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10 11:59:29]
신한은행에게 박신자컵은 뼈아픈 테스트였다. 그만큼 확인한 것도, 느낀 것도 많았다. 관건은 남은 7주 간의 담금질이다.
지난 8일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일본 초청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후지쯔가 지난해 챔피언 토요타를 꺾고 첫 우승 컵을 들어올렸다.
WKBL 6개 팀은 박신자컵을 통해 비시즌에 준비한 것들을 최대한 확인하고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팀당 적게는 4경기, 많게는 5경기를 통해 라인업, 전술을 다양하게 실험했다.
그 중 가장 뼈아픈 테스트를 진행한 팀은 단연 신한은행이었다.
올봄 신한은행은 FA 시장에서 최이샘과 신이슬과 계약하고 신지현을 트레이드로 영입, 전력에 큰 변화를 줬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는 타니무라 리카를, 국내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홍유순을 각각 1순위로 지명하며 최대 고민거리였던 프런트코트를 보강했다.
비시즌 연습경기와 자체 훈련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신한은행이다.
그러나 박신자컵의 경기력과 결과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첫 경기에서 부진한 경기 속에 후지쯔에 패했고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캐세이라이프에게도 졌다.
이어진 삼성생명전까지 패배한 신한은행은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하나은행전에서 신승을 거두며 1승 3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신한은행의 부진은 대회 기간 내내 꽤 화제거리였다. 리그 중위권 이상을 차지할 수 있는 두터운 로스터를 갖춰다는 평가를 받았었기 때문이다.
대회 첫 경기부터 시작된 쓰리가드 라인업 테스트, 잦은 선수 교체는 신한은행이 가진 전력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 같은 박신자컵 운영에 대해 구나단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이기든 지든 기회를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시즌 훈련을 성실히 소화한 모든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실전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정규리그에서 출전시간을 가져갈 옥석을 가리려고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구 감독은 “박신자컵을 준비하면서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약속을 하고 시작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이기든 지든 기회를 주려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 코칭스태프끼리 '누가 너무 좋다'는 말을 하지 말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시기와 질투를 없애자고 이야기를 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즌 때 메인으로 활용할 선수는 8-9명 정도 생각하고 있다. 박신자컵에서 12명까지는 계속 기회를 주고 싶었다. 훈련이나 연습경기 때는 잘 됐던 게 실제 경기에서는 결국 안 나온 것 같다. 사실은 박신자컵을 준비하면서 각오를 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휴식일 없이 첫 3경기를 백투백투백으로 치른 것, 프런트코트에 부상자가 있었던 것도 쓰리 가드 라인업을 쓴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구나단 감독은 “타니무라 리카가 같이 팀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김태연도 허리가 안 좋아서 첫 두 경기만 뛰는 상황이었다. 선수단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아서 쓰리 가드를 썼다. (삼성생명전) 후반부터는 원래 생각했던 라인업을 썼다“라고 했다.
뼈아픈 테스트를 끝낸 신한은행은 박신자컵의 교훈을 바탕으로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다. 향후 7주 동안 국내 훈련과 일본전지훈련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변화도 목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구슬이 포지션을 다시 센터로 옮기고, 1순위 신인 홍유순은 빅맨에서 윙으로 보직을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쿼터 타니무라 리카도 연습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구나단 감독은 “어떤 라인업에서 수비가 단단해지는지, 타니무라 리카가 뛸 때 어떤 라인업을 쓸지를 잘 준비해야 한다. 신지현 1명에 장신 4명을 두는 라인업도 쓰고 싶다. 그게 되려면 결국 수비가 돼야 한다“며 “홍유순은 일본에서 4-5번으로 주로 뛰었고 외곽 수비 훈련도 안 해봤다. 3점슛을 가진 선수이지만 윙으로 뛸 때 슛 찬스를 어떻게 찾아가는지 아직은 모르는 느낌이다. 컷인하고 스크린하고 팝아웃하는 역할을 시켜보려고 한다. 홍유순이 윙으로 뛰는 게 되기 시작하면 우리 팀 입장에서도 스위치 수비가 훨씬 쉬워진다. 리카는 아직 컨택트 훈련과 라이브 5대5 게임 훈련은 안하고 있다. 앞으로 연습경기에 나왔을 때 어떨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구 감독은 “오히려 박신자컵에서 안 좋은 모습이 나온 게 좋았던 것 같다. 박신자컵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이 나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선수들에게도 말했다. 이런 시행착오가 시즌 개막하고 나왔으면 쉽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7주 동안 준비를 잘해서 실망한 팬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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