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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원래는 웨이팅 사인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때로는 새로운 역사가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지켜보는 사람은 결과에 환호하겠지만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강민호가 그랬다.

삼성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대0으로 신승,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8회초 0-0 상황서 터진 강민호의 결승 솔로포.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는 드넓은 잠실구장 상공을 가르는 타구도 멋졌고,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포수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강민호는 KBO 역대 타자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무려 2369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문턱조차 밟아본 적이 없는 비운의 선수였다. 2000경기 이상 뛴 선수 중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는 강민호와 손아섭(NC) 뿐이었다. 강민호가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아보고 싶다“고 한 이유다.

강민호는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후 “정확히 21년 걸렸다. 이 (인터뷰) 자리에 정말 오고 싶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런데 이 홈런에 엄청난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었다.

사인 미스로 탄생한 결승 홈런이었다는 점이었다. 결과가 안 좋았다면 문책을 당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강민호는 홈런 상황에 대해 “선두타자였다. 3B1S이라 공을 하나 더 볼까 생각했다. 그러다 공격적으로 쳐보자 해서 쳤는데 홈런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이야기가 압권이었다.

“그런데 벤치에 들어오니 웨이팅 사인이 나갔었다고 하더라. 나는 그걸 못봤다. 사실 2B에서 웨이팅 사인이 나올 것 같아 코치님을 쳐다봤는데 사인이 안나오더라. 그래서 3B1S에서도 당연히 사인이 안 나올 거라 생각해 쳐다도 안 봤다“고 말하며 씩 웃었다.

만약 강민호가 웨이팅 사인을 봤다면?

3B2S 풀카운트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땅을 치고 후회했을지 모른다.

손주영의 147km 직구가 완벽한 실투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타자들이 홈런 치기 가장 좋아하는 가운데 높은 직구였다.

구속도 적당히 빨라, 비거리를 만들어내기는 더 좋았다.

만약 웨이팅 사인을 보고 기다렸다면 아무리 좋은 공이라도 순간 마음을 바꿔 대처하기는 힘들다.

당연히 3B2S 풀카운트가 됐을 것이고 그 다음 공이 그렇게 좋은 공이 올거라고는 예상하기 어렵다. 투스트라이크 이후라 그처럼 거침 없는 스윙이 나오기도 힘들었다.

당연히 홈런이나 출루를 장담할 수 없었다. 강민호는 타격감도 좋지 않았다. 앞서 열린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타율 1할8푼2리로 부진했다.

강민호가 사인을 결과적으로 무시(?)한 것이 삼성으로선 운명적인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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