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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예견된 참사였다. 정말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KBO리그는 15일 출범 후 최초 1000만명 관중을 돌파했다.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경사였다. 팬 없는 프로 스포츠는 의미가 없다. 역대 최고의 흥행, 야구와 관계된 모두가 기뻐해야 할 하루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충격적인 일들이 묻혔다. 전에 없는 가을 폭염에 팬들이 쓰러진 것이다.

1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전에서 온열 환자 23명이 발생했다. 그 중 2명은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후송됐다.

이날 양팀 경기는 원래 오후 5시 편성이었다. 하지만 인천 SSG 랜더스-삼성 라이온즈전과 함께 공중파 중계를 이유로 오후 2시로 당겨져 개최됐다.

문제는 올여름 내내 이어진 폭염이 9월이 돼서도 꺾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안그래도 8월 폭염 사태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고, 팬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등 뼈아픈 일들이 있었는데 KBO는 9월이 돼 열대야 주의보도 해제되고 기온이 떨어질 거라는 단순 예상으로 9월 2시 경기를 강행했다. 9월에는 일요일 경기가 모두 2시에 열리게 됐었다. 여기에 토요일 경기까지 공중파 중계라고 2시로 앞당겼다.

이에 SSG 이숭용 감독이 작심 발언을 했다. 14일 2시 경기를 해보니 너무 더웠고, 선수들이 쓰러질 지경이라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인천은 사정이 조금 나았다. 남도 지방은 더욱 뜨거웠다. 14일 남쪽은 최고기온 36도를 찍은 곳이 즐비했고,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15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책 없이 전국 5개 구장에서는 오후 2시 경기가 진행됐다.

결과는 뻔했다. 무더웠던 광주 KIA 타이거즈-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약 50여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병원에 실려가는 등 크게 아픈 팬은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인천에서는 21명의 온열 환자가 집계됐는데, 그 중 한 팬은 들것에 구장 의무실로 실려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날 선발로 나선 삼성 선발 원태인은 경기 도중 탈수 증세를 호소하며 마운드에서 헛구역질을 하고 긴급 처치를 받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말 선수나 관중이 쓰러지고, 돌이킬 수 사고가 일어났다면 1000만 관중 경사가 모두 무의미해질 뻔 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9월 잔여 경기 일정을 짜기 전부터 이번 더위는 9월까지 이어질 거란 예보가 매일같이 나왔다. 현장도, 언론도 9월 2시 경기는 심각하게 저녁 개최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를 지속했다. 하지만 KBO는 마케팅, 중계, 고용 인력 문제 등을 들어 경기 시간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9월은 시원해질 거라며 운에 맡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예견된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팬들이 쓰러졌다. 선수는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1000만 관중 기록 뒤 감춰진 씁쓸한 현실이다.

물론, 경기장을 가는 건 2시에 열리고 더운 걸 알면서도 팬들이 선택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경기를 그 시간에 연 주최측의 우선 책임이 있다. 다 떠나, 이런 악조건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무슨 죄인가.

돌아오는 주말 즈음부터 더위가 꺾일 거라고 한다. '큰 사고는 없었다. 이젠 2시 경기 해도 문제 없겠지'라고 안도하고 있다면 절대 안될 일이다. 당장 18일까지 추석 연휴에는 계속 2시 경기다. 날씨는 계속 더울 거라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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