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02 01:09:09]
[점프볼=이규빈 기자] 워싱턴의 차기 시즌이 가시밭길이다.
워싱턴은 한때 동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급부상했다. 2010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존 월을 지명했고, 2012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브래들리 빌을 지명하며 리빌딩을 마쳤다. 여기에 2013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오토 포터 주니어, 2015 NBA 드래프트 전체 15순위 켈리 우브레 주니어까지 지명하며 포워드 자원의 뎁스도 훌륭했다.
팀이 직접 드래프트로 지명한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강팀으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에게 꿈만 같은 상황이다. 워싱턴은 월과 빌, 두 원투펀치에 롤 플레이어들이 보좌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월과 빌을 올스타급 선수였으나, 리그를 지배하는 MVP급 슈퍼스타가 아니었다. 워싱턴은 애틀랜타 호크스, 보스턴 셀틱스에 가로막히며,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에도 실패했다.
결국 월이 먼저 팀을 떠났고, 빌도 팀을 떠나며 짧았던 황금기가 끝났다. 빌을 조던 풀과 드래프트 지명권을 대가로 트레이드로 보냈고, 전면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2023-2024시즌 리뷰
성적: 15승 67패 둥부 컨퍼런스 14위
워싱턴은 2023-2024시즌 험난한 시즌이 예상됐다. 앞서 말했듯 시즌 시작 전 빌을 트레이드하고 풀을 받아왔다. 거기에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도 보스턴 셀틱스로 떠났다. 빌과 포르징기스는 워싱턴의 원투펀치이자, 사실상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울 영입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워싱턴은 자연스럽게 리빌딩의 길로 접어들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그나마 카일 쿠즈마가 득점을 폭격하며, 에이스 역할을 맡았고, 백업 포인트가드에서 주전 포인트가드로 올라온 타이어스 존스가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거기에 대니 아브디야는 공수 양면에서 쏠쏠한 활약으로 유망주 시절 기대치를 충족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냉정히 워싱턴의 전력으로 이길 팀이 보이지 않았다. 공격에서 가끔 외곽슛이 터지는 경기만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수비는 NBA 전체에서 최악이었다. 경기당 123점을 실점하며 NBA 전체 30위를 기록했고, 119.6의 수비 레이팅은 전체 28위였다.
공격도 경기 페이스는 NBA 전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빨랐으나, 경기당 득점은 113.7점으로 전체 17위였고, 공격 레이팅은 110.5로 전체 25위였다. 즉, 워싱턴은 공격과 수비 모두 NBA 최하위권이었다. 성적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다.
워싱턴은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대니얼 개포드를 댈러스 매버릭스로 트레이드했고, 백업 포인트가드였던 델론 라이트도 계약을 상호해지했다. 전력이 더 약해진 워싱턴은 최악의 시즌 마무리로 시즌을 마쳤다.
오프시즌 IN/OUT
IN: 요나스 발렌슈나스(3년 3000만 달러), 샤딕 베이(3년 2000만 달러), 앤서니 길(2년 478만 달러), 리숀 홈즈(2년 2590만 달러), 말콤 보로그던(트레이드), 알렉상드르 사르(드래프트), 칼튼 캐링턴(드래프트), 키숀 조지(드래프트)
OUT: 데니 아브디야(트레이드), 타이어스 존스(FA), 랜드리 샤멧(FA)
워싱턴은 활발한 오프시즌을 보냈다. 일단 워싱턴이 집중한 부분은 골밑이었다. 워싱턴은 2023-2024시즌 포르징기스가 떠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거기에 개포드까지 떠나며, 골밑이 황폐해졌다. 그런 골밑 보강을 위해 발렌슈나스와 홈즈와 계약했다. 물론 홈즈는 지난 개포드 트레이드 때 영입한 선수로 기회를 거의 받지 못한 댈러스 시절과는 다르게 워싱턴에서는 나름 쏠쏠히 활약했다.
발렌슈나스는 명백한 주전급 빅맨이다. 발렌슈나스는 토론토 랩터스,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거쳐 뉴올리언스 펠리컨즈 등 다양한 팀에서 활약하는 저니맨 신세지만, 매 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선수다. 발렌슈나스가 자리잡지 못하고 팀을 옮기는 이유는 현대 농구 추세와 맞지 않은 골밑에서 우직하게 활약하는 예전 스타일 빅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싱턴 입장에서 이런 발렌슈나스도 감지덕지다.
베이는 3&D 포워드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2023-2024시즌 애틀랜타에서 활약했으나, 3월 왼쪽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이 마감됐다. 베이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2024-2025시즌에도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FA 시장에서 높은 금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베이의 몸값이 낮아진 이유다.
워싱턴은 2024 NBA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여기에 트레이드로 전체 14순위, 24순위 지명권도 얻었다. 그 지명권으로 사르, 캐링턴, 조지 등 다양한 포지션의 보강에 성공했다. 세 선수 모두 즉시 전력감이 아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지향형 선수들이다. 워싱턴의 리빌딩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은 이번 오프시즌에 나름 큰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바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아브디야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로 트레이드한 것이다. 대가로 브로그던과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았다. 다소 의아한 트레이드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아브디야는 2001년생의 어린 선수고, 2027-2028시즌까지 계약이 남아있는 선수였다. 리빌딩의 중심으로 삼아도 이상하지 않을 재목이었다. 심지어 아브디야는 2023-2024시즌 마침내 잠재력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았으나, 아브디야의 대가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거기에 워싱턴의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았던 존스도 피닉스 선즈로 떠났고, 3점 슈터인 샤멧도 팀을 떠났다. 두 선수는 워싱턴의 미래 계획에 포함할 이유가 없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움직임이다.
2023-2024시즌 기록: 63경기 평균 8.4점 4.1리바운드
쿨리발리는 2023 NBA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워싱턴의 지명을 받았다. 쿨리발리의 7순위 지명은 다소 놀라운 분위기였다. 그 이유는 전체 15순위 정도로 예상된 쿨리발리가 예상보다 높은 순위에 뽑혔기 때문이고, 워싱턴이 쿨리발리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며 드래프트 순번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워싱턴은 쿨리발리를 팀의 미래를 이끌 자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쿨리발리의 잠재력은 2023 NBA 드래프트의 참여한 선수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쿨리발리는 203cm의 신장과 221cm의 윙스팬이라는 엄청난 신체 조건을 지녔다.
여기에 드리블 기술, 슈팅 기술 등 공격적인 재능도 갖췄고, 가장 큰 장점은 수비라는 평가였다. 즉,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공수겸장 포워드가 될 자질이 있는 선수였다. 현대 농구 트렌드에 가장 수요가 많은 유형이 바로 공격과 수비가 가능한 장신 포워드다. 쿨리발리는 그 대표적인 유형의 유망주다.
문제는 성장 시간이었다. 프랑스 국적의 쿨리발리는 유럽 무대에서도 주전으로 뛴 선수가 아니었다. 더 수준이 높은 NBA 무대에서는 성장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워싱턴은 리빌딩에 본격적으로 돌입했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쿨리발리를 지명한 것이다.
그리고 신인 시즌, 쿨리발리는 잠재력을 뽐냈다. 수비는 신인답지 않게 노련했고, 공격은 어설픈 장면도 있었으나, 확실히 잠재력이 엿보이는 장면도 있었다. 시즌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마지막 3월 7경기에서는 평균 10.3점 4.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막 신인 시즌이 끝난 쿨리발리지만, 현재 보여준 모습만 봐도 워싱턴의 쿨리발리 지명은 성공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워싱턴은 이번 오프시즌, 주전 포워드이자 팀의 핵심이었던 아브디야를 트레이드했다. 아브디야를 트레이드할 수 있던 이유도 쿨리발리의 존재가 컸다.
쿨리발리는 차기 시즌, 더 큰 역할을 부여받을 예정이다. 워싱턴 입장에서 쿨리발리는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선수다. 쿨리발리가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워싱턴의 리빌딩은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다.
예상 라인업
말콤 브로그던-조던 풀-빌랄 쿨리발리-카일 쿠즈마-요나스 발렌슈나스
워싱턴은 유망주가 즐비한 팀이다. 하지만 유망주를 곧바로 주전으로 기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NBA에서 나름 경쟁력을 입증한 쿨리발리를 제외하면 2024 NBA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선수들은 대부분 성장 시간이 필요한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유망주들이다.
유망주들의 데뷔 무대라고 할 수 있는 2K25 서머리그에서 워싱턴의 유망주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24 NBA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사르는 충격적인 서머리그를 보냈다. 공격에서 매 경기 최악의 부진으로 실망스러운 활약을 남겼다. 현재 기량으로는 NBA에 곧바로 투입되어 활약하기는 무리다.
캐링턴도 마찬가지였다. 캐링턴은 많은 슛을 시도하며, 평균 득점 기록은 어느 정도 높았으나, 야투 효율이 최악이었다. 캐링턴도 성장 시간이 필요한 유망주다. 시즌 초반에는 G리그와 NBA 무대를 오가며 적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브로그던과 FA로 계약한 발렌슈나스가 주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렌슈나스는 주전 자리를 보장받고 워싱턴과 계약했을 가능성이 높다. 브로그던도 무난한 기량의 포인트가드로 워싱턴의 유망주들의 성장 시간을 벌어주기에는 충분한 선수다.
2023-2024시즌 워싱턴의 에이스였던 쿠즈마도 확고한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선수다. 쿠즈마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워싱턴의 경기력은 천지 차이다.
변수는 풀이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이적한 풀은 2023-2024시즌 시작 전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활약은 최악이었다. 부진했던 골든스테이트 시절보다 더한 부진을 보이며, 워싱턴 팬들의 속을 썩였다. 시즌 출발은 주전으로 했으나, 시즌 막판에는 벤치로 강등될 정도였다. 풀이 좋았던 시절의 모습을 찾는다면, 워싱턴은 의외로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풀이 2023-2024시즌과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워싱턴의 암흑기는 길어질 것이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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