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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그토록 염원하던 '우승포수'의 꿈이 이뤄진 순간, 김태군(35)은 폭풍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우승 확정 직후 마무리 투수 정해영과 부둥켜 안은 채 포효한 그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동료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포수 장비를 벗었다. 그러더니 더그아웃 앞에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다. 동료들이 주변에 다가와 달래는 와중에도 김태군은 좀처럼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우승 세리머니를 모두 마친 뒤에도 김태군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사라진 주전 타이틀.

'백업'이란 달갑잖은 꼬리표를 달면서 이를 갈았다. 그러나 그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설 자리도 점점 좁아졌다.

NC 다이노스를 떠나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된 후에도 '백업 포수' 타이틀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KIA 타이거즈로 다시 트레이드 되면서 비로소 '주전' 타이틀을 달았지만, 기대반 우려반 시선은 여전했다.

올 시즌 김태군은 KIA의 확고부동한 주전 안방마님이었다.

한준수와 함께 로테이션을 돌며 때론 안정적으로, 때론 뚜렷한 소신으로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4차전 만루포, 5차전 역전 결승타 등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시리즈 MVP 투표에서 동갑내기 김선빈에 불과 1표차로 밀려 2위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MVP가 1표차로 갈린 건 이번이 처음. 그만큼 김태군의 활약상은 강렬했다.

김태군은 “지나간 일들이 너무 생각났다. 참 어찌 보면 짧은 순간인데, 이걸 위해 그렇게 참았나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군 전역 후 계기가 없었는데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 게 좋은 발판이 됐다. 그러다 KIA에 오게 됐다. 그 모든 순간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오열 순간의 감회를 밝혔다. 1표차로 놓친 MVP에 대해서는 “아쉽거나 서운한 건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친구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내게 가장 큰 목표는 우승이었다. 이 우승을 해야 그동안 나를 향했던 모든 시선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끊임없는 투자와 피나는 노력이었다. 김태군은 “프로 입단 후 3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다. '나는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선수'라는 생각도 했다“며 “내가 남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나만의 특별한 걸 만드는 것 뿐이었다.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려 했다. 실내 훈련 때는 기계와 될 때까지 싸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포수는 저평가로 출발하는 자리지만, 그 포수 한 명이 팀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똑똑한 포수 한 명이 있으면 우승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장비를 차고 앉아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장차 포수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포지션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프로입문 17년 만에 비로소 달게된 '우승 포수' 타이틀.

김태군은 “올해를 계기로 내 이미지를 어느 정도 깼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 내내 아마 많이 이야기할 것 같다(웃음). 이젠 정말 당당하게 '우승 포수'라고 말할 자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행복한 밤이 공을 받는 자, 그의 품에 안겼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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