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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준호(32·수원FC)가 선수생명의 갈림길에 놓였다.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 내용을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한축구협회(KFA)에 통지했다. KFA 관계자는 “11일 중국축구협회로부터 공문이 왔다. 손준호에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고, 이 사실을 FIFA에 통지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KFA에 보낸 공문에는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를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보고했다. 향후 조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을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 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KFA는 손준호에 대한 중국축구협회의 영구제명 징계 발표 직후, 중국 측에 관련 내용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고, 12일 오전 이 같은 공문을 확인했다.

10일 중국 체육총국과 공안부는 공동으로 다롄에서 축구 프로 리그 불법 도박, 승부조작 사건의 특별 시정 조치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국 공안부 책임자는 “2022년부터 랴오닝성 등에 공안기관을 배치해 관련 도박 및 승부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데 주력했고 온라인 도박, 승부조작, 뇌물수수 등 불법 범죄 단속을 위한 전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 범죄 용의자 128명을 검거하고, 온라인 도박 조직 12개를 소탕하고, 도박 및 승부조작 의심 경기 120건을 확인, 사건에 연루된 83명의 선수, 심판, 코치, 클럽 매니저에 대해 법에 따라 형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사건에 연루된 축구 관계자 44명은 법에 따라 법원에서 형을 선고받았고, 34명은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중국축구협회는 61명에 대한 징계안을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이날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장쑤 쑤닝, 상하이 선화 등에서 뛰었던 선수 43명에게 영구제명 징계를, 17명에게는 5년 자격정지 징계를 각각 내렸다. 손준호는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가 부정적인 이익을 추구했고, 체육 정신을 손상했다. 중국축구협회의 준칙 등에 따라 축구와 관련된 행위를 금지시키는 영구제명 처분을 내린다'고 했다. 이에따라 손준호는 국가대표 선발은 물론, 아예 선수생활이 막힐 수도 있게 됐다.

중국은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 승부조작 등을 척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리티에 전 중국 대표팀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종신형을 받는 등 중국 축구계의 거물들이 줄줄이 엮였다. 중국축구협회의 움직임은 지난 26일 홍명보호의 명단 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홍 감독은 K리그1 복귀 후 좋은 모습을 보이던 손준호를 발탁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손준호는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중국과 관련해) 뭔가 명확하게 돼 있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이 언급한 리스크는 '중국축구협회의 징계'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중국축구협회의 손준호에 대한 징계 등 처분 결과를 기다렸다. '사법 절차'는 마무리 됐지만, 중국축구협회의 징계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손준호를 뽑지 않겠다는게 대한축구협회의 판단이었다. 중국축구협회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징계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하면, 국제적으로 적용되는만큼, 이번 발표에 눈과 귀가 쏠렸다. 결국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손준호가 받은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되는 혐의다. 이에 따라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거나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손준호 측은 강하게 부인해왔다. 손준호는 지난 3월 석방돼 귀국했다.

손준호는 곧바로 몸만들기에 나섰고, 그라운드 복귀를 시도했다. 4월 대한축구협회가 등록을 허가했고, K5리그의 건융FC에 적을 올렸다. 친정팀인 전북 현대에서 훈련을 이어간 손준호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교체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손준호는 빠르게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고, 손준호는 수원FC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18일 울산HD와의 원정경기에서 골까지 기록했다. 1400일만에 기록한 K리그 득점이었다. 손준호는 대표팀 복귀까지 꿈꿨지만, 중국축구협회의 이번 중징계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결국 직접 입을 열었다. 손준호는 11일 수원시체육회관 2층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구치소) 영하 25도에서 차가운 물로 씻으면서 축구 생각으로 버텼다. 우울증도 오고, 밥도 먹지 못하는 상황도 왔다.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자신이 있었기 견뎠다“고 호소했다.

손준호는 기자회견에서 “(체포 당시) 한국말 번역으로 '뇌물수수 혐의 죄로 체포한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나는 이런 적 없다고 했다. 변호사를 고용하겠다고 했더니, 경찰 통역은 '큰 일 아니다. 변호사까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변호사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는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중국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였지만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내 결백을 떳떳하게 밝히고 싶지만, 공안은 영상만 있을 뿐, 음성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증거라는 건 초기 압박 수사를 통한 내 거짓 자백뿐이다. 마지막에 판사와 고위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이 내용을 발설하면 안된다, 발설하면 큰 문제를 삼을 것이라며 축구를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그 뒤에 형식적인 재판을 거쳐 석방됐고 한국에 돌아왔다. 대한축구협회(KFA)를 통해 중국축구협회에 ITC(국제이적동의서) 신청했고, 예상 외로 빨리 나와서 한국에서 선수 생활 이어가게 돼 기뻤다“며 눈물을 흘렸다.

핵심은 산둥 동료와 주고 받았던 20만 위안의 진실이다. 그는 “승부조작을 한 적도 없고 받아본 적도 없다. 불법적인 돈은 절대 아니다. 유일하게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선수였다. 2년 6개월 돈독하게 지냈다. 중국 돈이 필요할 때 빌리기도 했다. 친구 관계니까 돈 거래가 그런거지 승부조작을 해서 받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중국 공안이 눈여겨 본 것은 지난해 1월 상하이 상강과의 경기였다. 손준호는 “상하이 상강과의 단 1경기를 얘기했다. 나는 수비형 미드필더인데 조작이면 퇴장, 경고, 페널티킥, 패스 미스로 인해서 실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그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떳떳하게 뛰었고, 강팀과의 경기에서 비겼다. 그 경기를 갖고 승부조작이라고 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돈 거래) 경기 5~6일 후에 20만 위안을 받았다. 돈을 빌려주고 갚을 수도 있다. 그 친구 축구교실에 선물을 했다. 큰 금액으로 정확하게 돈을 빌렸다. 선물해준 돈 이라고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분이 좋게 생각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으로서 보호해주고 도와주시길 바란다. 거짓은 하나도 없다. 10개월의 일들을 얘기했다. 응어리가 100% 풀리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오늘부로 모든 것을 말했다고 생각한다. 할 말이 더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축구협회가 공문까지 보내며 손준호의 선수 인생은 FIFA와 KFA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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