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26 02:07:06]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하나은행에 뉴페이스가 합류했다. 일본에서 지도자로 많은 경험을 쌓은 모리야마 토모히로 코치를 영입했다. WKBL 최초의 일본인 코치로 합류하게 된 모리야마 코치. 그와 9월 초 하나글로벌캠퍼스 체육관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10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일찍 출발한 지도자의 길
1984년생인 모리야마 코치는 일찍부터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어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오사카 에베사, 시마네 스사노 매직, 라이징 후쿠오카, 후쿠시마 파이어본즈 등을 거쳤고 지난 시즌까지는 B2 리그의 고베 스톡스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대학 졸업 후 프로 팀에 입단할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상황이 틀어졌고, 그는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것보다 빨리 지도자로 변신하는 걸 선택했다. 더 좋은 코치라는 걸 어필하기 위한 열망으로 힘든 시기도 버텨냈다.
“후쿠오카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4학년 때 들어갈 팀이 정해져 있었는데 졸업하기 2개월 전에 팀 자체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사실 저는 프로 경력은 없어요. 그 일을 계기로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제가 지도자 경력은 거의 16~17년 정도가 되는데 선수로 뛸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지만 농구와 관련된 일은 꼭 하고 싶었어요. 10년 더 선수로 뛰고 지도자가 되기보다는 일찍 코치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으려고 했습니다. 선수로서의 경험도 중요했지만 코치로서 10년 이상 경험을 먼저 쌓는 게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일찍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선수 커리어가 없기 때문에 선수를 거쳐온 이들에게 부러운 마음을 가진 시기도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다른 이보다 코치를 오래 했기 때문에 그러한 대목에서 자신감을 가졌고 더 좋은 코치로 평가받기 위한 열망으로 버텨냈습니다.“
코치로 커리어를 다져가던 모리야마 코치는 감독대행을 시작으로 한 팀의 선장을 맡았다. 같은 코칭스태프의 일원이긴 하지만 코치와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이 다르다. 책임감의 무게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모리야마 코치는 일본에서 감독 생활을 하던 중 팀의 단장까지 겸임한 경력도 있다. 사무국의 시야에서 구단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게 코치랑 다른 면이기도 하고 마지막 결정을 제가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판단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결과를 기다려봐야 아는 것이잖아요. 저 자신이 납득하고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단장 일을 했던 건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사무국 일도 어느 정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계기였어요. 코치나 감독은 밖에서 눈에 보이는 활동이라면 안 보이는 곳에서 스태프나 사무국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농구 일을 하면서 월급도 받을 수 있는 게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에서의 지도자 커리어를 돌아보면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구단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한국과의 인연을 맺은 것이 이번이 아예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고베 스톡스를 지휘하면서 KBL에서 우승까지 경험하며 잔뼈가 굵은 이상범 감독을 코치로 영입했다. 모리야마 코치는 베테랑 지도자인 이상범 코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상범 코치님께서 저를 동생처럼 대해주셨어요. 제게 더 좋은 팀에 있어야 할 코치라고 칭찬도 해주셨고 선수들을 지도하는 부분이나 팀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더 자신 있게 해보라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2부리그 팀이었는데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1부리그에 가서 감독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계속 말씀해주셨어요.“
“이상범 코치님께서 경험으로 쌓아온 걸 많이 공유해주셨어요. 코치님께서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방법도 있다, 이건 이런 식으로 해보는 것도 좋다는 식으로 말씀해주셨고 지난 시즌은 너무 즐겁고 지도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리야마 당시 감독과 이상범 코치처럼 감독보다 나이가 많은 코치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구조. 최근에 많이 바뀌긴 했지만 감독-코치 간의 뚜렷한 수직 관계가 오랜 시간 이어졌던 한국이다.
“일본에서는 거의 수평에 가까운 관계였고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감독이긴 하지만 수직 관계라면 코치가 의견을 내는 게 쉽지 않았을 거예요. 코치가 Yes만 외치는 사람이라면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고 제가 감독이었을 때는 코치들이 제 말에 수긍만 하기보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주고 같이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원했어요.“
“물론 윗분들의 경력이나 경험도 중요하고 어린 코치가 배우는 것도 많지만 같은 팀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나이가 어떻다거나 그런 건 상관 없이 하려고 했습니다. 이상범 코치님도 그 부분에 대해 유연하게 해주셨고 매년 바뀌는 상황 속에 하나의 생각만으로 팀을 끌어가기보다는 더 능동적으로 응용하고 도전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도전
감독 일을 계속하다가 낯선 나라에 그것도 코치로 부임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결정. 하지만 모리야마 코치는 도전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새로운 배움을 강조했다. 최초의 일본인 코치라는 타이틀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바라봤다.
“감독 일을 계속하면 새로운 걸 배울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다른 환경으로 바꿔보는 게 저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에 왔어요.“
“일본에서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제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면 다른 일본 코치가 한국에 올 수도 있는 것이고 한국 여자농구의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도 있는 것이죠.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타이틀을 저 혼자만 달 수 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농구 위주로 지도해왔던 그에게 여자농구 코치가 되는 것도 또 하나의 도전이다. 하지만 어려움에 대한 걱정보다는 선수들의 성장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있지만 똑같은 농구라고 생각해요. 남자 팀에 있을 때보다 더 디테일하게 코치해야 하는 부분은 있어도 지도 방법 같은 것에 있어서 새롭게 배우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고민할 것도 많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어서 눈앞에 있는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을 어떻게 줄지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도완 감독님 또한 유연한 생각을 갖고 계시고 새로운 걸 도입해서 팀을 발전시킬 생각을 하셔서 저를 불러주셨다고 생각해요. 감독님 입장에서 하시는 고민도 제가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께 도움을 드리고 팀이나 선수의 성장을 위해서 갖고 있는 힘을 쏟아내려고 합니다.“
지도자로서 오랜 시간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모리야마 코치가 가장 강조한 것은 소통이었다. 선수들과도 수직 관계보다는 수평 관계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구조가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즌의 목표를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꼽았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은행이 재밌고 기대되는 농구를 펼쳐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이기 때문에 선수랑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도 완전한 수직 관계는 없고 코트 위에서는 수평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선수들이 의견을 내기 힘들고 똑같은 주제에서도 입장이 다를 수 있어요. 뛰는 건 선수들이기 때문에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하고 의견을 내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코칭스태프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소통을 계속 가져가는 게 중요하고 안 된다면 좋은 팀이 될 수 없습니다.“
“올 시즌 팀적인 목표는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가는 것입니다. 하나은행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매 경기가 매우 중요하고 우선 챔프전까지 진출하고 챔프전에서 시즌 동안 해왔던 걸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꼭 나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을 받는 것보다는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이 팀에 왔기 때문에 올해 팀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보는 사람들이 느꼈으면 합니다. 재밌게 볼 수 있는 기대되는 농구를 성적과는 다른 시점에서 보여드리는 데 기여해서 예전과의 차이를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제 모든 걸 알려주기 위해서 일본에서 왔습니다. 기대해 주세요.“(웃음)
Profile
이름 : 모리야마 토모히로(森山 知広)
생년월일 : 1984년 1월 23일생
출신교 : 센다이대학
경력
2013~2014 오사카 에베사 코치
2014~2014.11 시마네 스사노매직 코치
2014.11~2015 시마네 스사노매직 감독대행
2015~2016.3 라이징 후쿠오카 감독
2016~2022 후쿠시마 파이어본즈 감독
2021~2022 후쿠시마 파이어본즈 감독 겸 단장
2022~2024 고베 스톡스 감독
2024~ 현재 하나은행 코치
사진 = 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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