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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은 투지로 극복하겠다."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미들블로커 최가은의 말이다.

2023-24시즌이 끝나고 GS칼텍스는 변화의 파도에 몸을 실었다. 지난 3월 이영택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게 그 시작이다. 이후 구단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선수단 구성도 확 달라졌다. 국내 선수 평균 연령이 21.2세에 그칠 만큼 과감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미들블로커 자리는 그야말로 격변 수준이다. 정대영과 한수지(이상 은퇴) 등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공백을 최가은과 서채원으로 메꿨다. 각 2001, 2003년생의 젊은 피다. 이들이 보여줄 패기와 열정에 시선이 쏠리는 한편, 우려 또한 있다. 중심을 잡아줄 이가 없어 들쭉날쭉 '도깨비 경기력'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가은은 자신감이 있다. 소속팀 미들블로커 중 맏언니로서 GS칼텍스 중원을 두텁고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다. 지난 28일 가평 GS칼텍스 청평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나 또한 저연차로서 같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맏언니 아닌가. 미들블로커 동료들을 잘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페퍼저축은행 창단 시절 두 시즌 동안 주전으로 뛴 경험이 있다. 깨지기도 많이 깨졌지만, 배우고 느낀 게 더 많다. 그때 기억을 살려 분위기를 잘 잡겠다. 젊음의 패기로 부딪히는 GS칼텍스 중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말마따나 최가은은 이른 나이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기대를 모은 유망주다. 2019년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뒤 2021-22시즌을 앞두고 페퍼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겨 두 시즌 동안 30경기 이상씩 나섰다. 2022-23시즌 블로킹 10위(세트당 0.54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은 부상으로 울어야 했다. 2023년 새 꿈을 찾아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지만, 코보컵에서 발목을 크게 다치고 말았다. 이 여파로 최가은은 2023-24시즌 15경기 33세트 29득점에 그치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다 지난 4월 최가은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FA로 팀을 떠난 강소휘(한국도로공사)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와 손을 잡은 것이다. 그를 포함해 미들블로커가 서채원, 오세연까지 3명밖에 없는 팀 사정상 주전이 유력하다.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다.

최가은은 "전반적인 몸 상태는 좋다. 발목도 많이 호전됐다. 다만 페퍼저축은행 시절부터 어깨 잔부상이 있었는데, 이영택 감독님이 이번에는 코보컵도 늦게 열리고 비시즌도 긴 만큼 완전히 털고 가자고 했다. 덕분에 팀에 와서 초반에 재활에만 매진한 덕에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고 전했다.

러면서 최가은은 "어쩌다 보니 팀을 자주 옮기게 됐다. 지금까지 세 시즌 이상 함께한 팀이 없다. GS칼텍스에서 그걸 경신하고 싶다. 마침 FA까지 3년 남았다. 그때까지 잘 활약해서 매 시즌 보호선수 명단에 드는 게 목표다. 팀에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최가은은 올 시즌 GS칼텍스의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다른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다. 그는 "내가 다른 팀에 있을 때 GS칼텍스는 중앙 활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만 해도 날개 공격수에게 득점이 몰리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팀에 와 보니 미들블로커가 할 일이 많아서 좋은 의미로 놀랐다. 지금은 좌우 중앙 공격 비중이 삼분의 일씩 되는 것 같다. 이영택 감독님과 아보 코치님 모두 미들블로커 공격 지분이 많아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팀은 미들블로커가 성장하기 좋은 곳이다. 감독님도 미들블로커 출신이라 확실히 선수들에게 보내는 피드백이 디테일하다. 그리고 최근 아보 코치님에게 리딩 블로킹을 아예 새로 배우고 있다. 보통 국내 선수들은 어느 정도 예측을 해서 블로킹에 들어가는 게 있다. 아보 코치님은 세터가 토스하기 직전까지 움직이지 말라고 강조한다. 미리 움직이면 수준 높은 세터는 그걸 역이용해 빈곳으로 공을 보내지 않나. 반대로 미들블로커가 끝까지 가만히 있으면 세터가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린다는 게 코치님의 설명이다. 세터 출신이라 마음을 잘 아는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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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V-리그 여자부는 중앙 싸움이란 말이 나온다. 아시아쿼터로 중국 출신 190cm 중후반대 장신 미들블로커 장 위(페퍼저축은행), 황 루이레이(흥국생명)가 합류했다. 양효진이 버티고 있는 현대건설과 슈퍼 루키 김세빈의 한국도로공사 등 또한 만만치 않다. 그에 반해 GS칼텍스의 세 미들블로커들의 평균 신장은 181.67cm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가은은 전혀 기죽지 않는다.

최가은은 "솔직히 처음에는 우리도 반신반의했다. 다른 팀 중앙이 워낙 강하지 않나. 그런데 최근 연습경기를 몇 번 치르면서 다들 자신감이 확 붙었다. '키가 다는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는 키가 작은 대신 발이 빠르다. 스피드를 더 붙이든지, 더 이동을 많이 한다든지 하면 신장 차이를 극복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겠구나 싶었다. 물론 시즌 때가 되면 다른 팀 모두 더 좋아지겠지만, 우리도 그만큼 발전할 거라 큰 걱정은 안 된다"고 손을 저었다.

끝으로 최가은은 "팀이 장기적으로 리빌딩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성적을 떠나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배구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겠다. 어려서 경기력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기술적으로 부족할지라도 좋은 팀 분위기와 악착 같은 투지로 극복하겠다"면서 "올 시즌 다들 봄배구 진출을 목표로 똘똘 뭉쳤다. 나 또한 봄배구의 짜릿함을 꼭 느끼고 싶다. 결국 까봐야 아는 거 아니겠나. 이번 시즌 겁 없이 패기 있게 부딪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_GS칼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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