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독일 축구의 흑역사는 대힌민국이 만들어준다.

박윤정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 여자대표팀은 8일(한국시각) 콜롬비아 보고타의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 데 테초에서 열린 독일 U-20 여자대표팀과의 2024년 국제축구연맹(FIFA) 콜롬비아 U-20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독일전 기적적인 승리로 박윤정호는 U-20 여자월드컵에서 10년 만에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독일전을 앞두고 박윤정호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사실 희박했다. 1차전에서 아프리카 강호인 나이지리아에 후반 41분에 실점하면서 아쉽게 0대1로 무너졌다.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2차전에서 승리해야 16강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와도 무승부를 거두면서 대회 우승후보인 독일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해야 16강 진출 가능성을 살릴 수 있었다.

박윤정호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전반 22분이 경기의 변곡점이 됐다. 골키퍼 우서빈이 장거리 킥으로 공격수인 전유경에게 정확한 골킥을 배달했다. 전유경은 높이 뛰어올라 경합에서 이겨냈고, 수비라인 사이로 침투하고 있는 박수정에게 백헤더로 패스를 보냈다. 수비라인을 절묘하게 타고 침투한 박수정에게 정확하게 볼이 연결됐다. 박수정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선제골을 작렬했다.

한국의 이번 대회 첫 골이었다. 한국의 기습적인 선제골에 당황한 독일은 평소보다 저조한 경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친김에 한국은 격차를 더 벌리려고 시도했다. 후반 13분에도 한국의 롱볼 전략이 통했다. 독일 선수들이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는 사이에 강은영에게 완벽한 기회가 찾아왔다. 강은영이 골대 앞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옆그물을 때리고 말았다.

한국의 여전사들은 독일에 제대로 망신을 주려고 노력했다. 후반 24분에는 측면 공격으로 활로를 찾았다. 홍채빈이 우측에서 돌파한 뒤에 정다빈에게 크로스를 올려줬다. 정다빈이 달려들어 마무리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31분에는 최한빈이 좌측에서 돌파 후 빠른 타이밍에 크로스를 올려줬다. 정다빈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왔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다. 어린 선수들이 독일의 공세를 끝까지 잘 버텨내면서 막아냈고, 선수들은 경기 후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승리를 즐겼다. 출전 선수 전원이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됐을 정도로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낸 기적적인 결과였다.

2연승을 달리며 우승후보다운 상승세를 타고 있던 독일이었지만 한국에 일격을 맞고 말았다. 그래도 독일은 조 1위를 확정했다. 2위는 나이지리아다. 한국은 승점 4점으로 16강행을 확정했다. U-20 여자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건 무려 10년 만이다.

이번 대회에는 총 24개국이 참가했다. 4개국씩 6개조로 편성돼 각 조의 1,2위는 무조건 16강에 진출한다. 나머지 4자리를 두고 각 조의 3위가 경쟁한다. 이미 조별리그를 마친 F조 3위인 아르헨티나와 C조의 파라과이가 각각 승점 1점과 3점이다. 이로써 다른 조 결과와 상관없이 박윤정호는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박윤정 감독은 경기 후 대한축구협회와의 인터뷰에서 “16강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들을 하셨을텐데, 우리는 무조건 독일을 이기고 16강을 올라가야 된다는 것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그 결과를 가지고 온 것 같아 기쁘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에 FIFA의 와일드카드라는 룰 덕분에, 16강을 진출하게 되었다. '우리 한국 여자축구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뿐만 아니라 10년 만의 토너먼트 진출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한국 여자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성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16강에서 만족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단판 승부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 쉬운 대진은 없다. 한국은 A조 1위인 콜롬비아와 B조 1위인 브라질 중 한 나라와 16강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조별리그에서 모두 압도적으로 3연승을 달리면서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다. 객관적인 전력은 브라질이 더 높지만 콜롬비아는 홈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있다.

박윤정 감독은 “내일까지 우선 기다려 봐야겠지만, 콜롬비아와 브라질 중 콜롬비아가 확률이 더 높다고 예상한다. 콜롬비아가 홈인 만큼 선수들에게도 부담스럽겠지만 그것 또한 이겨낼 수 있도록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예선과는 달리 첫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간절한 마음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며 16강전에서도 선수들과 다시 한 번 역사를 써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최근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독일에 연달아 망신을 주고 있다. 첫 시작은 2018년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이었다. 이미 2패를 당해 어려운 시기에 놓여있던 대한민국과 1승 1패를 기록한 독일의 승부였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당시 FIFA 랭킹 1위인 독일에 한국이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매우 낮았다. 하지만 한국은 수비진의 분투와 조현우를 앞세워 전차군단 독일의 진격을 잘 막아냈다. 추가시간에 김영권과 손흥민이 기적적인 연속골을 터트리면서 한국은 우승 후보 독일에 대망신을 안겼다.

독일은 겨우 승점 3점에 그치면서 조별리그 최하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월드컵 역사에서 독일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첫 월드컵이었다. 이 경기는 카잔의 기적이란 이름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2023년 FIFA 호주 여자월드컵에서도 독일은 한국전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당해 집으로 돌아갔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은 반드시 한국을 잡아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한국은 독일을 상대로 저력을 보여주며 1대1로 비겼다. 결국 독일은 한국전 무승부로 인해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남자축구와 마찬가지로 독일 여자축구 역사상 첫 16강 진출 실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