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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찰나'보다 더 짧은 시간이었다. 0.005초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이 육상 남자 100m에서 20년 만의 올림픽 정상을 탈환했다.

주인공은 노아 라일스(27)다. 그는 0.005초 차로 키셰인 톰프슨(23·자메이카)을 따돌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라일스는 5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784를 기록, 9초789의 톰프슨을 따돌렸다.

육상의 공식 기록은 100분의 1초까지다. 100분의 1초까지 같으면, 1000분의 1초까지 기록을 공개한다. 라일스는 9초784, 톰프슨은 9초789이었다.

세부 기록이 대형스크린에 공개되자, 라일스는 어린아이처럼 펄쩍 뛰며 기뻐했다. 공식 기록은 라일스와 톰프슨 모두 9초79다. 프레드 컬리(미국)가 9초81로 3위를 차지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깜짝 우승했던 러먼트 마셀 제이컵스(이탈리아)는 9.85로 5위에 머물렀다. 라일스는 2004년 아테네 대회의 저스틴 개틀린 이후 미국 선수로는 20년 만에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우승했다.

라일스는 예전 100m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그는 200m에서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200m에서 3위를 차지했다.

방향이 바뀐 것은 202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이었다. 라일스는 남자 100m,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3관왕이 탄생한 건 2015년 베이징 대회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이후 8년 만이었다. 라일스는 첫 올림픽까지 제패하며 '볼트의 후계자' 입지를 굳혔다.

인생역전이다. 그는 어린 시절 천식을 앓았고, 고교 시절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난독증 진단을 받았다.

유명 스프린터가 된 이후인 2020년 8월에는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아픈 걸, 아프다고 말하는 건 대단한 용기다.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나와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언제든 '나는 지금 아프다. 치료받는 중'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육상 남자 100m는 올림픽 최고 이벤트다. 이날 경기에 앞서 스타디움 조명이 모두 꺼졌다. 라일스는 가장 요란하게 등장하며 관중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출발 전부터 우승 세리머니가 기대됐다. 하지만 결승선 통과한 후에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라일스와 톰프슨 모두 경기장의 대형스크린을 바라봤다. 금메달을 확신하지 못했다.

사진 판독 결과 1위가 결정됐다. 라일스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높이 들어올렸고, 톰프슨은 좌절했다.

라일스는 “도쿄올림픽 200m에서 내가 우승했다면, 나는 정체되었을지도 모른다“며 “도쿄올림픽에서의 아쉬운 결과가 내 욕망을 자극했다“고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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