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06 13:41:00]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야, (김)건희. 자신이 없어? 하기 싫어? (김)동민이. 엉키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중략)…이렇게 끝내면 안돼. (너흰)성질도 없냐? 엎을 수 있어, 침착하게 해. 알겠어?“
지난달 인천 지휘봉을 잡은 최영근 감독은 지난달 31일 '승점 6점'이 걸린 대구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하프타임에 선수단을 향해 버럭 고함을 쳤다. 전반 17분 정치인에게 선제실점해 0-1로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전반 경기력, 인천 선수들의 투지를 나무라며 후반에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냈다. 인천은 이 경기에서 후반 4분 무고사, 18분 김도혁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1로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따냈다.
축구팬 사이에서 화제가 된 최 감독의 '라커룸 토크'는 각 구단이 시즌 중 감독 교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중 하나다. 패배 의식에 젖은 라커룸 분위기를 바꾸는 건 경기장 위에서 전술, 전략을 손보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이다. 인천이 K리그 경기에서 역전승을 한 건 2022년 7월 전북전 이후 2년 1개월만이다. 당시 선제골을 내주고 3골을 넣어 3대1로 승리했다. 전반에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건 2021년 5월 광주전(2대1) 이후 3년 3개월만이다.
올 시즌 도중 감독 교체를 단행한 하위권 4팀의 행보를 살펴봤더니, 아직 팀을 맡은 기간이 짧긴 하지만, 인천이 효과를 보고 있었다. 인천은 최 감독 부임 후 4경기에서 2승2패, 승점 6점을 따냈다. 경기당 평균 획득 승점이 1.0에서 1.5로 늘었다. 최근 4경기를 기준으로 할 때 7위 성적이다. 최 감독이 포백 중심의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고 밝힌대로 각종 지표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최 감독 부임 후 경기당 평균 점유율은 56.44%로, 부임 전 평균 점유율 46.6%보다 약 10% 높다. 패스는 평균 61개, 슈팅은 2.6개, 키패스는 2개씩 늘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내 슈팅이 평균 6.16개에서 8.5개로 2개 이상 증가했다. 상대 진영에서 만들어가는 플레이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치고는 경기당 평균 득점(1.0골)이 썩 좋지 않은 점이 고민거리다. 실점은 평균실점 1.36골에서 1.0골로 줄어들며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하나는 인천보다 감독 교체 효과를 조금 더 만끽하고 있다. 감독 교체 전 평균 승점 0.875점에서 교체 후 1.31점으로 크게 늘었다. 13경기에서 4승5무4패를 기록중인데, 4승 중 3승을 최근 4경기에서 쓸어담았다. 평균 득점은 0.94골에서 1.31로 증가했다. 점유율, 슈팅, 유효슛, 크로스 수치에 큰 변화는 없지만,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된 선수들과 신예, 부상 복귀자들의 가세로 선수단의 전체적인 질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수원FC전에서 '돌아온 마사'가 멀티골을 쏘고, 인천전에서 수비수 김재우가 '올해의 골' 후보로 손색이 없는 중거리 포를 쏘더니, 광주전에선 2006년생 고교특급 윤도영이 프로 데뷔골을 작성했다. 대전은 지난 1일 광주전 2대0 승리로 강등권에서 벗어나 9위로 올라섰다.
대구는 박창현 감독 부임 전 8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으나, 박 감독 부임 후 21경기에서 6승을 따내며 잔류 싸움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 박 감독 부임 전 평균 승점이 0.875점, 부임 후 평균 승점은 1.10점이다. 박 감독도 최 감독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점유율은 박 감독 부임 전 39.38%에서 부임 후 47.11%로 확 늘었다. 5월부터 8월까지 지독히 골이 터지지 않는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 3경기에서 득점혈이 뚫린 듯 6골을 넣었다. 세징야의 '폼'이 살아나고, 전역한 정치인이 가세한 효과다. 불안한 수비는 고민거리다. 박 감독 부임 후 5.25경기당 1번꼴로 무실점을 했다. 전임 감독 체제에선 4경기당 1번꼴이었다. 후반에 2골을 허용한 지난 인천전은 지난 5월 울산전(1대2) 이후 10경기만의 역전패였다.
전북의 감독 교체 효과는 네 팀 중에 가장 미미했다. 지난 5월 김두현 감독이 부임한 뒤 전북은 15경기에서 4승4무7패 승점 16점(평균 1.07점)을 기록했다. 부임 전 14경기에선 3승5무6패 승점 14점(평균 10.0점)이었다. 평균 득점은 1.29골에서 1.07골로 낮아지고, 평균 실점은 1.57골에서 1.8골로 높아졌다. 점유율은 부임 전 47.49%에서 부임 후 47.13%로 도리어 줄었다. 부임 전 10위였던 순위는 석달이 지난 현시점 11위다. 전북은 5월 이후 강등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슈팅, 드리블, 키패스, 크로스 등 주요 공격 지표가 전임 사령탑 시절과 엇비슷하거나 낮다. 평균 파울수는 약 3개 줄었지만, 경고와 퇴장 횟수가 늘어나 선수 운용에 대한 고민을 안긴다. 최근 3경기에선 스피드와 체력을 갖춘 풀백으로의 교체 등 과감한 변화를 통해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끈끈함을 더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라운드에서 5연승 중인 서울과 0대0으로 비기며 3경기 연속 무패(2승1무)를 질주했다. 지금까진 감독 교체 효과가 크다고 볼 순 없지만, 3경기 1실점한 수비가 안정된 만큼 전북의 트레이드마크인 '닥공'(닥치고공격) 본능만 살아난다면 잔류권을 뒤흔들 수도 있다.
월 A매치 휴식기가 끝나는대로 본격적인 잔류 전쟁에 돌입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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