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06 23:48:49]
[점프볼=이규빈 기자] 애매한 행보만 보였던 시카고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시카고 불스는 NBA를 대표하는 인기 팀이자, 전통의 명문 구단이다. 마이클 조던 시대에 6번이나 NBA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대 초중반에는 데릭 로즈와 탐 티보듀 감독의 지도력으로 꾸준히 동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활약했던 팀이다.
그런 시카고의 최근 상황은 매우 좋지 못하다. 티보듀 감독과 지미 버틀러가 팀을 떠난 이후, 시카고는 리빌딩의 길로 접어들었다. 리빌딩의 중심은 버틀러의 트레이드 대가였던 잭 라빈이었다. 시카고는 라빈을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얼굴로 밀었고, 라빈은 시카고의 기대에 부응하나 싶었다.
라빈은 시카고에서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하는 수준급 득점원으로 성장했고, 시카고는 이런 라빈을 믿고 전력 보강에 나섰다. 트레이드로 니콜라 부세비치를 영입했고, FA 시장에서 더마 드로잔, 론조 볼, 알렉스 카루소를 영입하며 대권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시카고의 대권 도전은 무리한 시도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라빈, 부세비치, 드로잔의 빅3는 서로 시너지가 전혀 나지 않는 조합이었다. 거기에 세 선수를 연결하는 핵심 역할이었던 볼은 시카고로 이적 후 첫 시즌 35경기를 뛰고 심각한 부상으로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시카고는 2021-2022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나, 1라운드에서 밀워키 벅스에게 무기력하게 탈락했고, 그 후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한다.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것이다.
시카고 수뇌부의 행보를 비판하는 여론은 점점 커졌다. 리빌딩을 할거면 확실하게 진행하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시카고 수뇌부는 이번 오프시즌에 결단을 내렸다.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며, 전면 리빌딩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시카고는 버틀러 시대 이후 또다시 리빌딩에 돌입하게 됐다.
2023-2024시즌 리뷰
성적: 39승 43패 동부 컨퍼런스 9위
시카고의 2023-2024시즌에는 명과 암이 있었다. 시카고는 2023-2024시즌 별다른 로스터 변화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여전히 드로잔, 라빈, 부세비치의 빅3를 중심으로 카루소, 패트릭 윌리엄스, 제본 카터 등 롤 플레이어들이 빅3를 보좌하는 식의 농구였다.
시카고의 농구는 이미 상대 팀이 간파한 상황이었다. 시카고의 농구는 냉정히 경쟁력이 없었다. 드로잔, 라빈의 개인 기록은 훌륭했으나, 팀의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레이드 루머가 시즌 초반부터 활발하기 돌기 시작했다. 거기에 에이스 라빈과 빌리 도노반 감독의 불화설까지 나오며 팀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서 영웅이 등장했다. 바로 5년차를 맞이한 유망주 코비 화이트였다. 화이트는 라빈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주전 포인트가드이자 팀의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화이트가 공격을 주도하자, 시카고의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다.
화이트는 경기 조율에 강점이 있는 정통 포인트가드는 아니다. 하지만 라빈과 드로잔에 비하면, 훨씬 뛰어난 경기 조율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라빈이 빠지고 화이트와 드로잔 중심으로 공격이 진행되자, 시카고의 농구에 경쟁력이 생겼다. 거기에 활용되지 못하던 부세비치와 같은 자원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화이트의 기량이 만개함과 동시에 시카고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불가능으로 보였던 플레이오프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시카고는 동부 컨퍼런스 9위로 플레이-인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플레이-인 토너먼트 최종전에서 마이애미 히트에 패배하며,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발됐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화이트라는 코어가 될 유망주를 건진 시즌이 됐다.
반면 화이트의 등장과 반대로 라빈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몰락과도 같은 시즌이었다. 시카고는 시즌 내내 라빈의 트레이드를 알아봤고, 라빈도 팀에서 겉돌며, 이적을 원하는 행동을 취했다. 매번 라빈을 지지했던 시카고 팬들의 반응도 차갑게 돌아섰다.
IN: 패트릭 윌리엄스(5년 9000만 달러), 조쉬 기디(트레이드), 크리스 두아르테(트레이드), 제일런 스미스(3년 2700만 달러), 마타스 부젤리스(드래프트),
OUT: 더마 드로잔(FA), 알렉스 카루소(트레이드), 자본테 그린(FA), 안드레 드러먼드(FA)
시카고는 이번 오프시즌에 전면 리빌딩을 선언했다. 공격과 수비의 에이스였던 드로잔과 카루소가 모두 팀을 떠났다. 드로잔은 시카고의 잔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으나, 시카고 수뇌부는 드로잔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결국 드로잔은 새크라멘토 킹스로 이적했다. 그 대가로 시카고는 새크라멘토에서 두아르테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두아르테는 2021 NBA 드래프트 전체 13순위로 지명됐던 유망주다. 드래프트 당시 두아르테의 평가는 3&D 유형으로 NBA에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두아르테는 신인 시즌 평균 13.1점 4.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훌륭한 활약을 펼쳤으나, 거기까지였다. 2년차와 3년차 모두 부진하며, NBA에서 자리를 잃고 있었다. 시카고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은 셈이다.
카루소는 시카고에서 가장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다. 3&D 유형의 끝판왕 같은 선수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유형의 선수다. 시카고는 카루소의 트레이드 가치를 높게 측정했고,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서 기디를 받으며, 카루소를 내줬다.
기디도 2021 NBA 드래프트 전체 6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로, 잠재력이 상당한 선수다. 장신 포워드지만, 가드라고 해도 될 정도의 드리블 기술과 패스 실력을 갖춘 선수다. 당장 우승을 노려야 하는 오클라호마시티보다 장기적인 리빌딩을 바라보는 시카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는 2024 NBA 드래프트에서 나름 대박을 터트렸다. 전체 11순위로 부젤리스를 지명한 것이다. 부젤리스는 전체 10순위보다 높은 순위에서 지명될 것으로 예상됐던 유망주다. 부젤리스가 예상보다 순위가 내려오며, 시카고가 어부지리로 부젤리스를 획득했다. 심지어 부젤리스는 시카고 출신의 선수다. 시카고 입장에서 여러모로 좋은 드래프트였다.
그 외에 시카고가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윌리엄스와 5년 재계약을 체결했고, FA 시장에서 스미스를 영입했다. 스미스는 2023-2024시즌 인디애나 페이서스에서 활약하며 좋은 시즌을 보냈다. 2023-2024시즌 평균 9.9점 5.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스미스는 드러먼드가 맡았던 백업 센터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떠난 선수로는 그린과 드러먼드가 있다. 두 선수는 시카고의 벤치 뎁스를 채웠었다. 쏠쏠했으나, 전력에서 큰 손실은 아닌 선수들이다.
키 플레이어: 조쉬 기디
2023-2024시즌 기록: 80경기 출전 평균 12.3점 6.4리바운드 4.8어시스트
호주 출신의 기디는 드래프트 당시 상당한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다. 장신 포워드치고, 훌륭한 드리블 기술과 패스 실력을 지녔기 때문에 호주 출신 선배인 벤 시몬스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기디는 시몬스처럼 압도적인 신체 조건은 아니지만, 대신 외곽슛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디는 신인 시즌부터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고, 오클라호마시티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다. 기디는 신인 시즌 평균 12.5점 7.8리바운드 6.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다재다능함을 인정받았다. 2년차 시즌에는 평균 16.6점 7.9리바운드 6.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수준급 득점원이 될 자질도 보였다.
하지만 3년차 시즌이었던 2023-2024시즌 평균 12.3점 6.4리바운드 4.8어시스트로 부진했다. 출전 시간도 평균 30분을 넘었던 1년차, 2년차 시즌과 달리 3년차 시즌에는 평균 25분에 그쳤다. 가장 큰 이유는 오클라호마시티가 더 이상 약팀이 아닌 강팀이 된 것이 컸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샤이 길저스-알렉산더, 쳇 홈그렌, 제일런 윌리엄스와 함께 서부 컨퍼런스 강호로 거듭났고, 자연스럽게 기디의 비중이 줄었다.
또 코트 밖에서 이슈도 있었다. 기디는 오프시즌 10대 미성년자 소녀와 연애했다는 명목으로 조사를 받았다. 둘이 같이 찍힌 사진도 있었고, 정황상 기디의 연애는 기정사실이었다. 출전 정지 등 징계를 받지는 않았으나, 홈팀 오클라호마시티는 제외한 NBA 29개 팀은 원정 경기에서 기디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기디는 담담한 태도를 보였으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오클라호마시티는 기디를 포기했다. 반면 시카고는 기디의 잠재력에 과감히 베팅했다. 시카고는 기디를 화이트와 함께 팀의 미래로 생각했다고 한다. 즉, 기디를 올스타급 선수로 바라본 것이다.
기디가 이런 시카고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기디는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훌륭한 신체 조건에 가드급 기술을 지녔고, 외곽슛도 던질 수 있다. 패스 실력은 포인트가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시카고는 차기 시즌 포인트가드 역할을 기디에게 맡길 것이라 밝혔다. 그야말로 전폭적인 지지다. 기디가 과연 시카고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예상 라인업: 조쉬 기디-코비 화이트-잭 라빈-패트릭 윌리엄스-니콜라 부세비치
시카고는 기존 공수 핵심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리빌딩을 선언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을 공표했다. 마땅한 대체자가 없는 부세비치를 제외하면, 나머지 포지션은 모두 어린 유망주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3-2024시즌 최고의 신데렐라였던 화이트가 에이스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는 1번과 2번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시카고는 팀의 핵심이었던 카루소의 대가로 기디를 영입했다. 기디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냈는데, 시카고 수뇌부는 기디를 포인트가드 포지션으로 활용한 것을 밝혔다. 기디가 풀타임 포인트가드 역할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출발은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재계약으로 팀의 미래로 천명한, 윌리엄스도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것이다. 윌리엄스는 3&D 유형의 포워드로 코트 밸런스를 잡는 데 유용한 자원이다. 기디와 화이트의 백코트 듀오를 보조할 수 있는 최적의 선수다.
시카고의 스타, 라빈도 팀에 잔류한 이상,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것이다. 라빈을 전략적 식스맨으로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라빈과 빌리 도노반 감독의 사이가 최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시카고 수뇌부와 도노반 감독은 라빈의 이적을 필사적으로 원하겠으나, 현재 상황대로면 라빈은 잔류가 유력하다. 시카고 입장에서 라빈이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찾아도 고민이고, 부진해도 고민에 빠질 것이다.
두아르테는 2023-2024시즌 평균 3.9점 1.8리바운드로 부진했으나, 시카고가 큰 기대를 걸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다. 그리고 두아르테는 2021-2022시즌에 평균 13.1점 4.1리바운드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선수다. 차기 시즌에 4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아요 도순무와 함께 벤치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윈나우와 리빌딩 속 애매한 노선이었던 시카고가 마침내 칼을 뽑았다. 차기 시즌, 시카고의 성적은 험난해 보이지만, 유망주들의 성장이 시카고 팬들의 위안이 될 것이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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