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10 05:50:00]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03년 10월, 움베르토 쿠엘류 당시 축구 A대표팀 감독은 FIFA랭킹 92위에 불과한 오만에 1대3, 대참사를 당한 뒤 한국 축구에 “방심은 금물“이라는 큰 교훈을 남겼다.
21년이 지난 지금도 '오만 쇼크' 교훈은 유효하다.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1차전, 홈에서 부진 끝에 0대0으로 비긴 홍명보호가 10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리는 원정 2차전서 빠르게 악몽을 씻어내고 첫 승을 거두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계심'이 중요하다. 이번 차출 선수 중 A대표팀 레벨에서 오만 원정을 경험한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더 꼼꼼한 준비와 집중력이 요구된다.
오만은 21년 전과 비교할 때 더 나은 팀으로 바뀌었다. 당시 FIFA 랭킹 92위였던 오만의 현재(7월 기준) 랭킹은 76위다. 2016년 129위까지 추락한 오만은 2018년 두자릿수 순위대로 재진입한 뒤 현재 아시아 랭킹 11위를 유지하고 있다. FIFA 랭킹 23위로 아시아 3위인 한국과는 53계단 차이다. 팔레스타인(96위) 보다 24계단 높은데다 원정 이동, 기후, 홈팬 응원 등 다양한 변수가 산재한 중동 원정경기란 점에서 부담이 큰 경기다. 한국은 오만전 역대전적에서 4승1패로 크게 앞섰는데, 그 1패를 안긴 장소가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경기장이다.
오만은 8.5장으로 늘어난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대륙 할당 티켓을 얻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도모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체코 대표팀을 이끈 야로슬라프 실하비 감독을 지난 2월 선임, 월드컵 최종예선에 대비하고 있다. 실하비 감독은 자국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 위주로 9월 A매치 명단을 꾸렸다. 한국이 팔레스타인과 비긴 날 이라크 원정에서 0대1로 패했지만, 점유율(58.1%대41.9%), 슈팅수(11대7)에서 앞섰다. “우리가 질 경기는 아니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실하비 감독의 말은 패장의 핑계는 아니었다.
실하비 감독은 포백과 더블 볼란치를 사용하는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공격 1~2선은 다양한 선수를 기용하고 전술적 변화를 꾀하지만, 중원과 수비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비와 빠른 역습이 무기다. 오만은 실하비 감독 부임 후 5경기에서 3승1무1패, 8득점-2실점을 하며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 오만 출신 프리미어리거인 알리 알 합시, '레전드' 아흐마드 무바라크 등이 2020년을 전후로 줄줄이 은퇴한 뒤 미드필더 자밀 알 야흐마디, 공격수 이삼 알 사브히, 미드필더 아르샤드 알 알라위가 팀의 중심축을 맡았다.
요주의 인물은 단신 플레이메이커 알 야흐마디다. 아시아축구연맹은 등번호 10번을 맡은 야흐마디에 대해 “오른쪽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왼발잡이 플레이어다. 넓은 시야와 교묘한 기술로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소개한다. 한국의 이강인과 비슷한 역할을 맡는다고 볼 수 있다. 이라크전에서 팀내 최다인 3개의 키패스를 기록했다. 오만은 객관적 전력이 크게 앞서는 한국을 상대로 전체 라인을 수비 쪽으로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역습 상황에선 우리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알 야흐마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오만은 이라크전에서 윙어 압둘 라흐만 알 무샤이프리와 풀백 알리 알 부사이디가 위치한 왼쪽 측면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로 오른쪽에 위치하는 이삼 알 사브히는 발 기술과 득점력을 갖췄다.
약점도 있다. 센터백 듀오 아흐메드 알 카미시와 모하메드 알 무살라미는 신장이 1m80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알 카미시는 이라크전 실점 장면에서 아이만 후세인에게 속수무책으로 헤딩을 허용했다. 한국 역시 높이를 이용한 공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오만 입장에선 엎친데 덮친격 주전 센터백 듀오인 알 카미시와 알 무살라미가 이라크전에서 부상을 당해 한국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핵심 미드필더 알 알라위는 이라크전 후반 추가시간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한국전에 뛸 수 없고,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모하메드 알 가프리가 무릎 부상으로 낙마했다. 주전급 중에서 최대 3~4명이 교체될 수 있다. 뚜렷한 부상자, 결장자 없이 오만전에 나서는 한국으로선 호재로 볼 수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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