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29 09:50:00]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축구종가'가 난리다. 잉글랜드 출신으로 이런 선수는 없었다.
맨시티가 버린 첼시의 2002년생 콜 팔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새 역사를 썼다. 팔머는 28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브라이턴과의 2024~2025시즌 EPL 6라운드에서 전반 '포트트릭(4골)'을 최초 달성했다.
첼시는 전반 7분 조르지니오 루터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팔머는 0-1로 끌려가던 전반 21분 동점골을 시작으로 41분까지 4골을 쏟아부으며 팀의 4대2 역전승을 이끌었다.
역습 상황에서 니콜라 잭슨의 어시스트를 받아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팔머는 28분 제이든 산초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31분에는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첼시는 전반 34분 카를로스 발레바에게 추격골을 허용했지만 팔머는 전반 41분 산초가 수비 뒷공간으로 찔러준 볼을 받아 골문 좌측 하단을 찌르는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첫 골부터 네 번째 골까지 걸린 시간은 단 19분57에 불과했다. 역사 또 역사였다. 그는 EPL 역사상 처음으로 전반에만 '포트트릭'을 완성한 주인공으로 우뚝섰다.
또 역대 최단 시간인 9분48초 만에 3골을 터트려 첼시 구단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19분57초 만의 4골은 2009년 토트넘에서 위건을 상대로 5골을 터트린 저메인 데포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시간이었다.
지난 시즌 첼시에 둥지를 튼 팔머는 3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는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 프랭크 램파드와 함께 첼시 공동 최다 기록이다. 10번의 페널티킥을 모두 성공시킨 것 역시 하셀바잉크가 12번 연속 성공시킨 것에 이은 2번째 최다 기록이다.
팔머는 지난 시즌에도 한 차례 '포트트릭'을 달성했다. 그는 프랭크 램파드, 세르히오 아게로, 올레 군나르 솔샤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야쿠부, 앤디 콜, 마이클 오언, 로비 파울러에 이어 EPL서 2경기 이상 4골을 넣은 9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팔머는 맨시티 유스 출신이다. 그는 2020년 9월 맨시티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시즌 1경기를 포함해 맨시티에서 41경기에 출전해 6골에 불과했다.
맨시티는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팔머를 시장에 내놓았고, 첼시가 손을 잡았다. 이적료는 4250만파운드(약 745억원)였다. 첼시에서 폭발했다.
팔머는 잉글랜드의 미래로 우뚝섰다. 그는 지난 시즌 45경기에 출전해 25골-15도움이라는 놀라운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EPL에선 34경기에서 22골-11도움을 올렸다. 엘링 홀란(맨시티·27골)에 이어 득점 2위, 올리 왓킨스(애스턴빌라·13도움)에 이어 도움 2위를 차지했다.
팔머는 올 시즌 6골-4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는 2023~2024시즌 이후 다른 어떤 선수보다 많은 공격포인트(28골-15도움}를 쌓았다. 맨시티로서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찬사 또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아스널 레전드 시오 월콧은 “말문이 막혔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팔머는 첼시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성장했고, 그는 팀의 핵심“이라며 “어느 팀에서도 그를 제외할 수 없고, 잉글랜드대표팀도 마찬가지다. 그가 계속 이렇게 한다면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팔머에게는 베르캄프와 반 페르시와 같은 정교함이 있다“고 했다. 베르캄프는 EPL 명예의 전당에 오른 아스널 공격수로 315경기에서 87골94도움을 기록하며 11시즌간 3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 판 페르시는 맨유에서 2012~2013시즌 우승하기 전까지 8년간 아스널에서 뛰었다.
맨시티 출신 미카 리차즈 “지난 시즌 팔머가 22골을 넣었을 때 '우리는 그가 다시 해낼 수 있을까' 물었다. 우리는 그의 움직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팔머의 러닝 타이밍은 훌륭하다. 그가 하는 모든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며 “특히 축구선수의 두뇌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는 정말 앞서 있다. 보는 것이 정말 즐겁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갖췄다. 메인 공격수로 나서면 두 사람의 마크를 받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고 찬사를 보냈다.
개리 리네커 역시 “그를 볼 때마다 숨이 멎을 것만 같다. 특별한 축구선수다. 잉글랜드가 보유한 모든 재능 있는 선수 가운데 그는 아마도 단연 최고일 것“이라고 극찬했다.
팔머와 맨시티 코치 시절 처음 만나 첼시 사령탑으로 재회한 엔조 마레스카 감독은 “3~4년 전의 모습과 똑같다. 골, 어시스트, 프리미어리그 최고 선수, 이런 것들이 그의 모습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는 겸손하고,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그는 4골을 넣었지만 2~3골 더 넣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계속 열정을 갖고 야심찬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엄지를 세웠다.
팔머는 환희 대신 아쉬움이 먼저였다. 그는 “첫 기회를 놓쳤을 때 화가 났지만 선수들의 플레이 방식과 높은 라인을 봤을 때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걸 알았다. 5~6골은 넣었어야 했다“며 “난 매경기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고 그런 경기력을 보여주려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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