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29 17:25:03]
서예은 치어리더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의 피겨 선수 출신 치어리더다. 피겨 선수로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아왔고, 이제 치어리더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에너지 넘치는 단상 위의 스케이터, 서예은 치어리더를 루키가 만나보았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10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빙상에서 단상으로
서예은 치어리더가 치어리딩을 시작한 것은 2023년. 그러니까 그는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은 신입 치어리더인 셈이다.
2003년생인 그녀는 나이도 21살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예은 치어리더는 어떤 치어리더도 가지지 못한 특별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바로 피겨 선수 경력이다.
“치어리딩을 시작하기 전에 12년 동안 피겨 스케이트 선수 생활을 했었어요. 피겨에서 은퇴를 하고 제 청춘을 어떻게 보낼까, 어떻게 하면 더 특별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워낙 춤처는 것도 좋아하고 치어리더라는 직업도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치어리딩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와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에서 처음 치어리딩을 시작한 그녀다.
그리고 올봄부터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치어리더로 활동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보니까 어떠세요? 치어리더는 청춘을 받칠 만 한가요?“
“그럼요!“ 서예은 치어리더가 웃으며 답했다.
“엄청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물론 때로는 환경적으로 더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지금 치어리더로 활동하는 게 너무 만족스러워요.“
서예은 치어리더가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것은 7살 때였던 2010년이었다. 잠실 롯데월드에서 방학 특강을 듣다가 피겨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마침 당시엔 피겨 스타 김연아가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피겨 열풍이 불던 때이기도 하다. 무수히 많은 김연아 키즈가 등장했고, 서예은 역시 그 영향 속에서 빙상을 누볐다.
“잠실 롯데월드에서 방학 특강에 친구랑 같이 다녔었어요. 그러다가 그 친구는 그만 두고 저는 계속 하다가 자연스럽게 선수 생활을 하게 됐죠. 7살 때 스케이트를 처음 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정식 선수 생활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어요. 그때부터 과천으로 링크장을 옮겨서 선수로 생활하다가 고등학교 3학년까지 계속 했고 20살에 은퇴하게 됐어요. 스케이트를 탄 것만 따지면 총 12년이고, 선수 생활로 따지면 8년 정도 한 셈이죠“
피겨 선수로 활동하면서 행복했지만 마음 고생도 그만큼 많이 했다는 그녀다.
“제가 노력한 거에 맞게 성적이 나오면 너무 뿌듯했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일 좋았던 기억이요? 1년에 두 번 정도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리는데, 제가 그때 주니어에서 첫 선발전에서 2등, 두 번째 선발전에서 4등을 해서 총합 1등을 했었거든요. 그게 아마 제 피겨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과였던 것 같아요.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나요.“
“김연아 선수 열풍이요? 정말 대단했죠. 제가 2003년생인데, 실제로 피겨를 했던 친구 중에 2003년생이 정말 많아요. 다른 나이대는 5명, 6명 있으면 2003년생만 한 13명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피겨 선수 중에 딱히 좋아하거나 하는 선수는 없었는데, 김연아 선수는 항상 존경했던 것 같아요. 너무 위대한 선수잖아요.“
2020년에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그녀의 피겨 커리어는 끝으로 향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시합도 많이 없었고 링크장도 다 만을 당았거든요. 그때 저도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은퇴식, 은퇴 경기 이런 것도 못하고 그냥 흐지부지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또 대학 입시는 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코로나 때 잠깐 피겨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사실 저는 피겨에 딱히 미련이 없었어요. 그래서 입시에 힘을 쏟는 쪽으로 선택을 했고 선수 생활도 끝났어요.“
피겨 커리어를 끝내고서는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폭 쉬았다고.
“사실 선수 생활하면서 한 번도 휴가를 가본 적이 없어요.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었죠. 팀에서 워크숍을 가도 운동을 해야 하고 식단 조절도 계속해야 했으니까요. 뭔가 마음 편히 하루도 못 쉬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은퇴를 하니 먹는 것도 자유로워지고 자는 시간도 많아지더라고요. 전에 비해 자유시간도 생겼어요. 스스로 생각했죠. 그동안 너무 빡세게 살았으니 이제 조금 마음을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라고요. 그리고 사실 또래 친구들이 뭘 할지 고민할 때 저는 좀 고민이 크지는 않았어요. 하고 싶은 게 없어도 선수 경력을 활용해서 코치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한창 쉬던 중 우연히 찾은 야구장에서 치어리더 언니들을 보고 푹 빠졌다. 그게 그녀가 인생의 제2막을 단상에서 보내기로 결심한 계기였다.
“잠실야구장에 갔거든요. 사실 야구 룰은 잘 몰랐어요. 그냥 친구 따라서 가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그때 응원하는 치어리더 언니들이 계시는 거예요.“
“그때 보고 딱 생각했죠. 나 저거 너무 하고 싶다고요.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면서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알아봤어요. 치어리더가 되는 법을요.“
“저는 아예 이 세계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까 치어리더가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어요. 그래서 포털에도 검색해보고 유튜브에도 검색해보고 그랬었어요. 그러다가 지금도 계시는 치어리더 팀 팀장 언니께 SNS로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죠. 면접 보고 싶다고요.(웃음)“
첫 응원 그리고 성장
그렇게 서예은 치어리더의 새로운 커리어가 시작됐다. 2023-2024시즌 정관장과 신한은행에서 농구 치어리더로 활동한 것이 출발점이어다.
“처음 투입되기 전에 혼자서 다짐을 했었거든요. 틀리지만 말자, 잘 웃자, 열심히 하자. 이렇게 3개만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너무 멘붕인 거예요.“
“현장도 너무 복잡하고, 삐 소리가 들리면 코트에 나가야 한다고 하는데 삐 소리가 나는데도 다들 안 나가고 저만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뭔가 싶다가 언니들 나가면 따라나가고 정신은 없고 그랬어요.(웃음) 노랫소리도 잘 안 들리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처음에는 신난다기보다는 정신없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집에 오니 약간 꿈꾸고 온 듯한 느낌이 들었고, 시즌이 끝나갈 때가 돼서야 적응이 됐던 기억이나요.“
LG 트윈스 치어리더를 하면서 또 다른 경험을 많이 쌓았다는 그녀다.
“아무래도 이번에 관중도 많고 인기도 늘어났잖아요. 만원 관중일 때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저희 치어리더들도 팬들이 많아야 재밌고 응원할 맛이 나거든요. 그런 게 재밌어요.“
“야구 팬들은 치어리더의 동작을 따라하려고 하시는 편이고 농구 팬들은 경기가 워낙 빠르니 경기에 더 몰입하면서 보시는 느낌이에요. 그런 게 차이가 좀 있지 않나 싶어요.“
“가장 속상한 순간이요? 경기가 안 끝났는데 졌다고 생각하고 경기장 나가시는 분들이 보일 때요. 시합이 안 끝났는데 그런 상황이 되면 되게 속상하더라고요. 그래도 즐거울 때는 종종 덕분에 응원할 수 있었다고 연락해주시거나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실 때예요. 그럴 때 너무 힘이 나요.“
그녀의 꿈
현재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서예은 치어리더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가 아직 학생이거든요. 그래서 학교 다니면서 치어리딩을 하다가. 방학 때는 일에 몰두하다가, 최근에 다시 개강을 해서 다시 병행하고 있어요. 사실 학교 때문에 치어리딩을 못할 때는 너무 속상해요. 근데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서 수업에 안 들어가는 날엔 치어리딩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어요.“
“쉴 때는 하루는 무조건 집에만 있어요. 제가 I 성향이 무척 크거든요. 그래서 하루는 무조건 집에서 쉬면서 체력을 보충해야 해요. 그래야 친구도 만나고 그럴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운전을 하는데 시간이 되면 멀리멀리 다니는 걸 되게 좋아해요. 드라이브해서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가고 바다에도 가서 힐링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집에 있을 때는 그냥 TV 보고 밥 먹고 그게 끝이에요. 그런데 최근에 제가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에 좀 빠졌어요. 그래서 요즘엔 집에서 쉴 때 루틴 같은 게 좀 생겼어요. 닌텐도 하면서 배달음식 시키고, TV 크게 틀어놓고 에어컨 바람 쐬면서 쉬고 그래요. 동물의 숲 시작한지 한 3개월 된 것 같아요.(웃음)
쉴 때는 제대로 쉬는 게 그녀의 스타일이다.
“사실 피겨할 때는 멀리 가기 싫을 때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아질까봐 못 가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어차피 가도 재밌게 못 노니까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은퇴하고서는 스스로 마음을 먹었어요. 미친 듯이 놀겠다고요. 그래서 은퇴하고 입시가 끝나자마자 한 1~2년은 놀러만 다녔던 것 같아요. 안 가봤던 곳에 많이 가고 운전 면호를 따고부터는 전국을 다 돌아다니면서 맛집 투어도 했어요. 12년 동안 못 논 걸 1~2년 동안 한 번에 놀았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일본이에요. 거리의 감성도 너무 좋고 맛있는 곳도 많잖아요. 그리고 일본 화장품이 저한테 잘 맞아서 한 두 번 정도 다녀왔어요. 도쿄랑 오사카 쪽이요.“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는 특별한 물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스케이트였다. 서예은 치어리더가 인터뷰를 앞두고 피겨 유니폼과 스케이트를 가져와도 되겠냐고 자청했기 때문이었다.
“사진 촬영하면서 뭔가를 남기고 싶었어요. 어쨌든 피겨 경력을 가진 치어리더는 제가 처음이잖아요. 저도 피겨가 제 아이덴티티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피겨를 제 시그니처로 삼고 싶어서 많은 분들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녀의 꿈은 치어리더로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얻고 아이스 쇼를 여는 것이다.
요즘에 국내나 해외에서 아이스 쇼 이런 걸 많이 하거든요. 치어리더로서 더 유명해져서 아이스 쇼 같은 특별한 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고, 아이들을 가리츨 기회가 있으면 가르쳐보고 싶기도 해요. 일단 현재의 목표는 치어리딩을 하면서 아이스 쇼도 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서예은 치어리더 프로필>
출생 : 2003년 4월 29일
경력 :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LG 트윈스
MBTI : ISFP
인스타그램 ID : yeni_4_29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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