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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28년 만에 패럴림픽 무대로 돌아온 한국 여자골볼이 8강에서 좌절했다. 한국 여자골볼의 행보를 멈춰세운 것은 '세계 최강' 튀르키예였다.

한국은 4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여자 골볼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튀르키예를 맞이해 3골이나 뽑아냈지만, 결국 3대6으로 졌다. 세계랭킹 15위 한국에게 2020 도쿄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낸 튀르키예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조별리그를 1승1무1패(승점 4)로 어렵게 통과한 한국은 튀르키예를 상대로 선전했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주장 김희진(30)과 서민지(23), 심선화(32·이상 서울특별시청)가 처음에 나왔다. 비록 세브다 알트노룩에게 경기 시작 53초 만에 첫 골을 허용하고, 2분33초에도 추가골을 내줬지만, 5분35초에 서민지가 페널티드로우를 골로 완성하며 1-2로 추격했다.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약 1분간 서민지를 주축으로 열심히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튀르키예가 다 막아냈다. 이어 튀르키예는 디펜딩챔피언이자 세계 1위 다운 위력을 뿜어냈다. 공을 던졌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진짜 힘이 나오자 속절없이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6분29초와 6분42초에 각각 굴 파트마 굴러와 알트노룩에게 연이어 골을 내줬다. 결국 전반은 1-4로 마쳤다.

아직까지는 추격의 여지가 있었다. 3골 차이는 만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또 후반 시작 58초 만에 세베다에게 이날 네 번째 골을 허용했다. 스코어는 1-5로 더 벌어졌다. 심선화가 5분 15초에 1골을 만회했다. 이후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다가 종료 1분47초를 남기고 베르핀 알탄에게 골을 내줬다. 그래도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경기에 집중한 끝에 종료 7초를 남기고 심선화가 페널티드로우를 넣으며 1골을 만회했다. 경기 결과를 바꿀 순 없었지만, 28년만에 돌아온 패럴림픽 무대에서 투혼의 흔적을 남긴 골이었다.

정은선 감독은 경기 후 “강팀에게 선제골을 내줄 수는 있는데, 그래도 너무 일찍 실점이 나왔다. 실점이 조금 늦게 나왔다면 오히려 상대가 더 조급해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지금껏 튀르키예와 했던 경기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지나치게 일방적이지도 않았고, 필드골을 넣고 페널티 드로우도 성공하면서 끝까지 맞붙었다. 희망을 봤다“고 평가했다.

김희진을 비롯해 서민지, 심선화, 김은지(33), 박은지(25)로 구성된 여자 골볼 대표팀 2022년 12월 포르투갈 골볼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패럴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감격적인 결과였다. 1996년 애틀란타패럴림픽 이후 28년 만에 패럴림픽에 나가게 된 결과였다. 하지만 8강 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적을 만나는 바람에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게 됐다.

'캡틴' 김희진은 “28년 만에 잡은 기회라 기적 같았고, 정말 꿈 같은 시간이었다“며 “이번에 28년 만에 나왔지만 앞으로는 매 패럴림픽마다 출전해서 나나 후배들이 우리나라 골볼을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잘 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골볼은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로, 시각장애 정도와 상관없이 참가 선수 모두 공평한 조건에서 경기하도록 눈가리개를 사용한다. 3명의 선수로 구성된 2팀이 전, 후반 각 12분씩 소리 나는 공으로 상대 골대를 향해 공격하고 수비를 하게 된다.

8강에서 떨어진 한국은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예선 성적에 영향을 받아 개최국 프랑스와 4일 같은 장소에서 7~8위전을 하게 된다. 한국은 조별리그 때 프랑스를 6대1로 이긴 바 있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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