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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사실 문보경이 잘 뛰는 선수는 아니지 않나.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주자 2사만루. 타석엔 중심타자 오스틴, 그런데 벤치에서 도루 사인이 나왔다.

착각이 아니라 명백한 현실이었다. 8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 LG가 2-0으로 앞선 3회말 벌어진 일이다.

한화 선발이 좌완 김기중이라 3루를 보기 힘든 틈을 노렸다. 그것도 0B2S 상황이었다. 허를 찌른 도루는 성공, 1루주자 구본혁과 2루주자 오지환도 한꺼번에 도루를 성공, '홈스틸'이 아닌 KBO 역사상 8번째 3중 도루로 기록됐다. 비디오판독 결과도 그대로 세이프였다.

경기 후 문보경은 “벤치에서 '2스트라이크가 되면 뛰어라'라는 사인이 나왔다. 좌투수라 리드를 길게 잡았고, 스타트도 나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10일 잠실에서 만난 염경엽 LG 감독은 “만루에 오스틴 타석인데 실패했으면…“이라며 고개를 흔든 뒤 “비판을 받더라도 감독은 자기 소신껏 야구를 해야한다. 두려워서 아무것도 안한다면 그 팀의 컬러는 사라진다. LG는 야구 트렌드를 이끄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어 “좌완투수라서 확률이 올라갔고, 정수성 코치가 잘 준비했고, 문보경이 잘해줬다. 사실 발이 빠르진 않지만, 센스가 있는 선수다. 결과적으로 살지 않았나. 실패했으면 내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LG는 언제 뛸지 모른다는 부담감, 압박감을 상대에게 심어주는게 중요하다. 그런 느낌 하나하나가 승패로 연결된다“는게 염경엽 감독의 야구 지론이다. 주자 만루에 중심타자 타석에서 3중 도루.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다. 다음 상황에서 이영빈의 3점 홈런이 터지긴 했지만, 사실상 그날의 승부가 결정된 순간은 3중 도루의 성공이었다.

결국 '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걷는 길이다. 지난해 도루 성공률이 70% 미만으로 추락했음에도 '뛰는 야구'를 이어갔고, 결국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LG 우승이 '정배'라면, 올해는 KIA 타이거즈가 그 존재감을 가져갔다. 올해는 '반전'을 연출해야하는 입장.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한 염갈량의 끊임없는 승부수는 그에 걸맞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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