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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내가 챙겨야하는 가족이 한명 더 늘었으니까.“

생애 최악의 부진에 직면했다. 하지만 딸의 얼굴을 보며 이겨냈다.

최근 부진으로 고난에 처하긴 했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가을야구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는 7일까지 5위 KT 위즈에 3경기반 뒤진 8위, 아직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8경기의 잔여 경기를 남겨둔 롯데로선 마지막 희망마저 버리기엔 이른 시기다.

그 희망의 중심에 구승민이 있다. 구승민은 8월 이후 15경기에 출전, 14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5홀드, 평균자책점 1.23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자책점은 단 2경기, 2점 뿐이다.

최근 들어 구승민이 달라진 이유는 뭘까. 그는 “몸상태나 구위 같은 면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아마 시즌 초에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의 스트라이크존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투수로서)처한 상황이 달라진 건데, 거기에 적응하지 못했던 게 부진의 원인“이라고 했다.

구승민은 리그를 대표하는 직구-포크볼 2피치 필승조다. 그는 “포크볼과 직구 모두 그랬다. 내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해온 코스가 있다. 그 공에 볼이 선언될 경우, 거기 다시 들어가도 (인간 심판과 달리)스트라이크를 잡아주지 않는다“면서 “거기서 공 반개, 1개 조절하는 게 얼마나 정말 어렵다. 그러다보니 몰리는 공이 나왔고, 타자들에게 많이 맞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젠 '후회없이 던지자'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결과가 좋아지니 자신감이 절로 붙는다. 치열한 경기가 거듭되다보니 등판 횟수도 늘어나지만, 구승민은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불펜 투수는 원래 매일 경기 나간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구승민은 지난 7월 31일 예쁜 딸 '하루'를 얻었다. 공교롭게도 그 뒤로 성적이 좋아져 내심 '딸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다들 '분유 버프'라고 부르는게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챙겨야하는 가족이 한명 늘었고, 힘들어도 집에 가서 아이 얼굴을 보면 기분좋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이미지 트레이닝 측면에서도 좋지 않을까.“

구승민은 “시즌 중이라 아내가 육아의 99%를 하고 있어 고맙고 미안하다. 시즌 끝난 뒤 돕겠지만, 기왕이면 그 '시즌'이 길어지길 바란다. 올해만큼은 늦게까지 야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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