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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손준호(수원FC)에게 영구 제명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줬다.

10일 중국 체육총국과 공안부는 공동으로 다롄에서 축구 프로 리그 불법 도박, 승부조작 사건의 특별 시정 조치에 대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중국 공안부 책임자는 “2022년부터 랴오닝성 등에 공안기관을 배치해 관련 도박 및 승부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데 주력했고 온라인 도박, 승부조작, 뇌물수수 등 불법 범죄 단속을 위한 전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 범죄 용의자 128명을 검거하고, 온라인 도박 조직 12개를 소탕하고, 도박 및 승부조작 의심 경기 120건을 확인, 사건에 연루된 83명의 선수, 심판, 코치, 클럽 매니저에 대해 법에 따라 형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사건에 연루된 축구 관계자 44명은 법에 따라 법원에서 형을 선고받았고, 34명은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중국축구협회는 이에 맞춰 61명에 대한 징계안을 발표했다. 안타깝게도 손준호는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가 부정적인 이익을 추구했고, 체육 정신을 손상했다. 중국축구협회의 준칙 등에 따라 축구와 관련된 행위를 금지시키는 영구 제명 처분을 내린다'고 했다. 손준호는 국가대표 선발은 물론, 아예 선수생활이 막힐 수도 있게 됐다.

중국은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 승부조작 등을 척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리티에 전 중국대표팀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종신형을 받는 등 중국 축구계의 거물들이 줄줄이 엮였다. 중국축구협회도 나섰다. 해당 축구인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같은 중국축구협회의 움직임은 지난 26일 홍명보호의 명단 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홍 감독은 K리그1 복귀 후 좋은 모습을 보이던 손준호를 발탁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손준호는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중국과 관련해) 뭔가 명확하게 돼 있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앞으로 우리가 중국축구협회 쪽이든 문의를 거쳐서 해야 할 부분인데 이와 관련된 리스크가 조금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이 언급한 리스크는 '중국축구협회의 징계'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중국축구협회의 손준호에 대한 징계 등 처분 결과를 기다렸다. '사법 절차'는 마무리 됐지만, 중국축구협회의 징계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손준호를 뽑지 않겠다는게 대한축구협회의 생각이었다. 중국축구협회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징계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하면, 국제적으로 적용되는만큼, 이번 발표에 눈과 귀가 쏠렸다.

결국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당장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일단 중국축구협회는 '중국 내 징계'임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FIFA를 통해 확대시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중국축구협회로부터 공식 공문을 받는대로, 빠르게 이번 사태를 논의할 계획이다. 협회 측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손준호 측은 당황스러운 반응이다. 손준호 측 관계자는 “중국축구협회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중국 법정에서도 다 밝혀진 부분이다. 당황스러워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나 계획을 강구한 것은 아니지만, 손준호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손준호와 손준호 측 관계자가 직잡 나서는 기자회견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수원FC 역시 “일단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지켜본 후, 향후 대응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국 슈퍼리그(1부)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다. 손준호는 소속팀 감독의 허락을 받고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갑작스레 중국 당국이 손준호에 출국정지 조치를 내렸다. 손준호는 곧바로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형사 구류'는 현행범이나 피의자에 대해 수사상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구금 상태에서 실시하는 강제수사다. 수사 주체가 랴오닝성 공안 당국이라 손준호는 체류 지역인 산둥성에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현역 국가대표 선수의 체포 소식에 축구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대힌축구협회는 중국축구협회와 아시아축구연맹에 공문을 보내는 등 진상 파악에 나섰다. 직접 관계자를 중국으로 급파했지만 큰 소득 없이 돌아왔다.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 명단에 손준호를 포함시켰지만 합류하지 못했다. '캡틴' 손흥민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어떤 사태인지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다. 문자를 보내도 결국에는 답이 없다. 하루 빨리 준호가 좋은 결과를 얻고 다시 팀으로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중국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 비리 척결을 위한 강력한 사정 바람이 불었던만큼, 승부조작 혹은 뇌물수수가 주요 혐의로 거론됐다. 앞서 산둥 소속의 재중 교포 선수 진징다오가 체포됐고, 하오웨이 전 산둥 감독도 비위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외국인 선수가 체포된 것은 손준호가 처음이었다. 손준호 측은 승부조작과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구금 이후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그를 면담했으나 사건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사 접견인만큼, 영사나 손준호 모두 혐의에 대해 말을 나누지 못했다. 대신 건강 상태는 괜찮다는 정도만 파악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 6월 17일 그에 대한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된 후 구속 수사로 전환했다. 구속 수사 전환은 정식으로 사법 처리 수순에 나섰음을 뜻했다. 앞서 하루 전날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16일 손준호가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중국 구속 수사는 최소 2개월에서 최장 7개월까지 가능한만큼, 장기화되는 분위기로 흘렀다. 손준호가 왜 이런 상황에까지 처했는지 전해지는 정보가 제한적이라, 걱정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정부 역시 이번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세부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한중 양국 관계까지 최악으로 치닫았다.

손준호 측은 포기하지 않았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인 박대연 NEST 대표는 중국 대형 로펌을 선임해, 마지막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손준호 역시 몸관리에 소홀하지 않으며 장기전에 대비했다. 새해 들어 중국축구협회 주요 간부들의 혐의가 인정, 사법 처리에 속도가 붙으며 기류가 달라졌다. 손준호 사태 역시 곧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3월 들어 긍정적인 분위기가 펼쳐졌고, 결국 재판이 마무리되며 손준호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

손준호는 곧바로 몸만들기에 나섰고, 그라운드 복귀를 시도했다. 4월 대한축구협회가 등록을 허가했고, K5리그의 건융FC에 적을 올렸다. 친정팀인 전북 현대에서 훈련을 이어간 손준호는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전격적으로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교체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손준호는 빠르게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고, 손준호는 변함없는 활약으로 수원FC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18일 울산HD와의 원정경기에서는 골까지 기록했다. 1400일만에 기록한 K리그 득점이었다. 대표 복귀까지 꿈꿨지만, 중국축구협회의 중징계에 다시 날개가 꺾인 손준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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