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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공격의 시작이 허훈이니까 체력을 소모시키고, 무조건 마지막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부딪히고, 체력을 갉아먹으려고 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5일 수원 KT와 홈 경기에서 82-74로 승리하며 6연승을 달렸다. 6연승은 팀 통산 최다 연승 동률 1위 기록이다.

정성우에게도 의미가 있는 승부였다.

KT는 2021~2022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시즌 동안 활약했던 팀이다.

지난 5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가스공사로 이적한 정성우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함께 이룬 동료들과 처음으로 맞붙는 경기였다.

정성우는 이날 29분 5초 출전해 3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비록 3점슛 5개 중 1개 밖에 넣지 못했지만, 경기 막판 2분 44초를 남기고 78-74로 달아나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더불어 허훈을 꽁꽁 묶는데 힘을 쏟았다. 허훈은 이날 18점 중 13점을 전반에 집중시켰다. 신승민과 정성우가 주로 허훈을 수비했는데 정성우를 상대로 득점한 건 4점이었다. 허훈은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5점에 그쳤다.

다음은 6일 전화통화에서 정성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적 후 KT와 첫 경기 치른 소감
꼭 이기고 싶은 경기였다. 이적하고 여기서 제가 잘 하고 있는 좋은 모습을 (KT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진짜 열심히 했다.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 좋다.

선수들에게 이기고 싶다는 말을 했나?
전체가 있을 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니콜슨에게 이런 말을 했다. ‘오늘(5일) KT와 경기인데 네가 잘 해야 한다, 나는 진짜 열심히 할 거다.’ 그랬더니 ‘자기도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 또 선수들에게 은연 중에 ‘오늘 잘 해야 한다’, ‘이겨야 해’, ‘이길 수 있다’고 자극을 줬다.

17점 차이(43-60)까지 벌어졌는데 감독님도 다음 경기가 있으니까 체력을 고민하셨다고 인터뷰를 하셨다. 선수들의 의견도 물어보셨다. 작전시간 때 ‘딱 3분만 해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하셨다. ‘아, 이기려면 3분 남았다.’ 그래서 지기 싫어서 선수들에게 ‘우리 완전 강팀이라서 넘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 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

허훈과 매치업
목표가 ‘훈이에게 아예 1점도 안 줘야겠다’는 게 아니었다. 훈이는 무조건 자기 몫을 하는데 초반에 해줘도 후반에는 체력의 한계가 올 거라고 여겨서 체력 소모를 빨리 시키는 거였다. 더 힘을 많이 쓰게 하고, 득점을 줘도 편하게 주는 게 아니라 있는 힘껏 다해서 득점을 하게 했다. 전반에는 10점 이상 올렸지만, 후반에는 야투 1개와 자유투 3개로 5점 넣은 걸로 안다. 체력을 빨리 소모시킨 뒤 후반에 승부를 보려고 했다.

우리가 풀코트 프레스를 붙으니까 압박을 이겨내면서 하프라인을 넘어가는 게 체력 소모가 커서 KT가 투 가드를 서고, 해먼즈가 볼을 가지고 넘어가는 등 허훈의 체력 안배를 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수비를 하다 보니 훈이가 지쳤다 싶었다.

어차피 훈이가 넣어도 우리 팀에도 넣을 선수가 많다. 해먼즈도 스스로 득점을 하기보다 만들어진 기회에서 득점을 하는 편이다. 공격의 시작이 훈이니까 체력을 소모시키고, 무조건 마지막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부딪히고, 체력을 갉아먹으려고 했다. 신승민도 들어가서 파이팅 있게 (허훈) 수비를 잘 해줬다.

마지막에 분위기를 탈 수 있었던 게 KT가 확 무너졌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그 시작이 되는 훈이를 우리가 생각한 대로 막아서 득점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약속한 대로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에너지 넘치게 플레이를 한 게 승리요인이다.

공격에서는 득점보다 어시스트에 주력했다.

이번 경기에서 ‘나는 공격을 못 한다’고 김낙현과 벨란겔에게 이야기를 했다. ‘공격을 못하고, 공격에서 쓸 힘을 수비에서 다 쓸 거라서 너희가 많이 해줘야 한다’고 했다. 외국선수들에게도 ‘KT의 핵심이 훈이라서 나는 수비에 힘을 쏟을 거니까 너희도 훈이로 시작되는 공격을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선에서 강하게 수비를 하니까 외국선수들도 분위기를 타는 거 같다. (외국선수들이) ‘우리 수비가 되네, 나도 하면 더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전체 팀워크가 잘 맞아간다.

경기 막판 쐐기 3점슛을 넣었다.
제 슛이 사실 비수였다, 비수(웃음). 이걸 이야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훈이가 (나를 상대로) 포스트업(1쿼터 3분 33초)을 한 뒤 작다는 세리머니 한 거 아나? 나도 몰랐는데 KT 선수들이 하프 타임 때 ‘훈이 세리머니 봤어?’ 물어보더라. ‘뭐 했어? 나는 못 봤다’고 했더니 ‘훈이가 세리머니를 하려고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어, 그래. 그럼 나도 한 방 넣고 해야 하는데.’ KT 벤치 앞에서 넣고 벤치에다가 (세리머니를) 해야 하나 싶었다.

몇 번 기회가 왔는데 성공을 못했다. 수비를 진짜 열심히 하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슛 성공률이 떨어진다. 괜히 제 스스로 핑계를 대고 싶었다. ‘수비를 너무 열심히 했나? 왜 이렇게 안 들어가지?’ 흐름이 넘어올 때 벨란겔이 스틸 해서 넘어가는데 저에게 주더라. 상황이 벨란겔이 주겠다 싶었고, 스텝도 좋았고, 호흡도 괜찮았다. 패스를 받았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자신있게 쐈더니 들어갔다. 너무 좋았다.

세리머니를 했나?

한 거 같은데 모르겠다. 소리만 질렀다(웃음).

7일 소노와 맞붙는다.
우리는 상대보다 우리 스스로의 문제다. 실책과 리바운드가 핵심이다. 왜냐하면 기술들이 좋은데 실책을 하면, 득점 확률이 높은데 슛도 던지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실책은 절대 나오면 안 된다. 실책 단속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신장이 조금 작고, 감독님도 실책과 함께 리바운드를 강조하신다. 리바운드(평균 34.7개, 7위)가 적다. 저는 감독님께 우스갯소리로 ‘슛을 다 넣으니까 공격 리바운드가 적은 거’라고 하는데 리바운드가 공격 기회를 더 가져올 수 있다. 리바운드가 많아서 공격 기회를 많이 가져가면 득점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리바운드를 뺏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것만 잘 준비하면 개인 기량과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어느 팀과 경기를 해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1라운드도 끝나지 않았지만, 가스공사로 이적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나?

완전 행복하다. 팬들 앞에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가스공사 스타일이 엄청 힘들다. 풀코트로 붙어서 프레스를 하고 템포도 빨리 가져가니까 감독님께서 선수 교체를 하며 체력 안배를 해주시는데 이게 힘들다.

지금 홈 연전 중인데 팬들께서 응원과 환호를 엄청 많이 해주신다. 격려도 해주셔서 그 분위기에서 한 발 더 뛰게 되어서 팬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이런 분위기에서 농구를 할 수 있는 게 정말 선수로 되게 감사하다. 신나게 농구를 할 수 있는 곳에 와서 가스공사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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