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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축구가 역대 첫 '안방 시상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30주년을 맞은 202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어워즈는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렸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셰이크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등 아시아 축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시상식을 앞두고 만난 정 회장은 '세계축구 대통령' 인판티노 회장이 한국 문화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첫 국내 개최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KFA는 오랜 사전 준비를 통해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시상식을 빈틈없이 치러냈다. 오프닝 퍼포먼스로 시작된 시상식은 아시안컵 호스트 감사패 전달식, 공로패 전달식을 거쳐 AFC 회원 협회 부문 시상순으로 진행됐다. 수상자만 발표할 경우 자칫 시상식이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 수상자 발표 사이에 아이돌과 댄스팀의 공연을 넣어 참석자들의 흥을 돋웠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휴대전화로 무대 사진을 찍으며 호응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는 외국인이 시상대에서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수상자인 아크람 아피프에게 건네는 장면은 이번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였다.

호스트인 한국이 기대한만큼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점과 여전한 트로피 수여 방식은 아쉬웠다. 한국은 총 8개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에 도전했으나, 주요 수상 부문을 대부분 놓쳤다. 대한축구협회, 일본축구협회, 이란축구협회가 경쟁한 올해의 축구협회(플래티넘)가 일본축구협회에게 돌아갔다. AFC는 축구 발전과 인프라, 리그 운영, 유스 지원 등에서 성과를 보인 협회에 상을 수여한다. KFA는 아직 올해의 축구협회상을 수상한 적이 없다.

올해의 남자선수 후보에 뽑힌 설영우는 '카타르 에이스' 아크람 아피프에게 밀려 수상이 불발됐다.

김혜리는 올해의 여자선수 부문에서 일본 세이코 키케에게 밀렸다. '아시아 올해의 선수'는 AFC 소속팀에 뛰는 아시아 출신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한데 세이코는 시상식 현장을 찾지 않고 미리 준비한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AFC는 2005년부터 시상식에 참석하는 선수에게만 상을 수여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스케쥴상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해 올해의 선수상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세이코의 '온라인 소감'이 석연치 않은 이유다. 2019년에 이어 5년만에 통산 2번째 타이틀을 거머쥔 아피프는 직접 서울 시상식장을 찾는 열의를 보였다.

아시아 외 대륙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아시아 출신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국제선수상은 '대충' 선정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잉글랜드 클럽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이 올해의 국제선수상 후보에 올라 2019년 이후 4년만이자 통산 4번째로 수상했다. 아시아 최고의 스타인 손흥민은 한국뿐 아니라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 날아온 참석자들이 누구보다 보고싶어하는 얼굴일 터. 한데 손흥민의 수상 소식은 대형 스크린에 스쳐 지나가듯 짧게 실렸다. 수상자가 없어도 되는 시상식은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황선홍 현 대전 감독은 항저우아시안게임 우승을 앞세워 올해의 감독상에 도전했으나, 오이와 고 일본 U-23대표팀 감독에게 트로피를 내줬다. 배준호는 올해의 영플레이어상 수상이 무산됐다. 이변은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박윤정 여자 U-20 대표팀 감독이 미야모토 도모키 일본 여자대표팀 감독, 레아 블레이니 호주 여자 U-20 대표팀 감독을 따돌리고 깜짝 수상했다. 지난 3월 AFC U-20 여자 아시안컵 4위, 9월 2024년 여자 U-20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성과를 낸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20세 월드컵이 최고의 무대는 아니지만, 이 대회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월드컵에서 선수들과 함께 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은 3회 연속 수상자를 배출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 2019년 시상식에선 손흥민이 국제선수상, 정정용 당시 U-20 대표팀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 이강인이 영플레이어상을 줄줄이 수상했다. 2022년엔 김민재가 국제선수상을 거머쥔 바 있다. 'AFC 어워즈 서울 2023'은 인판티노 회장의 “아시아 축구가 세계 최고가 되길 바란다“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다음을 기약했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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