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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가보겠다.“ 김천 상무가 '강등 후보' 오명을 깼다. 파이널A 진출을 조기 확정하며 유쾌한 반란에 성공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김천 상무는 2024시즌 유력한 '강등 후보'였다. 씁쓸하지만 냉정한 현실이었다. 김천은 올 시즌 '유일한' 승격팀이다. 지난해 K리그2(2부) 우승팀으로 K리그1 무대에 올랐다. 당시 김천은 시즌 최종전에서 가까스로 1위를 확정했다. 더욱이 김천은 '군팀' 특성상 한계가 명확했다. 매 시즌 선수들이 입대와 제대를 반복한다. 군 생활 1년6개월의 한계는 상존했다. 개막 전, 많은 전문가가 김천을 강등 후보로 꼽은 이유다.

김천은 개막 5경기에서 3승2패를 기록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2라운드 울산 HD(2대3), 5라운드 FC서울(1대5) 등 강팀에 패하며 좀처럼 분위기를 타지 못했다. 김천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서울에 완패한 뒤 제대로 각성했다. 이후 무려 11경기 무패를 기록했다. 울산, 강원FC 등과 선두권 경쟁을 이어갔다.

상승세의 비결은 선수단 모두가 '히어로'가 된 덕이었다. 김천은 김현욱 이중민 김태현 등 주로 K리그2 무대에서 뛰던 선수들이 재능을 터트렸다. '주포' 조영욱(서울)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로 조기 제대한 빈자리를 채우며 이름을 알렸다. 선수들은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7월 제대한 '김천 7기' 선수 일부는 말년 휴가도 반납하며 팀에 남아 경기를 소화했다. 제대와 입대가 교차하는 '과도기'에서 든든한 다리 역할을 했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도 훈련소 공백 없이 팀에 녹아들었다. 이들은 훈련소에서 나온 뒤 휴가도 뒤로한 채 자대배치를 받고 경기에 나섰다. 선수들은 김천에서 한 경기라도 더 뛰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정 감독의 '동기부여 리더십'이 한몫했다. 정 감독은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선수들에게 목표를 부여했다. 바로 '성장'이었다. 앞서 정 감독은 “김천에서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성장의 기회는 있다. 선수들이 제대 뒤 좋은 '폼'으로 원 소속팀에 합류하면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K리그에서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대표까지 꿈꿔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승욱은 김천 소속으로 생애 첫 A대표팀 합류를 이뤄냈다. 또 이영준(그라스호퍼 클럽 취리히) 등 일부 선수는 상무 제대 뒤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K리그2에서 K리그1 무대로 이적한 선수도 있다.

위기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찾아왔다. 김천은 8월 무더위와 함께 힘을 잃었다. 강원FC(1대2패 )-대구FC(0대3패 )-대전하나시티즌(2대2 무)-제주 유나이티드(0대1 패)를 상대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김천은 무너지지 않았다. 9월 A매치 기간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경남 밀양으로 단기 전지훈련을 떠났다. 4박5일 동안 짧지만 굵은 훈련을 진행했다. 세 차례 연습 경기도 진행했다. 11명이 세 팀으로 나눠 90분을 온전히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경기력을 끌어 올렸다.

효과는 확실했다. 김천은 15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2대0으로 이겼다. 이동준이 김천 소속으로 첫 골을 넣으며 환호했다. 김천은 승점 50점(14승8무8패) 고지를 밟으며 파이널A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2021년 창단 뒤 첫 파이널A 진출이었다.

김천은 이제 새 도전에 나선다. 올 시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김천은 내년에도 '군 팀'으로 '1년 6개월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현 선수들의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이제 한 고비를 넘긴 것 같다. 파이널A 진출을 확정했다. 남은 경기에서 전술 등 여러 측면을 발전시키겠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가보겠다“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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