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손흥민의 입에서 환경을 탓하는 말이 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만과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에서 3대1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홍명보 체제의 첫 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이날 한국은 경기 초반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멋진 슈팅으로 선제골을 작렬했다. 선제골 이후 흐름을 내주면서 오만의 분위기로 경기가 흘렀다. 전반 종료 직전 프리킥에서 정승현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경기는 다시 원점이 됐다.

후반 들어 맹공을 펼치던 한국은 후반 37분에 손흥민과 이강인이 중앙에서 뛰어난 콤비플레이로 리드를 되찾았다. 후반 추가시간 역습에서 손흥민과 주민규의 합작골까지 터지면서 3대1승리를 완성했다.

손흥민은 이날 승리한 요인 중 하나로 잔디 상태를 이야기했다. 그는 “그라운드 상태가 너무 좋아서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이런 것들이 홈 경기장에서 계속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다시 한 번 꾹 참아왔던 이야기를 꺼냈다.

원래 손흥민은 대표팀의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도 환경을 문제삼지 않았다. 항상 손흥민의 발언은 환경을 탓하는 것보다는 실력이 부족해서 아쉬운 결과라는 내용으로 풀이됐다. 지난 팔레스타인전이 끝난 후에도 손흥민은 환경보다는 실력적인 개선을 먼저 지적했다.

그는 “최종예선에서 상대팀도 원정 경기에 온다면, 또 한국을 상대하는 상대팀이라면 오히려 더 촘촘하게 서서 더 골을 안 먹으려고 노력한다. 저희가 또 풀어야 할 숙제들이 좀 남아있는 것 같다“며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방안을 더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막판 손흥민이 이례적으로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그는 “오만 원정길을 나서게 되는데 이제는 홈에서 하는 경기도 쉽지 않은 것만큼 원정 경기는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단 한 가지 좋은 점은 그라운드 컨디션이 원정 경기가 좋다라는 게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잔디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로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발언이었다. 손흥민은 “팀에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늘처럼 어려운 컨트롤하는 데도 있어서 어렵다. 드리블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사항들이 나온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하는 게 좀 아쉽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이 홈에서 할 때만큼은 좀 많이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며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개선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손흥민이 공개적으로 개선을 요청할 정도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심각한 상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경기장으로 쓰고 있는 김기동 FC서울 감독도 지난달 “팬분들도 돈을 내시고 좋은 경기를 보러 오셨다. 우리가 좋은 잔디 속에서 퀄리티 있는 경기를 보여줘야 하는데...강원FC에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홈구장의 잔디 문제가 심각하고 했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한테 부상도 올 수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서울시에서 도와주셔서 관리를 해주면 좋겠다. 대표급 선수들이 와서 부상을 당하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이기 때문에 신경을 써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환경적인 개선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잔디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할 수 없지만 분명 홍명보호는 오만 원정길에서 팔레스타인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점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개인 기량을 보여주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난 오만전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과감한 플레이들이 이번 오만전에서 자주 보였다. 잔디 상태가 비교적 괜찮아 공 컨트롤에 문제가 없어 선수들이 도전적인 플레이를 더 자주 시도할 수 있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상태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다. 잔디 보수부터 홈경기장 변경까지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 어렵다. A매치 경기장은 공항에서 2시간 이내 거리이면서 150km 이내면 다 가능하다. 이러한 조건이라도 상황적인 요인을 고려하면 인천국제공항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다른 공항을 근처로 이동한다면 가뜩이나 시차적응 등으로 고생하는 해외파 선수들이 이동동선이 더 길어진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홈과 원정을 오가는 일정인데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다른 공항을 이용하면 원정을 가거나 원정길에서 돌아올 때 또 동선낭비가 심하다. 잔디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도 중요한 만큼 지방에서 A매치 경기를 치르는 건 매우 어렵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하면 수도권에서는 수원월드컵경기장, 고양월드컵경기장, 용인미르스타디움, 화성종합경기타운 정도가 후보지다. 이번에 선수들이 훈련했던 고양월드컵경기장도 잔디가 좋지 않다. 가장 좋은 대안인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보수 중이라 사용이 어렵다.

용인미르스타디움과 화성시종합경기타운은 선수들이 이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으나 A매치 보러오는 팬들이 이용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대중교통과 같은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장인 손흥민까지도 여러 차례 강조할 정도로 잔디 문제가 심각한데, 당장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