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04 13:00:00]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본다.“
4이닝 4안타(2홈런) 2볼넷 6탈삼진 5실점. 데뷔전임을 감안해도 올 시즌 줄곧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투수였기에 100% 만족할 순 없었다. 하지만 사령탑은 OK 사인을 냈다. 이유가 뭘까.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에릭 스타우트. 대만 프로야구(CPBL)에서 10승을 기록하다 턱관절 골절상을 한 제임스 네일의 대체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그는 첫 경기에서 연타석포를 맞으면서 고전했다. 6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면서 CPBL 탈삼진 부문 4위에 랭크됐던 실력을 보여줬지만, 실투가 실점으로 연결된 장면에는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본 KIA 이범호 감독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냈다.
그는 스타우트의 데뷔전을 돌아보며 “구위는 괜찮았다. 구종 역시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공 자체엔 힘이 있었다. 체인지업 등 여러 구종을 보여준 것도 좋았다“고 평했다. 피홈런 2개를 두고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투수에 유리한 구장은 아니다“라며 “홈런 1~2개를 맞는 건 선발 투수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한국 야구에 적응하며 타자 성향을 익힌다면 구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추켜세우기로 외국인 선수의 자신감을 끌어 올리려는 의도는 아니다.
이 감독은 이날 스타우트가 보여준 결과보다는 내용에 의미를 뒀다. 그는 “안타를 많이 맞지 않았다. 볼넷으로 주자를 쌓고 실점하는 모습과도 거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스타우트가 내준 5실점 중 4점이 박병호에게 2, 3회에 각각 맞은 투런포였다는 점을 지목한 것. 이 감독은 “다음에 던지는 것을 본다면 어느 정도의 선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에 훨씬 좋은 피칭을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에서 스타우트는 직구와 스위퍼, 체인지업, 커터를 활용했다.
140㎞ 후반대 직구를 주로 활용했으나, 다양한 변화구 레퍼토리도 선보였다. 다만 삼성 타자들의 집요한 커트에 투구 수가 늘었고, 2회 11구 승부 끝에 박병호에 투런포를 얻어 맞으면서 흔들린 장면이 아쉬웠다. 이후 커맨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빠르게 투구 체력이 소진됐다. 삼성 타선의 집요한 커트 공세도 문제였지만, 낮은 코스 승부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스스로 불리한 카운트를 자초한 스타우트의 모습도 아쉬움이 있었다. 4회까지 던진 총 투구 수는 97개.
스타우트가 안정적인 대만 생활을 뒤로 하고 KIA가 내민 '부상 대체 선수'라는 시한부 조건을 받아들인 배경엔 '성공'에 대한 의지가 있다. 그는 “한국에서 뛰는 건 내 커리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내가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내년 커리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힌 바 있다. 이런 성공에 닿기 위해선 KBO리그가 외국인 투수에 기대하는 6이닝 이상 투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스타우트가 삼성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에도 사령탑은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을 기약했다. 과연 스타우트는 다음 등판에서 '코리안드림'으로 가는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을까.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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