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규빈 인터넷기자] 영원한 '골든스테이트맨' 탐슨이 팀을 떠났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아드리안 워즈나로우스키 기자는 2일(한국시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탐슨이 댈러스 매버릭스로 이적한다. 계약 규모는 3년 5000만 달러다"라고 보도했다. 탐슨은 13년 만에 골든스테이트를 떠나게 됐다.

골든스테이트 구단은 곧바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탐슨의 등번호 11번을 영구결번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탐슨의 이적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탐슨은 2011년부터 13년간 골든스테이트에 헌신했다. 탐슨은 골든스테이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였다. 그런 탐슨의 발자취를 알아보겠다.
 

탐슨의 NBA 입단 전 시절

탐슨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대학 시절까지 배구 선수 출신이었고, 아버지는 1978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스타 농구 선수였다. 탐슨의 아버지가 소속팀을 자주 옮겼기 때문에 탐슨도 이사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래도 14살부터 캘리포니아주로 돌아와 농구 선수에 대한 꿈을 키웠다.

탐슨은 캘리포니아 지역 내에서 수준급 유망주였고, 전국에서 몰려온 유망주들이 시합하는 쇼케이스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탐슨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유망주는 아니었다. 

미국 현지 매체인 '농구 유망주 평가' 사이트에서 탐슨은 별 5개 만점 중 4개를 받은 일명 4스타 유망주였다. 5스타 유망주들은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름을 알리며, 흔히 말하는 농구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는 수순이었다.

그렇지 못했던 탐슨은 워싱턴 주립 대학교에 입학한다. 탐슨은 대학 신입생 시절, 평균 12.5점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PAC-10 컨퍼런스 최고의 신입생 팀'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2학년 시즌부터는 팀의 확고한 에이스였다. 평균 20점 가까이 득점을 올리며 팀을 이끌었고,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탐슨은 3학년까지 대학교 생활을 지내고 NBA 드래프트를 신청했다.

대학교 생활 3년 동안 탐슨이 이뤄낸 업적은 어마어마했다. 탐슨은 워싱턴 주립 대학의 역사상 최고 득점자고, 단일 대학 시즌 최고 득점자이기도 하다. 워싱턴 주립 대학은 2020년 1월, 탐슨이 대학 시절 사용했던 등번호 1번을 영구결번하기로 했다.

탐슨의 대학 리그 성적
2008-2009시즌: 평균 12.5점 4.2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1.2%
2009-2010시즌: 평균 19.6점 5.1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6.4%
2010-2011시즌: 평균 21.6점 5.2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9.8%
 

골든스테이트 입단 초기

비록 유명하지 않은 대학 출신이었으나, 탐슨의 활약은 너무나 뛰어났고, 당시 2011년 NBA 드래프트 11순위 지명권을 보유했던 골든스테이트가 탐슨을 지명한다.

골든스테이트가 탐슨을 지명한 것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그 이유는 골든스테이트에는 몬타 엘리스라는 슈팅 가드 포지션에 에이스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당시 엘리스가 차지하는 위상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엘리스도 골든스테이트가 직접 지명해 스타로 키운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마땅한 스타가 없던 암흑기 골든스테이트의 한 줄기 빛과 같은 선수였다.

탐슨을 지명하자, 그런 엘리스를 트레이드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사실이 됐다. 엘리스는 2012년 3월, 밀워키 벅스로 트레이드된다.

골든스테이트가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의 에이스였던 엘리스를 트레이드한 이유는 리빌딩 때문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픈 커리와 탐슨이라는 백코트 듀오를 팀의 주축으로 밀어 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탐슨은 신인 시즌부터 곧바로 두각을 드러낸다. 장점인 3점슛과 함께 강력한 수비력을 뽐내며 수준급 3&D 자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 후 탐슨은 줄곧 골든스테이트의 주전 슈팅 가드 자리를 차지한다. 2년차 시즌부터 탐슨은 모든 경기를 선발로 출전한다. 2023-2024시즌이 될 때까지 탐슨은 한 번도 주전 라인업에서 빠진 적이 없다.

신인 시즌에 평균 12.5점을 기록했고, 2년차 시즌에는 평균 16.6점, 3년차 시즌에는 평균 18.4점을 기록하며 점점 성장했다. 당연히 3점슛 성공률은 모두 40%가 넘었다. 탐슨과 함께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도 성장하며, 점점 NBA 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플레이오프 무대도 진출했는데, 2012-2013시즌에는 서부 컨퍼런스 2라운드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만나 2승 4패로 탈락했다. 이때 탐슨은 평균 15.7점 3점슛 성공률 54%를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2013-2014시즌에는 51승 31패라는 호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1라운드에서 LA 클리퍼스를 만나 7차전 승부 끝에 패배하며 고비를 마셨다.

슈퍼스타가 된 탐슨, 그리고 골든스테이트 왕조의 시작

2014-2015시즌을 앞두고 골든스테이트의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 마크 잭슨 감독이 물러나고 스티브 커 감독이 부임한 것이다. 커 감독은 골든스테이트의 농구 자체를 바꿀 것이라 발표했고, 많은 이들은 이에 반신반의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MVP 커리와 올스타로 성장한 탐슨, 여기에 드레이먼드 그린이라는 수비왕까지 등장하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최종 성적은 67승 15패, 골든스테이트 구단 역사상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정규 시즌 1위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압도적이었다. 별다른 위기 없이 NBA 파이널까지 진출했고, 파이널 무대에서 6차전 승부 끝에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제압하며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에도 탐슨과 골든스테이트의 전성기는 계속됐다. 2015-2016시즌에는 정규 시즌 73승 9패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의 팀이 됐다. 하지만 파이널 무대에서 발목이 잡혔다.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를 상대로 7차전 접전 끝에 파이널 무대에 올랐으나, 이번에는 제임스가 복수에 성공하며 7차전 승부 끝에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커 감독이 합류한 이후 골든스테이트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고, 탐슨도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하는 득점원으로 성장했다. 거기에 NBA 최상급 수비력은 덤이었다. 커리와 탐슨을 부르는 '스플래시 브라더스'라는 별명으로 전 세계 농구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아쉬운 준우승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케빈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로 합류를 결정한 것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커리, 탐슨, 그린, 듀란트라는 역대급 라인업을 구축하며 NBA 무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듀란트가 합류한 이후 두 시즌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적수가 없었고, 파이널 무대도 싱거울 정도였다. 2016-2017시즌 플레이오프에서 16승 1패라는 압도적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2017-2018시즌에는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휴스턴 로켓츠를 만나 7차전 승부 끝에 간신히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으나, 파이널 무대에서는 너무나 쉽게 4승 0패를 기록하며 백투백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과정에서 탐슨의 진가는 또 한 번 드러났다. 보통 슈퍼팀은 공을 소유하는 에이스급 선수가 뭉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탐슨은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최고인 선수로, 커리와 듀란트에 완벽한 조각이었다. 공을 오래 잡지 않고, 효율적으로 20점을 올리는 탐슨의 진가는 상대하는 입장에서 공포나 다름없었다.

쓰리-핏 실패, 왕조의 몰락과 함께 찾아온 부상

골든스테이트는 NBA를 지배하고 있었다. 냉정히 적수가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의 관심은 3연속 우승, 일명 '쓰리-핏'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쏠렸다. 탐슨과 듀란트, 커리가 건재하며 정규 시즌은 57승 25패로 마무리하며 서부 컨퍼런스 1위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다소 고전했다. 1라운드부터 클리퍼스를 만나 4승 2패로 진출했고, 2라운드에서는 휴스턴을 만나 4승 2패로 진출했다.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에서 만난 포틀랜드는 비교적 쉽게 4승 0패로 제압하며, 쓰리핏에 대한 기대감을 올렸다.

쓰리-핏을 눈앞에 둔 파이널 무대에서 골든스테이트의 대형 악재가 발생한다. 휴스턴과의 2라운드에서 부상을 당한 듀란트가 파이널 초반, 복귀하지 못했다. 거기에 탐슨까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이다. 두 명의 주포가 빠진 골든스테이트는 토론토의 에너지 레벨에 밀렸고, 3차전을 패배하며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밀리게 됐다.

운명의 4차전, 출전이 불투명했던 탐슨이 복귀했다. 탐슨은 부상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좋은 활약을 했다. 28점 3리바운드와 3점슛 10개 중 6개를 성공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하지만 팀은 카와이 레너드의 폭주와 서지 이바카의 득점을 막지 못하며, 패배했다. 이로써 골든스테이트는 1승 3패로 궁지에 몰렸다.

5차전,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 조기 복귀라는 강수를 뒀으나, 듀란트가 12분 뛰고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다. 토론토의 열광적인 홈 분위기와 기세에 밀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골든스테이트가 106-105, 극적으로 승리를 챙기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탐슨은 이날도 26점 6리바운드 3점슛 7개를 성공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그리고 6차전, 어쩌면 탐슨의 커리어에서 최악의 날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엎치락뒤치락을 계속하는 총력전이 펼쳐졌고, 승부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탐슨이 3쿼터 중반,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하며 코트에서 퇴장했다. 눈으로 봐도 심각함을 알 수 있는 부상이었다. 탐슨은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 코트에서 떠나는 것으로 보였으나, 갑자기 달려와 코트로 복귀했다. 얻어낸 자유투를 모두 성공하며 라커룸으로 퇴장했다. 아마 팀 동료들에게 전한 메시지였을 것이다.

결국 탐슨과 듀란트가 빠진 골든스테이트는 6차전 승부 끝에 토론토에 패배했다. 쓰리-핏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왕조의 종말이 예고됐다.

탐슨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며 2019-2020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0-2021시즌에 복귀가 예상됐으나, 훈련 중 이번에는 부상을 당한 반대쪽 다리의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2020-2021시즌도 통째로 날리게 됐다. 탐슨이 빠진 골든스테이트의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어쩌면 우리가 알던 탐슨을 다시 못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941일 만에 복귀,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다

탐슨은 2022년 1월 8일에 코트에 복귀했다. 941일 만에 NBA 무대의 복귀였다. 복귀 경기에서 탐슨은 17점을 기록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탐슨의 복귀와 함께 골든스테이트도 부활을 시작했다. 건재한 에이스 커리와 그린, 여기에 탐슨까지 합류하며 전성기 시절 모습을 되찾았고, 수비에서 앤드류 위긴스와 게리 페이튼 2세와 같은 롤 플레이어들도 보유했다. 식스맨으로 3년차 조던 풀까지 폭발하며 완벽한 코트 밸런스를 보였다.

정규 시즌 53승 29패, 몰락한 줄 알았던 골든스테이트 왕조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감격스러운 복귀 시즌을 보낸 탐슨도 평균 20.4점 3.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전성기 모습을 되찾았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1라운드 덴버 너겟츠를 만나 4승 1패로 격파했고, 2라운드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만나 4승 2패로 진출했다.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에서 댈러스를 만나 4승 1패를 기록하며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다.

파이널 상대는 전통의 명가 보스턴 셀틱스였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으나, 커리가 엄청난 퍼포먼스로 보스턴 수비를 붕괴하며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파이널의 주인공은 단연 커리였으나, 탐슨도 평균 17점 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우승에 일조했다.

정말 감격스러운 우승이었다. 커리어가 끝날 수도 있는 큰 부상을 연속으로 당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코트에 복귀해, 다시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는 기량, 그리고 이별

감격스러운 우승 이후 탐슨과 골든스테이트 모두 하락세가 시작됐다. 기대했던 풀 같은 유망주의 성장도 정체됐고, 전력이 유지된 골든스테이트와 다르게 다른 팀들의 전력은 강해졌다.

골든스테이트는 여전히 커리와 탐슨, 그린의 주축 코어는 건재했으나, 롤 플레이어들의 부진과 이탈이 겹치며 뎁스 부분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2022-2023시즌 최종 성적은 44승 38패를 기록하며, 서부 컨퍼런스 6번 시드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새크라멘토 킹스를 만나 4승 3패로 간신히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에서 만난 레이커스에 2승 4패로 패배하며 탈락이 결정됐다.

냉정히 한계가 보이는 구성이었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풀을 크리스 폴과 트레이드하며 변화를 꾀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커리는 여전히 훌륭했으나, 탐슨은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고, 그린도 거친 반칙으로 출전 정지를 당하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결국 46승 36패를 기록하며 서부 컨퍼런스 10위를 차지했다. 간신히 플레이-인 토너먼트 막차를 탔고, 새크라멘토와 대결했다. 이 경기는 탐슨의 커리어 역사상 최악의 경기였다. 탐슨은 무득점을 기록하는 충격적인 활약으로 패배의 일등 공신이 됐다. 골든스테이트도 시즌도 허무하게 끝났다.

2023-2024시즌이 끝나고 탐슨은 FA가 됐다. 당연히 탐슨과 재계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분위기는 다르게 흘러갔다. 탐슨도 골든스테이트가 제시한 첫 번째 제안이 감정이 상했고, 골든스테이트도 탐슨에 미련이 없었다.

탐슨은 마지막 협상에서 골든스테이트에 양보하며 요구 금액을 낮췄으나, 골든스테이트가 탐슨과 계약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탐슨은 새로운 도전을 찾아 댈러스로 이적을 감행했다. 역대급 선수의 아쉬운 마무리였다. 앞으로 골든스테이트의 유니폼을 입은 탐슨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클레이 탐슨 1990년생 198cm 가드/포워드

커리어 기록: 793경기 평균 19.6점 3.5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1.3%
수상 기록: 올스타 5회, NBA 우승 4회, '올-NBA팀' 2회, '올-디펜시브팀' 1회, 골든스테이트 영구결번

#사진_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