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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벌이 방해해도 소용 없다. 세계최강 한국 양궁의 김제덕(20·예천군청)이 손등에 벌을 앉혀놓고도 10점을 맞혀 화제다. 상대팀 중국은 벌의 활약을 기대했겠지만 소용 없었다.

김제덕과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7·코오롱)은 30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특별사로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홈팀 프랑스를 세트스코어 5대1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한민국은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3회 연속 우승 위업을 이룩했다.

특히 준결승전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김제덕이 활시위를 당겼는데 벌이 날아와 방해하는 돌발상황도 극복했다. 이겨냈으니 해프닝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결과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면 웃음기가 사라질 뻔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1세트 무승부 후 2세트를 따내 세트스코어 3-1로 앞섰다. 3세트에서 마지막 두 발을 남기고 36-53으로 따라붙었다. 18점이 필요했다.

김제덕이 사선에 섰다. 김제덕은 잔뜩 시위를 당겨 조준에 돌입했다.

갑자기 벌이 날아들었다. 극도로 미세한 흔들림이라도 과녁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 김제덕이 아무리 도쿄올림픽 2관왕 출신이라지만 벌의 난입은 치명적인 방해 요소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승리의 여신이라도 찾아온 듯한 호재가 될 수 있다.

벌은 오른손등에 앉았다가 조준점 사이를 날아다니더니 김제덕의 얼굴도 쓰다듬었다. 이는 방송 중계 화면에도 그대로 담겼다.

하지만 김제덕은 초인적인 집중력을 유지했다. 마치 벌 따위는 애초에 없다는 듯 심박수가 느긋하게 유지됐다. 김제덕은 분당 심박수 80bpm대를 벗어나지 않으며 과녁을 침착하게 응시했다. 김제덕이 쏜 화살은 10점에 꽂혔다. 이후 김우진도 10점을 꽂아 한국은 결승에 진출했다.

김제덕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사선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벌이 있었다. 쫓아낸 다음에 섰는데 벌이 따라왔다. 입술에 뽀뽀를 했다고 해야 하나, 입술에 붙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서 그는 “'올림픽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릴 수가 없다. 안 쏠 수가 없다'는 마음이 컸다. 어떻게든 잡아서 10점을 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제덕이 만약 8점이라도 쐈으면 김우진은 10점을 꼭 쏴야 했다. 부담감이 발생하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김제덕은 “그 한 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피해를 끼치기 싫어서 끝까지 잡고 쐈다. 10점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믿음을 가지고 쐈던 10점이 저한테는 좋은 감각이 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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