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17 21:09:11]
2024-25시즌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부주장 이강원이 최선참으로서 마음가짐을 알렸다.
이강원은 2012년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며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입단했다. 외국인 선수와 경쟁해야 하는 포지션 특성상 아포짓이 전체 1순위 영광을 차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흔치 않은 일. 그만큼 198cm 높은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득점력과 타점은 매력적이었다.
데뷔 시즌 16경기 33세트 57득점으로 프로 신고식을 치른 이강원은 다음 시즌부터 출장 횟수가 확 늘더니 2016~18시즌 두 시즌 연속 35경기 이상 출전했다. 이 기간 대표팀 주전 아포짓으로도 뛴 그는 이후 KB손해보험에서 마지막 시즌이던 2017-18시즌 30경기 114세트 393득점을 남긴 뒤 2018년 삼성화재를 거쳐 2021년 우리카드로 둥지를 옮겼는데, 매 시즌 코트에 꾸준히 오르던 전과 달리 이때부터 그는 좀처럼 날개를 펼치지 못했다. 이적 첫 시즌에는 24경기 66세트에 나서며 그나마 버텼지만, 2022~2024시즌 동안에는 총 3경기 8세트에 그치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12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이강원은 "그간 배구를 하면서 좋은 순간도 많았지만, 어려운 시간도 참 많았다. 사람마다 다 힘든 일이 있겠지만, 사실은 나도 배구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럴 때마다 그를 다시 일으킨 건 주변 사람들의 존재다. 그는 "개인적으로 신앙이 강한 편이지만, 정말 많이 힘들었을 때는 그걸로도 버티기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주변을 돌아봤는데, 생각보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걸 보면서 다시 일어날 용기를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힘든 시기를 딛고 일어난 뒤 이강원은 팀이 왜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반대로 자신은 팀에 어떤 걸 안겨줄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는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지도자와 선수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선수는 코트에서 뛰는 존잰데, 최근 나는 코트 밖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지 않나. 그런데도 팀이 나에게 한 번 더 손을 내미는 걸 보고 많은 생각과 감사함이 함께 들었다. '내가 아직 팀에 필요한 사람이구나. 그럼 난 팀을 위해서 뭘 하면 될까' 계속 고민했다"면서 "팀에서 최선참이 되다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보인다. 후배의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눈에 훤하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항상 먼저 다가가 위로를 건네고, 또 얘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한다. 코트 안에서 하나가 되려면 코트 밖에서부터 끈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맏형으로서 그런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해주려고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강원은 "어느 팀에 가든 주전 경쟁에서 밀려서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다. 팀에서 그런 선수들을 보면 가만히 두지 않는 편이다. '너가 주전에서 밀렸다고 해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경쟁심을 부추긴다. 물론 나도 같은 입장이라 그 친구가 나를 밟고 올라서면 내 입지가 더 줄어들겠지만,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괜찮다. 선의의 경쟁에서 지는 건 프로로서 인정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있는 동안 우리카드는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끈끈하고 파이팅 넘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시즌 이강원은 선수로서도 더 많은 걸 증명해 보이겠다는 각오다. 그는 "올 시즌 코트에 오를 시간이 주어진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앞으로 2~3년은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겠다. 그동안 실전 감각은 떨어졌더라도 웨이트나 체력 훈련 등 몸 관리를 정말 열심히 해왔다. 그렇기에 인상 깊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 거라 스스로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그는 "내가 코트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조용한 사람이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 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_인천/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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