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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U19 세계선수권에서 24년 만에 4강 진출을 이끈 주역들이 이제 프로팀 주축이 되고 있다. 1999년에 태어난 이른바 ‘99즈’의 역할이 커졌다. V-리그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며 경험을 쌓았고, 대표팀에서도 ‘99즈’가 자리를 잡고 함께 성장 중이다. 임성진도 그 중 한 명이다. 평소 무던한 성격의 임성진은 그 속에서도 치열함을 찾았고, 덕분에 지금 자리까지 올랐다. 임성진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성인 남자배구대표팀의 주축이 된 ‘99즈’ 그리고 OH 임성진
Q. 올해 대표팀에서 얻은 소득이 있다면?
선수들과 좀 더 책임감 갖고, 더 열심히 해서 국제대회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올해는 유럽 전지훈련도 다녀왔잖아요. 코리아컵에서는 브라질도 만나봤고, 유럽 전지훈련으로 크로아티아와 스페인도 만나봤는데 이러한 기회들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국제 경쟁력을 올려야 하니깐요.

Q. 라미레스 감독은 어떤 지도자인가?
파이팅이 좋으신 분이에요. 배구에 대한 열정, 의욕이 선수인 우리보다 넘치는 것 같아요. 훈련이나 경기하면서 선수들이 안 풀리면 가라앉을 수 있는데 감독님이 에너지를 실어주면서 파이팅 해주셔요.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시려고 해요. 훈련도 체계적이에요. 이 훈련이 왜 좋은지 설명도 잘 해주시고요. 선수들을 이해시킨 다음에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훈련을 해왔어요.

Q. 이제 1999년생 ‘99즈’가 대표팀 주축이 됐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셔서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뛰고 있어요. 우리 말고도 (허)수봉이 형, (황)택의 형 등 모두가 잘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우리만 관심을 받는 것이 때로는 미안할 때도 있더라고요. 모두의 역할이 중요한 거잖아요. 똑같은 마음으로 힘을 합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Q. 대표팀에 새롭게 합류한 2000년대생 후배들은 어떻게 봤나?
일단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니구나’ 였어요. 후배들이 많이 생겼으니 진짜 형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좀 더 리더십있게 행동해야할 것 같았고요. (아직 V-리그에서 뛰진 않지만 이탈리아 몬차 소속의 이우진, 유일한 대학생이었던 인하대 미들블로커 최준혁 등도 관심을 받았는데?) 우진이, 준혁이 모두 착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에요. 형들과도 잘 어울려서 지내고 있고요. 코리아컵, 유럽 전지훈련까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그래도 앞으로 대표팀 그리고 V-리그에서도 볼 친구들이잖아요. 같이 열심히 해봐야죠.

Q. 작년 고교생 이우진의 이탈리아행은 파격적 행보였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기회가 된다면 가는 것이 좋다고 봐요. 한국도 좋긴 하지만 좋은 리그에서 기회가 된다면 가서 배워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Q. 변화하고 있는 대표팀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랭킹 포인트를 차곡차곡 잘 쌓고, 이 멤버로 같이 훈련도 오래하면서 대회도 치르다보면 우리도 지금보다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라도 VNL, 올림픽까지 최종적으로 나가보고 싶어요. 또 현재 대표팀은 세대교체도 됐고, 다들 하고자 하는 의지도 커요. 감독님도 잘 이끌어주고 계시고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하시면서 자신감도 실어주셔요. 선수들도 힘을 얻고 훈련에 임했던 것 같아요.




연봉만 4.5억…OH 중에서는 7번째
“연봉에 걸맞은 선수가 되겠다”
Q. 올해 팀 구성 변화도 큰데?

아시아쿼터로 들어온 야마토 토스도 좋고, 엘리안도 볼을 잘 때리더라고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박)철우 형, (김)광국이 형은 은퇴를 했지만 (신)영석이 형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 것 같아요. 형들도 바쁘게 지내고 있더라고요. 종종 연락하고 있습니다.

Q. 올해 옵션없이 연봉으로만 4.5억원을 받게 됐다. 인상률로 따지면 약 82%다.
사실 이 정도까지 주실지는 몰랐어요. “감사합니다”하고 받았죠.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인 것을 알고 있어요. 다가오는 시즌에도 잘하라는 마음으로 신경을 써주셨다고 생각해요. 이에 걸맞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잘해보겠습니다.

Q. 월급 관리 그리고 재테크를 하고 있다면?
월급 관리는 제가 직접 하고 있어요. 딱히 재테크는 하지 않아요. 적금, 예금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매월 세금까지 포함해서 월급의 대략 60% 정도는 모으고 있어요. 40% 중에서도 남은 금액은 다시 저축을 하고요.

Q. 최근 본인에게 준 ‘셀프 선물’이 있다면?
가끔씩 제 스스로한테 선물을 줘요. 큰 것은 아니더라도 사고 싶었던 옷, 신발 등을 한번씩 사거든요. 더 열심히 배구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죠. 최근에는 좋은 반팔 티셔츠를 샀습니다(웃음).

Q. 패션에 관심이 많은 듯한데?
을 좋아해요.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어렸을 때는 충동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잘 입을 수 있는 옷들로만 사고 있죠.

Q. 보수 TOP10에 이름을 올리고 싶은 욕심도 있나?
TOP10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열심히 하고, 잘해서 연봉 협상을 잘해보고 싶어요.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Q. 2023-24시즌 개인 기록도 좋았다. 그만큼 기대감도 커진 듯 한데?
(임성진은 직전 시즌 득점 10위, 수비 2위를 차지했다)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에서 아쉬움이 컸어요. 라운드별로 기복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끝까지 승점 관리를 잘해서 무난하게 플레이오프 안정권에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또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 잘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연봉도 더 많이 받으면 잘해야겠죠. 매시즌 아쉬웠던 기억밖에 없어요. 새 시즌에는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V-리그에서 지난 4시즌 동안 임성진을 평가한다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1, 2년차 때 제일 힘들었어요. 선수는 경기를 뛰면서 보여줘야 하는데 경기를 뛰지 못했으니깐요. 제일 아쉬웠던 시기에요. 버티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했어요. 이후에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했고, 가능성을 봐주시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더 잘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선수는 은퇴할 때까지 노력을 해야 해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더 좋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수마다 힘든 시기, 안되는 시기가 있어요. 경기도 못 뛰고 나를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를 깊게 생각하다보면 스트레스만 쌓이고, 늪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저도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생각하면서 묵묵히 걸어왔던 것 같아요. 또 내가 해왔던 것 그리고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믿어야 해요. 내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하면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라도 나를 믿어야 해요. 또 지금은 힘들 수 있더라도 좀 더 좋은 상황이 됐을 때 보여줄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늘 준비가 돼있어야 하고요. 남들이 어떻게 보든 꾸준히 내가 할 것들을 준비하면서 보여주면 됩니다.




Q. 최근 수비가 좋은 공격수, 즉 균형 잡힌 OH 자원이 흔치 않다. 배구 꿈나무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저도 흔히 말했던 ‘수비형 레프트’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에요. 선수마다 맞는 포지션과 스타일이 있으니깐요. 그런데 기본기 훈련이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저도 학창시절에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냥 했어요. 아무 생각없이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해야 하니깐 했던 것 같아요. 또 기본기 훈련 하나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어요. 집중하면서 했어요. 이것들이 점점 쌓이다보면 나중에는 다 돌려받을 수 있어요. 지금도 큰 도움이 된 것 같고요.

Q. 원래 성격이 무던한 편인가?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주변에서 ‘로봇 같다, 영혼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더 그런 것 같아요. 점점 심해지는 것은 느낌이에요.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편이죠. 물론 친구들은 가끔 ‘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면 편하게 살겠다’고는 하지만 전 이게 좋아요.

Q. 프로배구 선수 임성진의 목표는?
일단 부상이 없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좀 더 오래 배구를 잘해서 배구 팬들이 이 시대 아웃사이드 히터를 얘기할 때 제 이름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은퇴하기 전에 꼭 우승하고 싶어요. 프로 선수가 우승 한 번 못해보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있잖아요. 우승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챔피언결정전 우승 확정과 동시에 경기장에 울려퍼지는 ‘We Are The Champions’ 노래를 들으면 어떤 기분일 것 같나?) 모르겠어요. 그 때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울지는 않을 것 같아요(웃음).

Q. 임성진에게 배구란?
애증의 관계인 것 같아요. 안 풀릴 때는 힘들지만, 또 배구가 잘 될 때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또 시즌 때 경기장에 팬분들이 오셔서 열심히 응원도 해주시는데 그 환호 소리를 듣고, 그 열기를 느끼면 감사한 마음이 크게 들어요. 배구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Q. 과거의 임성진, 미래의 임성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과거의 나에게는 이미 지난 일이라 크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데, 그 때의 나도 나라고 생각해보면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도 드는 것 같아요. 프로에 와서 처음에 방황했던 것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아요. 그런데 또 제가 안 좋은 것들은 빨리 지우는 스타일이에요. 기억 안하려고 해요. 미래의 임성진에게는 지금부터 은퇴하기 전 나에게 말하고 싶어요. 만족하지 말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고 싶어요. 은퇴를 할 때도 후회없는 마음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더 자세한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9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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