에서 하든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이런 슈퍼스타급 트레이드는 보통 시즌이 시작하기 전이나, 트레이드 마감 시한 직전에 성사된다. 그 이유는 호흡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아니면 시즌에 돌입해 어느 정도 시즌 견적이 나왔을 때 트레이드 이해 조건이 맞기 때문이다.

하든의 이탈로 필라델피아의 전력은 크게 하락했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하든은 비록 전성기 시절의 모습은 아니었으나, 필라델피아에서는 평균 20점-10어시스트를 기록할 정도의 공격에서 영향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든의 이탈은 필라델피아에 전화위복이 됐다. 바로 4년차 가드 맥시의 잠재력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맥시는 2022-2023시즌에도 평균 20.3점 3.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수준급 득점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23-2024시즌의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하든이 떠나고,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맡은 맥시는 엠비드와 함께 대다수 공격을 진행하며 팀을 이끌었다. 맥시는 정규 시즌 평균 25.9점 6.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고, 기량 발전상까지 받았다.

엠비드의 활약도 훌륭했다. 2022-2023시즌 MVP를 수상한 엠비드는 2023-2024시즌 초반에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를 압도했다. 이대로면 엠비드의 백투백 MVP 수상도 기정사실로 보였다. 하지만 엠비드의 고질병인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엠비드는 1월 31일(한국시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고, 장기 결장이 예상됐다.

엠비드 부상 전까지 동부 컨퍼런스 상위권을 유지하던 필라델피아는 엠비드의 부상으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맥시가 고군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47승 35패로 동부 컨퍼런스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플레이-인 토너먼트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이기고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뉴욕 닉스에 2승 4패로 패배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입장에서 실패로 끝난 시즌이었으나, 맥시라는 새로운 슈퍼스타의 등장은 고무적이었다.

오프시즌 IN/OUT

IN: 폴 조지(4년 2억 1200만 달러), 카일 라우리(1년 200만 달러), KJ 마틴(2년 1600만 달러), 켈리 우브레 주니어(2년 1630만 달러), 케일럽 마틴(4년 3500만 달러), 안드레 드러먼드(2년 1000만 달러), 에릭 고든(2년 677만 달러), 레지 잭슨(1년 330만 달러), 게르송 야부셀레(1년 210만 달러), 재러드 맥케인(드래프트), 아뎀 보나(드래프트)

OUT: 니콜라스 바툼(FA), 모 밤바(FA), 버디 힐드(FA), 디앤서니 멜튼(FA), 폴 리드(FA), 카메론 페인(FA)


필라델피아는 명실상부, 이번 오프시즌 압도적인 승자다. 일단 FA 시장 최대어인 조지를 영입했다. 필라델피아 입장에서 운이 좋았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FA 프로젝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를 방출했다. 그 결과 조지에게 최대 연봉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구단이었고, 조지도 강팀인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FA 쇼핑은 조지로 끝나지 않았다. 일단 집토끼인 라우리, 마틴, 우브레를 잡았다. 라우리는 2023-2024시즌 중간에 샬럿 호네츠에서 방출된 이후 고향 팀 필라델피아로 합류해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마틴도 3&D 유형의 포워드로 있으면, 도움이 되는 선수다. 우브레도 엠비드가 결장했을 당시 득점 공백을 메웠던 선수다. 세 선수 모두 계약 금액도 적절하다.

그리고 마이애미의 핵심 3&D였던 마틴을 단돈 4년 35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마틴은 연간 1000만 달러 이상 계약이 확실시되던 선수였다. 또 마틴은 마이애미 잔류가 유력하게 예상됐다. 하지만 마틴의 에이전트가 마이애미와 협상이 틀어졌고, 그 사이 FA 시장도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샐러리캡 여유가 있던 필라델피아가 마틴에 손을 내밀었고, 마틴이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필라델피아와 계약한 것이다. 필라델피아 입장에서 횡재한 셈이다.

또 고든, 잭슨 등 아직 NBA 경쟁력이 있는 베테랑 가드들도 영입했다. 여기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프랑스 대표팀으로 엄청난 활약을 펼친 야부셀레도 1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야부셀레는 3&D 포워드로 파리 올림픽에서 활약 정도는 아니어도, 충분히 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엠비드의 백업 센터로 영입한 드러먼드도 훌륭한 보강이다. 드러먼드는 백업 빅맨으로는 NBA 정상급 위치에 있는 선수다. 필라델피아는 주전뿐만 아니라 백업 보강도 완벽하게 한 셈이다.

엄청난 보강을 했으나, 전력 이탈은 거의 없었다. 유의미한 이탈은 바툼이 유일하다. 밤바와 리드의 공백은 드러먼드 영입으로 메웠고, 멜튼과 힐드, 페인의 공백은 잭슨과 고든으로 메운 셈이다.

거기에 드래프트로 맥케인이라는 3점 슈터도 지명했다. 맥케인은 듀크 대학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단신 가드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오프시즌으로 모든 포지션의 보강에 완벽히 성공했다.

키 플레이어: 조엘 엠비드
2023-2024시즌 기록: 39경기 평균 34.7점 11리바운드 5.6어시스트

조지의 영입, 맥시의 성장에도 필라델피아는 단연 엠비드의 팀이다. 엠비드는 2014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필라델피아에 지명된 이후 줄곧 필라델피아의 기둥이자, 에이스로 활약했다.

엠비드는 NBA 전체를 놓고 봐도 강력한 선수 중 하나다. 압도적인 신체 조건으로 골밑을 지키고, 공격에서는 신체 조건과 화려한 기술, 외곽슛 능력을 활용해 손쉽게 득점을 올린다.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가장 뛰어난 빅맨 중 하나다.

2023-2024시즌도 엠비드의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하든이 떠난 필라델피아의 공격을 이끌며, 팀을 동부 컨퍼런스 상위권으로 견인함과 동시에 개인 기록도 엄청났다. 엠비드는 개인 득점은 물론, 어시스트 능력까지 발전하며 완전체 센터로 거듭났다. 앞서 말했듯 이대로면 2022-2023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으로 MVP 수상이 유력했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엠비드와 필라델피아의 시즌이 동시에 끝났다. 엠비드가 빠진 필라델피아는 강팀이 아니었다. 결국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엠비드는 부상 여파는 눈에 띌 정도였고, 필라델피아는 이번에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즉, 엠비드의 건강은 필라델피아의 가장 큰 약점이다. 엠비드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있고, 매 시즌 적잖은 경기를 결장한다. 엠비드의 NBA 커리어 중 정규 시즌 70경기 이상 소화한 시즌은 단 한 시즌도 없다. 그 정도로 엠비드는 팀에서 많은 관리를 받고 있고, 부상을 많이 당하는 선수다.

차기 시즌에는 엠비드의 건강은 더더욱 중요해졌다. 소속팀 필라델피아가 마침내 슈퍼스타 영입에 성공하며, 우승 전력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엠비드는 꾸준히 전력 보강을 요청했다. 필라델피아는 버틀러와 하든을 영입했으나, 두 선수 모두 필라델피아를 떠났다. 이번에는 조지라는 슈퍼스타가 합류했다.

심지어 조지는 트레이드가 아닌, FA로 합류했다. 기존 전력이 고스란히 유지된 채 조지라는 슈퍼스타까지 추가된 것이다. 필라델피아는 단번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엠비드가 또 다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엠비드 시대의 필라델피아는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한 적이 없다. 엠비드도 매번 플레이오프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제 엠비드가 증명할 시간이다. 차기 시즌은 엠비드에게 그 어느 시즌보다 중요하다.

예상 라인업: 타이리스 맥시-케일럽 마틴-폴 조지-켈리 우브레 주니어-조엘 엠비드

조지와 마틴의 영입으로 필라델피아는 단번에 강력한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 공격은 철저히 맥시와 엠비드, 조지의 빅3 위주로 돌아갈 것이다. 즉, 주전 라인업에 이를 보좌할 3&D 플레이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마틴은 이미 검증된 3&D 선수다. 마이애미에서 최근 몇 시즌간 활약하며 NBA 수준급 3&D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마틴은 상대 에이스 수비도 가능하고, 공격에서 3점슛은 물론 돌파 후 득점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거기에 개인보다 팀을 생각하는 팀 플레이어기도 하다. 이번 오프시즌 필라델피아 최고의 영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시는 이제 완전히 NBA 정상급 가드로 성장했다. 올스타 선정은 당연하고, 올-NBA팀 입성도 노릴 수준의 선수가 됐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엠비드와 달리, 엄청난 클러치 활약으로 뉴욕 팬들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맥시는 필라델피아의 현재이자 미래다.

조지도 클리퍼스 시절보다 다양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에서 사공이 많았던 클리퍼스 시절과 달리, 필라델피아에서 공격 역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는 골밑의 엠비드, 외곽의 맥시에 발생하는 파생 효과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브레도 2023-2024시즌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브레는 엠비드가 있을 때는 철저히 3&D 역할을 맡았고, 엠비드가 이탈하자 공격에 큰 비중을 가져갔다. 조지까지 합류한 상황에서 우브레는 철저히 3&D 역할을 맡을 것이다.

맥시의 백업으로 베테랑 가드들인 잭슨, 라우리, 고든이 든든하게 있고, 포워드 백업으로 KJ 마틴과 야부셀레가 있다. 엠비드의 백업으로는 드러먼드가 있다. 필라델피아의 주전과 백업 라인업 모두 NBA 정상급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차기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치가 높은 시즌이 될 것이다. 과연 필라델피아와 엠비드가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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