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04 23:48:40]
[점프볼=이규빈 기자] 브루클린이 에이스를 트레이드하고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브루클린은 2019년 조 차이라는 새로운 구단주를 맞이했다. 차이 구단주는 대만계 캐나다인으로 농구단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을 공표했다.
브루클린은 오랜 기간 암흑기에 빠진 팀이었다. 우승 도전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한 폴 피어스, 케빈 가넷 트레이드가 결정타였다. 당시 가넷과 피어스를 영입한 브루클린은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으나,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고, 결국 베테랑들의 노쇠화로 팀이 붕괴했다.
문제는 가넷과 피어스를 영입하며,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스턴 셀틱스에 넘긴 것이었다. 브루클린은 성적이 폭락해도, 드래프트 지명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당시 브루클린은 현재와 미래가 모두 없는 팀이었다. 그런 팀을 인수해 차이 구단주는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팀을 성장시켰다.
카리스 르버트, 디안젤로 러셀, 스펜서 딘위디, 재럿 앨런 등 저평가된 유망주를 성장시키며, 팀의 뼈대를 만들었다. 그렇게 팀의 뼈대를 구축한 후 슈퍼스타 영입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바로 케빈 듀란트와 카이리 어빙을 동시에 FA로 영입한 것이다.
듀란트와 어빙의 영입으로 단숨에 우승 후보로 올라섰으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제임스 하든까지 휴스턴 로켓츠에서 영입하며, 막강한 빅3를 구축한 것이다. 빅3가 구축된 후 브루클린은 매 경기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역대급 공격력을 가진 팀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하든과 어빙이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듀란트 홀로 고군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고, 결국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탈락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브루클린은 여전히 우승이 유력한 강력한 팀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브루클린의 전성기는 거기까지였다.
2021-2022시즌 중반, 하든이 불화로 이적을 요청했고, 브루클린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보스턴에 0승 4패로 무기력하게 탈락한다. 그 다음 시즌에는 어빙이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브루클린은 거기서 듀란트까지 트레이드하며, 대격변을 맞이했다.
어빙과 듀란트의 트레이드로 많은 대가를 챙겼으나, 이제 우승권과는 거리가 먼 팀이 됐다. 우승은 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냉정히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현재 전력도 어중간했다. 결국 브루클린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듀란트 트레이드의 메인칩이던 미칼 브릿지스를 트레이드하며, 다시 긴 암흑기와 리빌딩을 예고했다.
성적: 32승 50패 동부 컨퍼런스 11위
브루클린은 시즌 시작 전 나름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듀란트 트레이드의 대가로 피닉스 선즈에서 넘어온 브릿지스와 캠 존슨, 어빙의 트레이드 대가였던 도리안 피니-스미스에 로이스 오닐이라는 수준급 포워드진을 구축했고, 골밑은 닉 클렉스턴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가드 포지션에도 친정팀으로 돌아온 딘위디, 득점력 하나는 NBA 무대에서도 인정받은 캠 토마스가 존재했다.
브루클린은 우승 후보는 아니지만,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일단 포워드진은 훌륭했으나, 문제는 선수들 대부분 3&D 유형의 선수였다. 주도적으로 팀을 이끌며, 공격에 나설 선수가 없었다. 그 역할을 브릿지스에게 기대했으나, 브릿지스는 팀의 1옵션이자, 에이스 역할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 브루클린의 에이스 역할로 나선 선수가 바로 3년차 토마스였다. 2022-2023시즌까지 식스맨 역할을 맡았던 토마스는 주전 자리를 꿰차며, 브루클린의 공격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문제는 토마스가 득점력은 훌륭하지만, 파생 효과는 전무한 선수였다는 것이다.
토마스는 흔히 말하는 앞만 보고 달리는 유형의 선수다. 자기 득점은 올리지만, 동료를 봐주는 시야와 동료를 활용하는 역량은 낙제점인 선수다. 토마스가 득점을 올려도, 브루클린의 답답한 공격 흐름은 여전했다. 브루클린은 시즌 내내 부실한 공격력이 발목을 잡았다. 토마스를 제어하고, 포워드진을 활용할 포인트가드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시즌이었다.
시즌 내내 승률이 5할을 밑돌았던 브루클린은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선수를 매물로 내놓았고, 오닐과 딘위디 등이 팀을 떠났다.
또 스티브 내쉬가 경질된 이후 브루클린을 이끌었던 자크 본 감독도 2월에 경질됐다. 성적 부진의 책임과 주축 선수들과 불화가 원인이었다. 2023-2024시즌 브루클린은 경기장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2023-2024시즌 브루클린을 보며, 농구는 한 명의 확실한 에이스가 얼마나 팀 성적에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쏠쏠한 선수가 즐비해도, 팀을 이끌 에이스의 한계가 뼈저리게 드러난 시즌이었다.
오프시즌 IN/OUT
IN: 닉 클렉스턴(4년 1억 달러), 트렌든 왓포드(1년 270만 달러), 보얀 보그다노비치(트레이드), 킬리안 헤이스(1년 계약), 쉐이크 밀튼(3년 900만 달러), 자이레 윌리엄스(트레이드)
OUT: 미칼 브릿지스(트레이드), 로니 워커 4세(FA)
브루클린은 앞서 말했듯 이번 오프시즌에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바로 팀의 에이스이자, NBA 최고의 3&D 자원으로 평가받는 브릿지스를 트레이드한 것이다. 대가는 상당했다. 뉴욕 닉스로 보내며, 보그다노비치라는 베테랑과 함께 미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자그마치 5장이나 받은 것이다.
브릿지스는 듀란트 트레이드의 메인칩이었다. 브루클린 입장에서 듀란트를 잘 쓰고, 브릿지스로 트레이드한 후, 브릿지스로도 대박 장사를 한 셈이다. 물론 브릿지스를 트레이드하며, 당장 브루클린의 전력은 NBA 최약체가 됐다. 즉, 전면 리빌딩에 돌입한 것이다.
그래도 팀의 주전 센터이자, NBA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거듭난 클렉스턴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클렉스턴은 브루클린이 직접 드래프트로 지명해 육성한 선수다. 이번 연장 계약으로 브루클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3-2024시즌 브루클린으로 합류해 쏠쏠한 활약을 펼친 왓포드와도 1년 계약에 성공했다. 왓포드는 2023-2024시즌 평균 6.9점 3.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벤치에서 알짜배기 역할을 해냈다.
밀튼은 브릿지스 트레이드의 대가 중 하나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선수다. 로스터 뎁스를 채웠다는 측면에 의의가 있다.
멤피스 그리즐리스로부터 윌리엄스라는 유망주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윌리엄스는 2021 NBA 드래프트 전체 10순위에 지명될 만큼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던 유망주다. 비록 멤피스에서 윌리엄스의 잠재력은 만개하지 않았으나, 브루클린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떨지 봐야 한다.
팀의 식스맨 역할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워커 4세가 팀을 떠났다. 워커 4세는 쏠쏠한 득점력으로 브루클린의 벤치 득점을 책임졌던 자원이다. 워커 4세의 이탈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키 플레이어: 벤 시몬스
2023-2024시즌 기록: 15경기 평균 6.1점 7.9리바운드 5.7어시스트
한때 NBA 차기 스타 중 하나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이제는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는 시몬스다. 시몬스는 2016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NBA 무대에 입성했다. 당시 시몬스를 향한 평가는 매직 존슨과 르브론 제임스의 향기가 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지명된 시몬스는 유망주 시절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비록 3점슛과 외곽슛의 부재로 높은 평균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으나, 압도적인 신체 조건과 드리블, 패스 기술로 눈이 즐거운 플레이를 펼치며, 필라델피아를 동부 강호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시몬스는 엠비드와 함께 원투펀치를 구성했고, 필라델피아는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2020-2021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시몬스와 필라델피아의 시간은 끝났다. 당시 필라델피아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애틀랜타 호크스를 상대했다. 필라델피아의 수월한 승리가 예상됐으나, 시몬스가 말썽을 일으켰다. 공격에서 아무런 역할도 해내지 못했고, 심지어 고의로 시몬스에게 파울을 저질러 자유투를 시도하게 하는 '핵 작전'을 당한 것이다.
시몬스는 2020-2021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자유투 성공률 34.2%를 기록하며 최악의 활약을 펼쳤다. 당시 필라델피아 감독이었던 닥 리버스는 중요한 순간, 시몬스를 벤치에 앉힐 정도였다. 이 사건으로 시몬스와 필라델피아의 사이는 끝이 났고, 시몬스는 트레이드를 통해 브루클린으로 합류한다.
브루클린에서도 시몬스의 활약은 없었다. 브루클린으로 이적 당시 시몬스는 등 부상을 당하고 온 상태였다. 시몬스의 등 부상과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고, 2021-2022시즌은 1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건강하게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던 2022-2023시즌에도 42경기 소화에 그쳤고, 2023-2024시즌에는 15경기 소화에 그쳤다.
지난 세 시즌 동안 57경기 소화에 그친 것이다. 역대급 '유리몸'이라는 소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수치다. 심지어 시몬스는 나왔을 때 경기력도 최악이었다. 전성기 시절 보여줬던 전방위 수비력과 공격에서 조율 능력, 신체 조건을 활용한 돌파가 보이지 않았다.
브루클린 입장에서 낭패다. 전성기 시절은 커녕 이제는 공격과 수비 모두 평균 이하의 선수가 된 것이다. 2024-2025시즌 시몬스의 연봉은 자그마치 4000만 달러에 달한다. 시몬스가 지난 세 시즌과 같은 활약이라면, NBA 최악의 계약이라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시몬스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는 100%"라는 얘기를 했다. 물론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브루클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몬스를 바라보고 있다.
브루클린은 브릿지스까지 트레이드해 전면 리빌딩에 나선 상황이다. 부활한 시몬스가 중심을 잡아주기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라인업
데니스 슈로더-캠 토마스-도리안-피니 스미스-캠 토마스-닉 클렉스턴
브루클린은 2023-2024시즌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딘위디를 보내고, 슈로더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큰 기대를 하고 트레이드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브루클린으로 이적 후 슈로더의 활약상은 괜찮았다. 슈로더는 브루클린 이적 후 29경기 평균 14.6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앞서 말했듯 2023-2024시즌 브루클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포인트가드 포지션이었다. 시즌 중반에 합류한 슈로더가 나름 그 역할을 해준 것이다.
주전 슈팅가드는 토마스가 유력하다. 토마스는 2023-2024시즌 평균 22.5점 3.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확실한 득점원으로 거듭났다. 수비에서 약점, 공격에서 동료를 활용하지 않는 약점이 있으나, 득점력 하나는 검증된 선수다. 나이도 2001년생으로 어린 나이기 때문에 브루클린 입장에서 토마스는 팀의 핵심이자, 중요한 역할을 맡길 것이다.
두터웠던 포워드진도 어느덧 약해졌다. 피니-스미스와 존슨은 3&D 유형의 대표주자들이다. 두 선수는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트레이드로 합류한 보그다노비치가 식스맨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23-2024시즌 괜찮은 활약을 펼친 왓포드와 제일런 윌슨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주전 센터 자리는 확고하다. 4년 연장 계약으로 브루클린에 잔류한 클렉스턴이 맡을 것이다. 클렉스턴은 2023-2024시즌 평균 11.8점 9.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수준급 센터로 자리 잡았다. 특히 평균 2.1블록을 기록하며, 브루클린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다.
비록 올스타급 선수나 슈퍼스타가 없는 라인업이지만, 짜임새는 좋다. 브루클린은 에이스를 처분하고, 리빌딩을 선언했다. 당분간 브루클린 팬들은 팀의 성적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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