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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9번째 대회 만에 기다리고 기다렸던 데뷔 첫 우승. 8일 막을 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란 메이저대회에서 이뤄낸 주인공은 유현조(19·삼천리)였다.

신인왕 0순위 '슈퍼루키'의 꿈이 마침내 이뤄지는 순간. 울다가 웃다가 19세 소녀 골퍼는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배소현 성유진 등 챔피언조에서 함께 플레이한 쟁쟁한 언니들과 나란히 앉아 스코어카드를 적는 순간까지 유현조는 눈물 범벅이었다. 이 모습을 신기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던 배소현(31)은 “축하해“라고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넸다.

펑펑 울던 그는 인터뷰 때 마이크를 쥐자 영락 없는 MZ 세대였다.

구김살 없는 밝은 톤으로 편안하게 수다 떨듯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갔다. 2억1600만원의 우승상금을 놓고 “프로에 왔을 때 목표가 있었다. 내 집 마련이었다. 100% 현금 박치기는 안되겠지만 목표에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아빠 시계 사줄게“라고 외쳤던 자랑스러운 딸은 '무슨 시계'냐고 묻자 “롤렉스“라고 말해 또 한번 취재진을 웃게 했다. 야디지 북에 KIA 타이거즈 로고가 박혀 있을 만큼 찐 타이거즈 팬인 그는 또 한번의 시구 희망을 묻자 “불러주시면 광주든 어디든 바로 달려가겠습니다“라고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골프 레슨을 해주고 싶은 선수'에 대해 전광석화 처럼 “김도영“이라고 답한 그는 취재진이 웃자 급히 “이유가 있다. 홈런을 많이 치시니 비거리가 워낙 많이 나갈 것 같다. 나이가 적어야 말도 통하고 친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변명 아닌 변명으로 또 한번 좌중을 웃게했다. 해피 바이러스 가득한 에너지 넘치는 한국여자골프의 현재이자 미래.

밝게 웃으며 인터뷰 했던 그가 딱 한번 진지해졌던 순간이 있었다.

중계 인터뷰 끝에 '잠시만요. 저 하고 싶은 말 해도 돼요'라며 멈춰 세운 그는 “중학교 때 좋지 않은 실력에도 지금까지 후원해 주신 (삼천리) 이만득 회장님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진심 감사드리고, 제 우승을 보시고 좋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 하자마자 오셨나 둘러봤는데 못 뵈었다“고 했다.

삼천리 스포츠단에 대한 이만득 회장의 관심과 애정은 각별하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주말 마다 소속 프로들이 출전한 대회장을 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직접 찾는다. 이번 대회는 해외 출장 일정이 겹쳐 이 회장은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룹 임직원들은 어김 없이 감격의 순간을 함께 했다. 이만득 회장은 지난 7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둔 삼천리 소속 고지우를 응원하기 위해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CC까지 걸음한 바 있다.

이만득 회장 이하 삼천리 임직원들의 진심이 소속 선수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훈련과 대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덕분이다.

삼천리는 선수 선택과 발굴 기준은 가볍지 않다.

당장의 인기가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한국 골프발전을 이끌 유망주를 발굴해 오랜 기간 후원하며 육성한다. 그래서 소속선수들은 대기만성형이 많다. 홍란 김해림 고지우 마다솜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

유현조 역시 신인이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일찌감치 후원을 이어왔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보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꾸준히 투자하는 일인 만큼 긴 호흡이 필요한 운영방식.

'꿈나무 발굴과 육성'을 목표로 한 뚝심 있는 행보에는 삼천리그룹 이만득 회장의 인재발굴 철학이 있다. 이 회장은 “14개의 골프채를 상황에 맞춰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장점을 지닌 인재를 골고루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인재론을 골프에도 실천하고 있다. 이만득 회장은 삼천리 스포츠단 창단 시점부터 잠재력을 가진 전도유망한 선수들을 발굴하고 꾸준히 육성하도록 프로 선수뿐만 아니라 주니어 발굴에도 큰 힘을 쏟도록 지시했다. 이에 삼천리는 2015년부터 KLPGA-삼천리 투게더 꿈나무대회를 매년 개최해 왔다. 골프 꿈나무 주니어를 발굴해 직접 육성하는 삼천리 아카데미도 2019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최대 수혜자는 중학생 꿈나무 유현조였다.

삼천리 아카데미에 발탁돼 지유진 부단장, 권기택 감독, 이재혁 코치의 체계적이고 혹독한 트레이닝 속에 폭풍성장한 유현조는 삼천리 그룹의 인재 성장에 대한 철학이 빚어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지난해 국가대표로 항정우 아시안게임 개인 동메달과 단체 은메달의 쾌거를 올린 유현조는 '별들의 잔치'였던 메이저대회에서 치열한 경쟁 끝 첫 우승을 차지하며 삼천리 그룹의 안목과 후원에 멋지게 보답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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